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인수에 최종 성공할 경우 건설과 호텔에 이어 항공산업까지 외연을 넓히며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목표였던 '통매각'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지와 구조조정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압도적 승리…'날개' 단 HDC현산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이하 현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과 관련해 7일 최종입찰 제안서를 접수했으며 이를 검토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향후 우선협상대상자와 주요 계약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종 경쟁 상대를 압도했다. 앞서 7일 마감한 본입찰에는 현산 컨소시엄 외에도 애경그룹-스톤브릿지(애경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했다. 현산 컨소시엄은 매입 가격으로 2조4000억~2조5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1조5000억원 안팎을 적어 넣은 애경 컨소시엄보다 1조 가까이 많은 액수였다. 사실상 싸움이 되지 않는 차이였다.
국토부 역시 11일 대주주 적격 심사 결과 현산 컨소시엄이 항공운송사업을 하기 위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향후 일정은 속전속결이 예상된다. 금호산업과 현산 컨소시엄은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협상에 착수한다. 본협상이 순항할 경우 늦어도 올해 안에는 매각 최종 절차인 주식매매계약(SPA)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게 되면 HDC현산은 건설·호텔·면세·레저에 이어 항공산업에도 진출하며 몸집을 키우게 된다. HDC현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주회사인 HDC그룹의 총 매출은 약 6조5000억원이었다. 반면 이번에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매출액은 총 7조원을 웃돈다.
HDC그룹은 올해 5월 기준 자산총액 10조6000억원으로 공정위의 공시대상 기업집단(59개) 33위에 올랐다. 만약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국내 2위 아시아나항공이 HDC현산의 계열사로 들어올 경우 명실상부한 종합그룹이 된다. 주가도 HDC현산에 기대감을 보인다. 현산 컨소시엄의 선정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 날 HDC현산의 주가는 오후 한때 31200원대를 돌파하면서 전날 대비 2.4% 이상 올랐다.
통매각 원칙·구조조정…엇갈리는 반응과 우려
아시아나항공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새 주인에 대한 기대감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대상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경그룹과 달리 항공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혁신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향후 불어닥칠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직원은 "HDC현산 사문화를 잘 모른다. 최근 항공업계 실적만 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급여에 손을 댈 수도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HDC현산 사문화가 딱딱하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금호산업이 내세웠던 '통매각' 원칙이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금호가 3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통으로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한·일 불매운동과 원화 약세로 인한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고전하자 자회사 개별 매각 여지를 남겼다. 현산 컨소시엄과 협상 과정에서 일부 자회사가 개별 매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매각 자체가 유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산 컨소시엄 측은 본 협상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무·경영상태와 돌발 채무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2분기 기준 부채는 9조6000억원, 자본은 1조5000억원 규모로 부채비율은 660%에 달한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주는 금호산업으로 귀속되고, 신주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과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원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길 원하고 있어 양측의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매각도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로 모빌리티기업을 향해 한 걸음 도약하겠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업계 최고의 재무건전성을 이루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