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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밑바닥 찍고 도약의 임인년 준비하는 범띠 박정원

두산그룹과 HDC현대산업그룹(이하 HDC현산)이 처절했던 경영 위기를 딛고 도약을 벼르고 있다. 수장인 박정원 두산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나란히 1962년생 호랑이띠여서 비범한 기운을 발판 삼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얼굴 바꾸고 수소 비즈니스 전환 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2020년 재무구조 악화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은 뒤 혹독한 자구안을 이행하며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1896년 설립된 최장수 기업인 두산은 지난 2년간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겪었다. 밑바닥을 찍은 두산은 박정원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리빌딩에 나서고 있다.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산업은행과 채권단으로부터 긴급자금 3조원을 수혈받았다. 이후 2년간 클럽모우CC를 시작으로 네오플럭스·두산타워·두산모트롤BG·두산솔루스·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차례로 매각하며 자구안을 이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자회사 매각을 통해 3조600억원을 마련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에는 재무구조 개선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박정원 회장도 사재 출연하는 등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박 회장 등 두산 오너가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그룹의 허리인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책임 경영의 일환이었고, 사재 출연 규모는 5740억원에 달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 먼저 기업아이덴티티(CI)부터 26년 만에 바꿨다. 지난 3일 두산은 '인데버 블루(Endeavour Blue)'라고 이름을 붙인 파란색의 새 CI를 공개했다. 인데버는 노력, 분투라는 뜻이다. 그룹 창립 100주년을 맞아 CI를 바꾼 바 있는 두산은 올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다시 한 번 변화를 준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 미래를 향해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두산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산업군부터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보유통, 기술 소재 등에 집중했지만 현재 두산의 주력 사업은 중공업, 중장비, 에너지 부문이다. 이제 두산은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미래의 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석탄에너지에서 벗어나 수소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이제 한층 단단해지고 달라진 모습으로 전열을 갖췄다.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올해 주요 실행 목표 4가지도 제시했다. 신사업군의 본격적 성장과 수소 비즈니스 선도, 혁신적 기술과 제품 개발, 기존 사업의 경쟁우위 통한 시장 선도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및 트라이젠 시스템 개발 등 앞서가는 수소 비즈니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박정원 회장은 “풍력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기존 수전해 방식보다 효율이 높은 고체산화물 전기분해 기술 개발, 수소액화플랜트, 수소터빈, 수소모빌리티 등 생산에서 유통·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 사업 전반에 걸쳐 우리가 보유한 독보적 제품과 기술에 자신감을 갖고 수소 산업을 선도해 나가자”고 말했다. 모빌리티 대신 종합금융 라이프스타일그룹 도약 정몽규 회장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모빌리티그룹 전환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통해 ‘육해공 모빌리티’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악재로 항공업이 거의 셧다운 되자 인수합병을 포기했다. 이에 재계 10위권 진입이라는 꿈도 사라졌다. 현재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계약금 2500억원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HDC현산은 새해부터 불공정 행위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대금 지연이자를 주지 않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HDC현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3개 수급사업자에게 건설·제조 등 86건을 위탁하면서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최대 413일 지연해 하도급업체에 발급했다. 최근 HDC현산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다. 지난해 6월 ‘광주 재개발 참사’로 비난받았다. HDC현산의 하도급업체가 철거 중이던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나면서 9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참사였다. 이로 인해 올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다. 대규모 랜드마크 사업 발굴 등으로 종합금융 라이프스타일그룹으로의 도약을 벼르고 있다. 건설사업에서 벗어나 유통·면세·자산관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2조원대의 잠실 스포츠·MICE 민간 투자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1월부터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5 잠실운동장 일대 약 36만㎡를 개발하는 것으로 2029년까지 코엑스 3배 크기의 컨벤션 시설과 3만5000석 규모의 야구장, 1만1000석 규모의 스포츠 다목적시설, 수영장, 900실 규모의 호텔과 문화·상업시설,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HDC현산은 이 사업을 서울의 새로운 중심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지향적 복합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HDC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등 민간제안형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HDC의 철학으로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 대규모 복합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그룹 내 40대 젊은 CEO를 3명이나 발탁하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유병규 신임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온리원 최강 디벨로퍼가 돼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삶의 가치와 행복을 높여주는 칭찬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07 07:01
경제

인수 가격 낮아진 아시아나항공, 정몽규 회장 결단만 남았다

이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결단만 남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2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놓고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수 주체인 HDC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1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산 측의 인수 부담을 낮추는 방안과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안을 현산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생각이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오후 3시께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사안을 의제로 한시간가량 의견을 주고받았다. 두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려고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산은은 회동 이후 자료를 통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산 측과 인수 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며 "현산 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이후 일정은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 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을 채권단이 제시했고, 이제 정 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현산이 채권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고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8.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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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아시아나항공에 재실사 요구 '인수 포기 수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현산은 26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최근 러시아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모두 끝나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현산 측에 보냈는데 이데 대한 회신인 셈이다. 현산은 이번 공문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표명했다면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가까운 시일 안에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다음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재실사와 관련해 현산은 ▲인수계약의 기준이 되는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하고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들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 상환과 관련해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을 언급했다. 또 공문에서 ▲아시아나항공의 2019 회계연도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인 점 ▲부채가 2조8000억원 추가 인식되고, 1조7000억원 추가차입이 진행되고 있는 점 ▲영구전환사채의 추가발행으로 매수인의 지배력 약화가 예상되는 점 등을 재점검하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와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부당지원 문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사모펀드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 등에 관해서도 확인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4월 초부터 지금까지 15차례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으나 지금까지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7.27 09:59
경제

호기롭게 아시아나에 베팅했던 현산 정몽규, 결국 백기 드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원점 재검토’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호기롭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베팅했다. 하지만 내외부의 악재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에 백기를 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육해공 모빌리티’ 기업을 발판으로 재계 10위에 진입한다는 계산을 세웠던 정 회장의 꿈도 덩달아 희미해지고 있다. 현산은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공문을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베팅했던 2조5000억원 인수금액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산은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0일 '재검토 요청'과 관련해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현산에서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은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현산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무려 4조5000억원이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지난해 6월 말 대비 1만6126%나 급증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1386.7%에서 6279.8%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와 현산이 주장하는 부채 비율이 다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현산은 “외부에서 평가를 받은 결과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의문부호가 생긴다”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점 재검토’ 입장과 관련해 “부채로 4조5000억원이 추가되었다고 적시한 점은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겠지만, 인수 포기에 가까운 입장이라는 데 무게가 더 실린다”고 말했다. 현산의 주장대로라면 부채 증가 규모가 인수 입찰금액(2조5000억원)보다 많다. 다른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는 게 읽힌다. 채권단이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는 지난 4월부터 커졌다. 입찰 당시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던 범 현대가 모임에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을 이룬 미래에셋대우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룹 내부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 우려가 커지면서 무리한 인수는 경영에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런 내외부의 부정적 의견으로 인해 상황이 변하자 정 회장도 백기를 드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애초 현산은 2조원의 신주 발행으로 부채 비율을 300%까지 낮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사전 동의 없는 추가자금 차입 승인과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을 지적하며 현 경영진에 대한 의문부호를 던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인수가 재협상은 불가’로 맞서고 있다. 현산은 앞으로 구주 인수가격 조정(3228억원), 5000억원 영구채 출자전환, 차입금 상환 만기 연장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헐값 매각 불가'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을 차려야 하는 채권단으로서는 양측의 합의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채권단은 현산의 인수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을 ‘통매각’이 아닌 분리 매각한다는 대비책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6.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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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의 검토 요청"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재협의를 요청했다. HDC는 9일 한국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HDC는 지난달 29일 산은이 보낸 공문에 대해 회신했다면서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 계약상 거래종결일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고 압박한 데 대한 답변인 셈이다. HDC는 "산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6.09 10:28
경제

'일부러 한 실패?' 아시아나 인수전 완패…애경이 웃는 이유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완패하고도 미소를 짓고 있다. 그룹의 미래 무게추를 제주항공에 두고 있는 가운데 경쟁자인 아시아나항공의 내밀한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했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저비용항공(LCC) 에어부산을 인수할 여지도 높아졌다. 업계는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했으나 얻은 것은 더 많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 고급 정보 얻은 애경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최종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다. 미래에셋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HDC현산은 약 2조5000억원을 적어내며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애경 보다 약 7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많은 액수였다. 이번 인수전에서 시종 공격적이었던 애경은 HDC현산과 제대로 된 싸움조차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애경이 내세운 '계열사 제주항공을 통한 항공산업 경험'을 제대로 평가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애경을 둘러싼 안팎의 기류는 나쁘지 않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애경은 지난달 2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인수를 위한 실사 자료와 프리젠테이션을 받았다. 당시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측에 항공기 리스 내용과 노선별 손익 등 구체적인 운영 정보를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애경이 인수보다는 리스 내용 등 운영 노하우를 빼가려는 것 같다. 제주항공 운영에 쓰려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애경은 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 정보를 고루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록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애경의 미래로 평가받는 제주항공이 더 높게 나는 데 도움을 얻었다는 말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을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재기됐다. 최근 업계에는 HDC현산이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인 스톤브릿지와 손을 잡았다. 그러나 에어부산만을 인수한다면 재무적 투자자의 도움 없이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2594억원을 달성한 LCC 업계 1위다. 제주항공이 부산을 기반으로 32개 국제선 노선을 운영 중인 에어부산을 인수할 국내 항공업계 2위까지 도약할 수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이뤄진다면 제주항공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에어부산은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신주까지 인수할 필요가 없어서 인수대금 과잉 논란도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애경은 우선협상대상자 탈락 뒤 입장문을 내고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아시아나항공이 이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애경에 '경쟁자'다. 하지만 아시아나그룹이 에어부산을 애경에 매각할 경우 '동반자'의 관계도 될 수 있다. 업계가 애경이 낸 짤막한 입장문을 가볍게 보지 않는 이유다. ‘승자의 저주’ 걱정하는 HDC현산 반면 승자인 HDC현산의 기류는 좋지 않다. HDC현산의 전체 매출보다 더 큰 아시아나항공을 삼킨 만큼 ‘승자의 저주(경쟁에서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러 위험에 빠지는 상황)’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국내 신용평가사들이 HDC현산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일시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줄고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신용평가는 16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변동성과 국내 항공산업의 부정적인 영업환경 등이 신용도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며 HDC현산과 지주사 HDC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HDC현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주회사인 HDC의 총 매출은 약 6조5000억원이었다. 반면 이번에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매출액은 총 7조원을 웃돈다. 증권업계도 HDC현산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회사가 중심인 HDC현산이 항공사를 인수해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후 추가 투자비용과 현대산업개발의 본업에 미치는 영향과 기존 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국내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HDC현산이 미래에셋과 손잡은 뒤 우선협상대상자로 될 것이란 전망은 파다했다. 하지만 최근 항공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과거 큰 기업을 인수했다 실패한 사례가 많지 않나. 인수에 실패한 애경이 '똑똑한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HDC현산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내놓을 경우 어떤 기업이 가져갈지가 더 궁금하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19.11.18 07:00
경제

아시아나항공 새주인은 'HDC현산'…엇갈리는 내부 분위기와 우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인수에 최종 성공할 경우 건설과 호텔에 이어 항공산업까지 외연을 넓히며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목표였던 '통매각'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지와 구조조정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압도적 승리…'날개' 단 HDC현산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이하 현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과 관련해 7일 최종입찰 제안서를 접수했으며 이를 검토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향후 우선협상대상자와 주요 계약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시종 경쟁 상대를 압도했다. 앞서 7일 마감한 본입찰에는 현산 컨소시엄 외에도 애경그룹-스톤브릿지(애경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했다. 현산 컨소시엄은 매입 가격으로 2조4000억~2조5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1조5000억원 안팎을 적어 넣은 애경 컨소시엄보다 1조 가까이 많은 액수였다. 사실상 싸움이 되지 않는 차이였다. 국토부 역시 11일 대주주 적격 심사 결과 현산 컨소시엄이 항공운송사업을 하기 위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향후 일정은 속전속결이 예상된다. 금호산업과 현산 컨소시엄은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협상에 착수한다. 본협상이 순항할 경우 늦어도 올해 안에는 매각 최종 절차인 주식매매계약(SPA)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게 되면 HDC현산은 건설·호텔·면세·레저에 이어 항공산업에도 진출하며 몸집을 키우게 된다. HDC현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주회사인 HDC그룹의 총 매출은 약 6조5000억원이었다. 반면 이번에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매출액은 총 7조원을 웃돈다. HDC그룹은 올해 5월 기준 자산총액 10조6000억원으로 공정위의 공시대상 기업집단(59개) 33위에 올랐다. 만약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국내 2위 아시아나항공이 HDC현산의 계열사로 들어올 경우 명실상부한 종합그룹이 된다. 주가도 HDC현산에 기대감을 보인다. 현산 컨소시엄의 선정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 날 HDC현산의 주가는 오후 한때 31200원대를 돌파하면서 전날 대비 2.4% 이상 올랐다. 통매각 원칙·구조조정…엇갈리는 반응과 우려 아시아나항공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새 주인에 대한 기대감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대상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경그룹과 달리 항공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혁신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향후 불어닥칠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직원은 "HDC현산 사문화를 잘 모른다. 최근 항공업계 실적만 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급여에 손을 댈 수도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HDC현산 사문화가 딱딱하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금호산업이 내세웠던 '통매각' 원칙이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금호가 3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통으로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한·일 불매운동과 원화 약세로 인한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고전하자 자회사 개별 매각 여지를 남겼다. 현산 컨소시엄과 협상 과정에서 일부 자회사가 개별 매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매각 자체가 유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산 컨소시엄 측은 본 협상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무·경영상태와 돌발 채무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2분기 기준 부채는 9조6000억원, 자본은 1조5000억원 규모로 부채비율은 660%에 달한다.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주는 금호산업으로 귀속되고, 신주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과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원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길 원하고 있어 양측의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매각도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로 모빌리티기업을 향해 한 걸음 도약하겠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업계 최고의 재무건전성을 이루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19.1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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