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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S인터뷰] ‘발레리나’ 김지훈 “이해 여지없는 악역, 이충현 감독·전종서 믿었다”

“감독님과 전종서에 대한 믿음과 기대, 그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되는 면이 있는 배역 임에도 ‘발레리나’ 출연을 결정했어요. 최소한 제 필모그래피에서 흑역사가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가 소중한 친구 민희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콜’의 이충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전종서가 옥주 역을 맡았다. 김지훈이 맡은 역은 최프로. 버닝썬과 N번방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에서 최프로는 이해할 여지도, 공감할 부분도 없는 절대악이다. 김지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회사에서도 처음엔 우려가 많았다.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저는 개인적으로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과연 시나리오 내용이 영화에서 어떻게 구현될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일반적으로 영화는 서사가 중요한데 ‘발레리나’는 스토리가 단순하잖아요. 결과물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감독님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다시 한 번 느꼈죠.” 최프로는 클럽에 방문한 여성들을 꼬드겨 마약(물뽕)을 강제 주입, 성관계를 갖는 영상을 촬영한 뒤 협박하는 악당이다.“최프로는 다른 악역들과 다른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악역을 맡으면 ‘어떻게 하면 더 악해 보일까’를 고민하게 되는데, 최프로는 겉보기엔 멀쩡하잖아요. 호감이 가는 외모 속에 흉악한 내면을 숨겨두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일부러 무서운 척하고 악한 척하기보다 오히려 멋있는 척을 했던 것 같아요.”이렇게 최프로라는 캐릭터를 단단하게 쌓은 덕에 그가 옥주에게 잡혀 처참한 최후를 맞는 장면에선 카타르시스가 커진다. 여성을 도구처럼 취급하고 마치 그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굴던 최프로가 죽음 앞에서 한없이 구차하고 비굴해지는 것. 김지훈은 “더 나약해 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굴함을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드러냈다”고 설명했다.사실 김지훈은 ‘발레리나’의 전종서와 작품으로 인연이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시리즈를 하며 쌓은 인연이다. 마침 집도 가까워 이따금씩 전종서와 그의 연인이자 ‘발레리나’ 감독인 이충현과 어울렸다. 그런 과정에서 이충현 감독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현장에서 만난 이충현 감독은 분명하고 심플한 사람이었다. 필요한 것만 촬영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현장이었기에 촬영을 하면서는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솔직히 현장에서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감독님이 정말 정해진 것만 딱 찍더라고요. 가끔씩 현장에서 서로 감정이 격양되기도 하는데 이충현 감독은 목소리가 커지는 법이 한 번도 없이 늘 좋게좋게 이야기했어요. 결과를 보고 감독님을 더 리스펙하게 된 이유죠.” ‘발레리나’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백이면 백 모두 싫어할만한 악인을 연기한 김지훈. 어떤 작품에 들어갈지 몰라 평소엔 긴머리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그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삭발도 주저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소위 입금 전후라고 하는데 저는 그 차이가 별로 없는 편이거든요. 일을 안 한다고 엄청 나태해지고 그러지 않아요.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갑자기 살을 찌워야 한다면 힘이 들 수는 있지만, 저는 연기자로서 제가 맡는 배역에 어떤 한계도 정해두고 싶지 않거든요. 앞으로도 매력이 있는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고 싶어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18 06:10
영화

[IS시선] ‘발레리나’는 왜 호불호가 갈릴까 ①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는 목적성이 분명한 작품이다. 사건과 사건을 잇는 촘촘한 개연성보다는 비주얼에 힘을 실었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복수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는 한 인물(옥주)을 잡는 데 포커스를 둔다.‘발레리나’가 지난 6일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비판은 개연성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옥주가 왜 그렇게 민희의 복수를 하는 데 진심인지(살인 전과를 걸 만큼), 사건이 이렇게 커지는 동안 경찰은 뭘 하고 있는지, 옥주가 얼마나 대단한 경호원이기에 그 수많은 악당들이 옥주 하나를 못 잡는 건지. 옥주의 전사를 비롯해 사건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지점인 옥주와 민희 사이의 우정엔 납득되지 않는 면들이 꽤 있다.그럼에도 ‘발레리나’에 대한 호불호가 이렇게까지 극명할 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발레리나’는 애초에 깊이 있게 사건을 그려내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액션이나 감각적인 비주얼 자체가 미덕인 영화도 있는 법이고, 그게 ‘발레리나’가 그레이(이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자 관련 장르에 환호하는 이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다. 다만 그렇게 넉넉한 시선으로 보더라도 못내 고개가 갸웃거리는 부분이 있다. 민희가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과 소위 ‘버닝썬 사건’이라 갈음되는 클럽 내에서의 마약(물뽕) 범죄의 피해자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단편영화 ‘몸값’ 때부터 넷플릭스로 공개된 첫 장편영화 ‘콜’에서까지 이충현 감독은 여성을 중심에 둔 이야기를 전개해왔다. ‘발레리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여성의 성착취에 관해서 통쾌하게 때려 부수는 느낌의 복수극을 잘 보지 못 했던 것 같다”며 “그런 작품이 영화로 눈앞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즉 이충현 감독은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좋은 의도로 영화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의미다.이것이 오히려 ‘발레리나’의 패착이 됐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라는 것은 옥주 같은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인물 하나가 불도저처럼 쳐들어가 근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역사도 유구하고 피해자를 옭아매는 수법도 다양하다. 옥주 같은 친구가 없는(아마 대부분 없을 텐데) 수많은 (잠재적) 민희들이 ‘발레리나’를 보고 통쾌함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오다. 개연성을 포기했다시피 한 ‘발레리나’는 선량한 발레리나였던 한 인물이 어떻게 성착취 범죄에 휘말리게 됐는지, 왜 빠져나오지 못 하고 극단적 결말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성착취 범죄는 옥주가 복수를 위해 달려나가게끔 하는 신호탄 정도로 소비됐다는 인상을 주고, 그 부분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더불어 영화에서 사용된 BDSM(구속, 훈육, 가학, 피학) 소재 역시 그다지 적절하진 못 했다. 하나의 인격체가 다른 인격체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BDSM에는 분명 성착취적인 요소가 있지만, 최소한 그 씬에 있는 사람들은 상호합의의 원칙을 지킨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넷플릭스에서도 ‘모럴센스’ 같은 영화가 나온 마당에 BDSM 소재를 개연성 없이 범죄와 엮는 건 오히려 관련 분야를 더 범죄와 엮어들게 하는 무책임한 연출일 수 있다. 이 소재 역시 비주얼적인 임팩트를 위해 ‘발레리나’에서 소비됐다는 느낌이다. 지배자(최프로)가 마스크를 쓴다는 설정 역시 감독이 BDSM 분야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음을 보여준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16 06:00
연예일반

미국 최악의 성 추문 스캔들 ‘FLDS 사건’의 전말(풀어파일러3)

‘풀어파일러3’가 ‘미국판 JMS 사건’을 다루며 본격적인 프로파일링에 나선다.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AXN ‘풀어파일러3’ 1회에서는 ‘미국판 JMS’라 불리는 사이비 교단 FLDS 사건을 소개하며 시작된다.본방송에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는 스스로 신이라 칭하며 추악한 만행을 이어가는 미국의 사이비 교주인 워렌 제프스의 실제 목소리가 담겨 있따.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철저한 통제와 세뇌로 신도들을 고립시키고 성범죄까지 저지른 워렌 제프스의 충격적인 만행이 낱낱이 공개돼 영상을 본 출연진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한석준은 “경악했다”라며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두 번째 사건으로는 미제사건으로 남았다가 무려 30년 만에 잡힌 ‘B.T.K 살인마 사건’을 조명한다.성 착취 및 살인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경찰 조롱까지 즐긴 B.T.K 살인마가 실제 법정에 선 영상은 출연진을 단체로 충격에 빠트렸다. “‘당신을 묶고 성관계를 할 것’이라고 했다. 벨트를 가져다가 목을 졸라 죽였다”며 범행을 세상에 자랑하듯 자백해 스튜디오는 깊은 분노로 적막이 흘렀다는 전먼이다. 이에 서장훈은 “왜 당당하게 얘기하느냐”고 분노하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권일용 교수는 B.T.K의 파렴치한 사고방식을 보고 성착취 촬영물을 유통해 국내를 충격에 빠트린 N번방 주범 조주빈 사건을 떠올렸다. “조주빈이 검거 전 ‘한 여성을 너희 방송국에서 추락사 시키겠다’고 협박을 했다”며 사건의 주도권을 본인이 갖고 있는 것처럼 오만함을 드러낸 사실도 공개했다.더 강력하게 돌아온 사건과 수준 높은 추리가 기대되는 ‘풀어파일러3’는 오는 29일 오후 8시 AXN과 TVasia Plus에서 확인할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6.23 14:36
영화

[IS리뷰] ‘라방’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리얼한 경종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n번방 사건’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 영상이 해외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공유·판매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말한다. 수면 위로 드러남과 동시에 사회에 공분을 일으켰다. 이후 관련 법이 정비되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실상이다.최주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라방’은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다. ‘n번 방 사건’의 유포지가 메신저라면 ‘라방’은 인터넷 방송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라방’은 대한민국에 끊이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에 경종을 울린다. PD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 동주(박선호)는 우연히 자동으로 열린 링크를 통해 보게 된 몰카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수진(김희정)을 목격하게 된다. 이 라이브 방송은 아티스트 콜렉터 젠틀맨(박성웅)이 그를 추종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특별히 기획된 방송. 동주는 몰카 라이브 방송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젠틀맨과 필사의 대결을 펼친다.동주는 극 초반부터 수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젠틀맨은 일정 금액 이상을 후원한 시청자에게만 라이브 방송을 보여주겠다고 압박하고, 동주는 이 과정에서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수백만 원의 대출을 받는 등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박성웅은 정체불명의 라이브 방송 진행자 젠틀맨으로 변신했다. 젠틀맨은 카메라 앞에서 수진의 몰카를 걸고 동주를 협박하고 조롱하고 희롱한다. 그동안 액션 장르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던 박성웅이 이번엔 의자라는 한정된 곳에서 연기를 선보이는데 절로 분노가 치밀 만큼 호연을 펼쳤다. 동주 역의 박선호는 폭넓은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동주는 극 초반부터 끝까지 전개에 따라 감정이 수시로 변화하는데, 박선호는 캐릭터의 떨리는 눈빛과 몸짓 등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낸다. 여자친구 수진 역의 김희정은 초반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정신을 잃는다. 중요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연기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 아쉬운 느낌이 든다. ‘라방’은 단순히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한 내용이 아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걸 널리 알리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만 이 작품은 실제 사회적인 문제를 다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그려내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앞서 최주연 감독은 연출 의도에 대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주제라서 고민이 많았다”며 “시나리오 작업할 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썼고, 실제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말처럼 ‘라방’은 죄의식 없이 라이브 방송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역설적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작품의 완성도는 높진 않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전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작품이다.오는 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90분.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6.15 06:15
드라마

‘모범택시2’ 이제훈 “‘제임스본드 007’ 시리즈처럼 계속 갔으면” [IS인터뷰]

“‘모범택시’라는 이야기가 계속 쓰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출연을 하지 않아도 ‘제임스본드 007’ 시리즈처럼 작품 속 무지개운수의 이야기가 쭉 이어졌으면 해요. 김도기가 나중엔 나이를 먹고 힘이 없어서 액션을 못하게 된다면 다른 인물이 도기를 대신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웃음)”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성공적으로 시즌2를 마무리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최종회는 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흥행의 중심엔 주연 배우 이제훈이 있다. 시즌1에 이어 무지개운수 택시기사 김도기 역을 맡은 그는 다양한 ‘부캐’로 변신해 악당들을 시원하게 응징했다. 17일 일간스포츠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종영 인터뷰에서 이제훈은 “내 대표작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촬영 기간을 포함해 7개월 여간 ‘모범택시2’와 함께 했던 이제훈은 소회를 묻자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많이 울었다”며 “여태까지 고생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잘 마무리돼서 좋다. 시즌1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시즌2를 한다고 했을 때 너무 너무 기뻤는데 또다시 무지개운수 팀원들과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는 게 감개무량했다”고 답했다. “한편으로는 시즌1이 큰 사랑을 받아서 시청자의 만족도를 시즌2가 채워줄 수 있을지 걱정이 컸어요. 이번에 감독님, 촬영감독님 등 스태프들이 새롭게 와서 시즌1의 기운을 잘 이어받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됐는데 이렇게 시즌2가 많은 분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니까 얼떨떨해요. 방송이 엊그제 끝났는데 축하를 많이 받았죠. 끝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모범택시2’는 작품 방향성에 대한 견해 차이로 시즌1에서 중도 하차했던 오상호 작가가 다시 집필을 맡았고 시즌1의 박준우 PD 대신 이단 PD가 연출을 맡았다. 새로운 제작진과 힘을 합쳐 시즌1의 인기를 이어받아야 하는 만큼 주연배우로서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터다. 각본, 연출, 제작 경험도 있는 이제훈은 시즌2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시즌1의 인기 요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적극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즌1의 구성과 배경, 이런 것들이 시즌2를 만들 때 새롭게 리뉴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시즌1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 의미, 이런 포맷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동시에 무지개운수가 움직이는 공간 등이 시즌1과 같아야 하고 시그니처 음악, 레트로적 분위기를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작진이 그걸 동의해줘서 감사하죠.”이러한 바람처럼 시즌2는 시즌1과 비교해 범죄 오락물 장르에 더 무게중심을 두면서 더 가벼운 분위기에, 더 시원한 복수를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n번방’, ‘파타야 공대생 살인 사건’, ‘사이비 종교’, ‘버닝썬 게이트’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사회 사건들을 녹여내 작품의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 이제훈은 시청자들이 ‘모범택시2’의 사적 복수에 열광한 이유에 대해 실제 법적 심판과 대중의 정서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언급했다. “현실에서 벌어진 일들이 ‘법의 심판을 제대로 잘 받았느냐’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못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래서 ‘모범택시2’가 판타지, 허구인데도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사건들이 적법하게 해결되고 법의 심판을 받을 때 대중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드라마에 잘 반영되지 않았나 싶어요.”이제훈은 시청자들에게 받았던 피드백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언급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척박하고 갑갑한 순간들이 많은데 드라마를 통해 뭔가 해소되고 통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사했어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 다뤘던 사건에 같이 분노도 해줬는데, 동시에 그런 나쁜 일과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내가 겪지 않은 일이니까 나와 상관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여기면서 지나갔던 게 있었는데 ‘모범택시’에 출연하면서 피해자들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사회적 사건에 더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모범택시2’는 한 에피소드당 2화로 구성해 다양한 복수의 내용을 지루할 틈 없이 담아냈다. 그 과정에서 이제훈은 과묵하면서도 진중한 성격이지만 복수 대행을 할 때는 ‘왕따오지’, ‘죄수도기’, ‘농부도기’, ‘사랑꾼도기’, ‘무당도기’ 등 화려한 ‘부캐쇼’를 선보이며 한없이 가벼워지고 망가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로 인해 ‘N도기’라는 애칭까지 얻은 이제훈은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부캐’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특히 5~6회에서 극중 고은이(표예진)와 알콩달콩한 신혼부부를 연기한 부분을 언급하며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웃었다. “대본에는 대사 정도만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설명이 없었어요. 신혼부부의 달달함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케미를 만들어 내려 했죠. 제가 전작들에서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모습을 거의 보인 적이 없는데 이제서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어요. 사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를 정말 진하게 하고 싶은데 제게 주어진 대본들 중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계속 장르물만 하게 되네요. 이런 제 모습을 저 또한 매우 답답하게 생각해요.(웃음) 그래서 신혼부부 에피소드를 더 열정적으로 촬영했던 것 같아요.” 이제훈은 ‘모범택시2’에서 신혼부부 콘셉트뿐 아니라 매번 다른 옷을 입듯 ‘부캐’를 연기하면서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줬다. 이러한 호평에 이제훈은 “도기는 꽤 조용한 성격이다 보니 ‘부캐’로 캐릭터 변주가 극단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데 시청자들이 어색해 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고 오히려 신나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배우로서 기쁘다”고 전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4.18 06:15
연예일반

‘모범택시2’ 흥행 비결..시청자들은 왜 ‘복수’에 열광할까②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OK.”실제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며, 매 회마다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드라마가 있다. 종영을 향해 달려가는 SBS ‘모범택시2’의 이야기다.‘모범택시2’는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복수극’의 새로운 지평을 확대하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모범택시2’만의 복수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세부적인 장르는 다를지라도 대한민국에서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언제나 화제가 되곤 했다. 최근 엄청난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부터 JTBC ‘재벌집 막내아들’, ‘부부의 세계’, SBS ‘천원짜리 변호사’, ‘아내의 유혹’까지 각기 다른 복수의 대상과 스토리로 몰입감을 이끌어내면서 입소문을 탄 작품들이다.다만 일반적인 드라마는 ‘복수’라는 큰 틀 안에서 성장, 로맨스 등 여러 감정선과 스토리를 복합적으로 보여줬다면 ‘모범택시2’는 오로지 ‘복수’에만 초점을 맞추며 하나의 사건이 아닌 여러 개의 사건과 인물이 등장한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일반 드라마는 1화에서 주인공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서사로 시작된 후 갈등과 위기를 반복하다 마지막회에서 마침내 복수에 성공한다. 반면 ‘모범택시2’는 한 에피소드당 2화로 구성돼 다양한 복수의 내용을 다루면서, 늘어지는 전개 하나 없이 가해자가 완벽하게 응징당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가상의 주제 또한 인상적이다. ‘모범택시2’는 ‘n번방’(1회), ‘파타야 공대생 살인 사건’(1·2회), ‘아동학대’(5·6회), ‘사이비 종교’(7·8회), ‘대리 및 음주 수술에 의한 의료사고’(9·10회), ‘버닝썬 게이트’(11~14회) 등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사건들을 재구성했다. 특히 버닝썬 게이트의 경우 클럽 이름은 ‘블랙썬’으로, 극중 아이돌 그룹 리더의 이름은 ‘빅터’로, 홍콩 대부업체 큰손은 ‘YN엔터 양사모’로 등장시켜 패러디 장르를 오가는 유쾌함까지 선사했다.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 등 ‘모범택시2’의 인기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큰 통쾌함을 선물해주는 것이 ‘모범택시2’의 가장 큰 시청 포인트로 분석된다. ‘모범택시2’는 사연을 가진 평범한 개인의 의뢰에서부터 사건을 쫓기 시작해 가해자들을 단순한 법적 처벌을 받게 만드는 것이 아닌, 철저한 최후를 맞이하게 만든다. 특수부대 출신 김도기(이제훈)는 곧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될 불법방 공유방 운영자들을 ‘교도관 폭행 및 탈옥범’으로 만들어 무기징역을 받게 만들거나, 아파트 청약 가점을 위한 불법 입양에 어린아이들을 이용한 가해자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아이들을 구출해낸다. 또 지난 8일 방영된 14회에서는 성폭행까지 일삼는 ‘블랙썬’ 단톡방 멤버들을 향해 단죄를 예고한 상황이다.현실에서는 답답하고 억울한 사례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공권력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모범택시2’ 주인공들은 가해자들에게 날카로운 심판의 칼날을 들이민다. 이 과정에는 폭력과 같은 ‘불법적’ 요소가 난무하지만 나쁜 짓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똑같은 범죄로 응수하는 것이 도리어 공평하게 느껴진다. 어디까지나 가상의 스토리기에 가능한 대리만족으로, ‘모범택시2’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시청자들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범택시’는 실제 사건으로 과감하게 에피소드를 구성한다”며 “그 에피소드가 우리 사회에 어떤 충격을 줬고, 어떻게 극복돼야 하는지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몰입감도 커지고 응원도 동반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4.11 08:01
프로야구

[한민희의 Law&Rule]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서준원, 프로로서 책임져야

지난 주 프로야구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 투수 서준원이 지난해 8월경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신체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보도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때까지 구단에 알리지 않았고, 최근까지 시범경기에 등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서준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고 한다)」을 위반하여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 「청소년성보호법」에서 말하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같은 법 제2조 제4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5호). 여기서 말하는 ‘아동·청소년’은 만 19세 미만의 사람이다. 이러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수입 또는 수출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1항).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은 과거에 아동·청소년성이용음란물로 규정됐는데,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면서 명칭을 개정했다. 필자는 직업상 이런 사건을 접하는데, 이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상대방이 아동·청소년인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아동·청소년인지 전혀 몰랐다면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진정으로 몰랐는지에 대해서는 주고받은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피는 만큼 성인으로 확신할 정도여야 할 것이다.둘째, 상대방이 동의하여 전송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 범죄는 아동·청소년의 동의가 있어서 인정되고, 오히려 강압이 있었을 경우 가중처벌된다. 셋째, 전송받은 사진을 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제작’에 해당하는지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제작’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촬영하여 재생이 가능한 형태로 저장할 것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등으로 책임을 지는 것’, ‘피해자인 아동ㆍ청소년의 동의 여부나 영리목적 여부를 불문함은 물론 해당 영상을 직접 촬영하거나 기기에 저장할 것을 요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판시했다(헌법재판소 2018헌바46 결정). 즉 아동·청소년에게 신체사진을 찍어서 전송하게 한 것은 ‘제작’에 해당한다. 서준원의 혐의에 대해, 롯데는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방출했다. 표준 야구선수계약서는 ‘선수는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하여 법률상 규정된 성폭력, 성희롱을 저질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제3조 제10항), 구단은 선수가 이를 위반하여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저지른 경우 총재의 승인을 얻어 선수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24조 제3항 제3호). 롯데의 결정은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했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의 상벌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는데,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명시적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규약 제151조 ‘기타’에 ‘이 표에서 예시되지 않은 품위손상행위를 하였을 경우 이 표의 예에 준하여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된 것을 고려하면, ‘성폭력’에 준하여 제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의 형량을 반영하면, ‘성폭행, 성추행’과 같은 ‘영구,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실격처분’의 제재가 예상된다.서준원은 기소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다. 피고인으로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법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든 적어도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신뢰를 훼손한 책임은 반드시 지게 될 것이다.변호사 한민희 법률사무소 (사법연수원 44기) 2023.03.29 09:30
연예일반

‘유포자들’이 담아낸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추악한 이면 [종합]

N번방, 버닝썬 사건. 결코 행해져서는 안 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유포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이달 극장가에 걸린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유포자들’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홍석구 감독을 필두로, 배우 박성훈, 김소은, 송진우, 박주희, 임나영이 자리해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히며 영화의 의미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유포자들’은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서 행해지는 사이버 폭력,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실체를 담은 작품이다.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을 영화 속 인물들을 따라가며 들여다본다. 메가폰을 잡은 홍석구 감독은 이번 작품이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홍 감독은 “첫 스크린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큰 화면으로 편집본을 오늘 처음 봤다”며 개봉을 앞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를 시작한 계기 또한 드러냈다. 홍 감독은 “원래는 단막극 대본이 있었다”면서 “한 여자의 미러링에 관한 복수극을 영화로 업스케일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뉴스에서 계속 볼 수 있는 사건을 담으면 어떨까 싶었다”고 소상히 설명했다. 특히 영화는 박성훈부터 김소은, 송진우부터 박주희, 임나영까지, 충무로 블루칩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먼저 자신의 모든 비밀을 강제 잠금해제 당한 남자 도유빈 역에는 지난해 KBS1 시네마 남자 부문 수상을 거머쥔 배우 박성훈이 분한다. 박성훈은 이날 영화를 처음 본 소감으로 “감독이 계속 엄살을 부려서 기대를 낮춘 상태에서 영화를 봤다”며 “오히려 감독에게 잘 만들었다고 화를 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기획 단계부터 함께 나눈 기획 의도가 잘 살아서 만족스럽게 봤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캐릭터 설득력을 위해 고민한 지점 또한 밝혔다. 그는 “100분 동안 유빈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데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소유하고 있으며 결혼 직전에 클럽을 가는 이 인물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그 지점에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도유빈의 약혼녀이자 비밀을 의심하는 여자 임선애 역에는 KBS2 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로 활약하고 있는 김소은이 열연했다. 김소은은 “여름에 촬영해서 고생을 많이 했고 특히 박성훈이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 김소은에게도 ‘유포자들’의 의미는 남달랐다고. 김소은은 “그동안 캔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처음으로 부잣집 연기를 하는 거라 작품의 의미가 남달랐다”며 “외모, 메이크업, 자세, 걷는 느낌 등의 연구를 많이 해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도유빈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추격하는 공상범 역에는 배우 송진우가, 박주희는 진실을 좇는 선생님 상희 역으로, 걸그룹 IOI 출신 배우 임나영이 사건의 비밀을 손에 쥔 여자 다은으로 변신한다.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박성훈은 “진흙탕에서 찍은 장면이 매우 더운 날이었다”며 “벌판에 있는 수돗가에서 속옷만 입은 채로 호스기로 씻은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소은은 “웨딩드레스를 입는 장면에서 스태프들이 너무 빤히 쳐다봐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성범죄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누구든 영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라며 “영상을 찍는 행위가 매체가 달라지면서 어떤 식으로 왜곡되고, 사회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싶어서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단순 복수보다는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을 긴 시간 속에 담고 싶었다는 홍 감독. 스토리를 구상하며 관련된 사건을 취재한 당시도 회상했다. 홍 감독은 “N번방 사건에 착안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 같다”며 “과거에 (한정된) 사건도 아니고 미래에도 있을 수 있는 사건 같아서 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게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홍 감독은 취재도 당연히 많이 했다며 “어떤 사건의 디테일이라든지 재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통해서 누구나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 한정된 이야기이지 않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만들려고 했다”며 실제 사건을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에서 감독으로서 노력한 지점에 관해 언급했다. 조금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만큼 ‘유포자들’의 무게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홍 감독은 “소재 자체가 너무 무거워 다큐의 무게 만큼 넣어야 할지, 이야기 자체로서의 성격에 초점을 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너무 가볍게 다뤄도 ‘소재를 활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너무 무겁게 하면 ‘왜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서 만들었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범죄를 재현하거나 주제를 무겁게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배우들 또한 ‘유포자들’을 통해 관객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박주희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책임감을 갖고 찍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박성훈은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유포하고 시청하는 이들, 디지털 성범죄에 아예 관심 없는 이들까지 보고 나서는 생각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영화이지 않나 싶다”고 예고했다. 홍 감독은 “여러 가지 주제가 강한 이야기이지만 도유빈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디지털이라는 환경이 개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개인을 굉장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디지털의 양면성을 (영화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는 오는 23일 극장 개봉된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2022.11.14 19:34
IT

"해외 플랫폼 불법 촬영물 국내의 32배…n번방 방지법 회피 꼼수"

구글 등 해외 플랫폼에서 적발한 불법 촬영물이 국내 플랫폼의 30배가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해 시행한 'n번방 방지법'을 해외 플랫폼들이 국내 대리인 제도로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도 업체별 신고삭제 요청 통계'에 따르면 구글과 트위터가 삭제한 불법 촬영물은 각각 1만8294건(66.3%), 7798건(28.3%)으로 집계됐다. 해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삭제 요청은 2만9699건으로 국내 플랫폼(916건)의 32배에 달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94건, 169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불법유해정보가 범람하는데도 해외 기업들은 국내 대리인 제도를 악용하고 있어 향후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구글은 '디에이전트',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에이전트코리아'를 각각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두 법인 모두 동일한 주소를 사용하는 등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주장이다. 트위터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식 의원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각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불법유해정보를 자정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유명무실화된 국내 대리인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9.29 15:42
연예일반

잔인함에 별점 매기는 OTT 다큐 속 실제 범죄 [TV, 범죄도시②]

미디어 세상이 그야말로 범죄 전성시대다. 방송사들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드라마는 범죄자에게 그럴싸한 서사를 부여하거나 ‘다크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범법행위를 정당화한다. 범죄의 내용을 심도 있게 탐구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다큐멘터리는 때로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로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딜가나 범죄가 나오는 TV는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범죄도시가 된 듯하다. 일간스포츠는 ‘TV, 범죄도시’ 3부작을 통해 범죄가 오락거리로 전락한 현 상황을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 넷플릭스가 5월 18일 새로운 실제 범죄 기반의 한국 오리지널 다큐를 내놓는다. 넷플릭스의 선택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N번방 사건’이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N번방 사건을 맞닥뜨린 기자, PD, 경찰 등 24명을 인터뷰해 범죄 실체를 밝히며 가해자들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과정을 다룬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부터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리턴 투 스페이스’ 등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다큐 제작에 뛰어들며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큐들은 전보다 가벼운 소재와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상투적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큐의 명가로 부상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홈에는 ‘실제 범죄 다큐 시리즈’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범죄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오리지널도 다수다. 이 작품들은 높은 시청 순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가 만들어내는 실제 범죄를 재구성한 다큐들은 ‘적나라함’을 선택했다는 특징을 가진다. 범죄 사건을 다뤘던 기존 프로그램들보다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게 범죄 현장을 그리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레인코트 킬러’)는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일선 형사들과 권용일 프로파일러,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의 전문가들, 피해 유가족의 인터뷰를 통해 추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다. 이 다큐는 방대한 인터뷰와 함께 유영철의 1인칭 관점으로 사건을 재연한 방식을 채택했다. 유영철이 직접 한 말을 읊은 내레이션은 그가 피해자를 골목길에서 따라가고 살인을 재연하는 장면 위로 깔리며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현장 사진의 혈흔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적나라함은 ‘레인코트 킬러’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이블 지니어스’는 2003년 미국에서 벌어진 잔인한 은행 강도 사건, 피자 배달부 브라이언 웰스의 살인 사건을 다뤘다. 모두 4편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뉴스 자료 영상과 실제 용의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블 지니어스’에는 목에 시한폭탄이 설치된 피해자가 경찰과 대치하던 상황에서 폭탄이 터져버리는 장면이 그대로 나온다. 피해자의 음성과 당시 장면이 여과 없이 드러나며 심지어 여러 차례 반복해 보는 이에게 충격을 안긴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은 잔인하기로 손꼽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중 하나다. 새끼 고양이 2마리를 진공 압축팩에 넣고 죽이는 영상을 올린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네티즌 수사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다큐는 충격적인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고양이를 압축팩에 넣어 죽이는 장면, 이후 죽은 고양이를 가지고 노는 장면을 고스란히 공개했다. 겉으로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를 위해 사용된 영상들이 지나치게 잔인한 수위라 지적을 받았다. 그간 영화나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실제 범죄 기반의 다큐들은 저널리즘의 성격을 가져왔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공개수배에 활용되거나 미제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 경우도 많다. 방송 심의 기준에 의거, 모방의 가능성을 고려해 범죄의 과정이나 범죄 조직의 활동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는 것도 실제 사건을 다룬 기존 다큐의 특징이다. 그러나 ‘레인코트 킬러’, ‘이블 지니어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를 포함한 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에서는 잔인한 범죄 현장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다큐 추천 코멘트들을 보면 이러한 범죄 다큐멘터리들의 잔인함에 별점을 달아 놓은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범죄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과연 그 부작용을 뛰어넘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는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지점이다. 이렇듯 지나치게 잔인한 범죄 현장을 담은 다큐의 등장은 시청자로 하여금 실제 범죄 현장이나 재연 장면을 단순한 공포 자극의 콘텐트로 소비하게 할뿐더러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OTT 오리지널 다큐들의 실제 범죄를 다루는 과정이 다큐의 사회적 가치라는 본질을 흐리고, 사건을 범죄자 중심으로 서술해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지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서가연 인턴기자 2022.04.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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