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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한국 국대에 밀린 선수에게 주전 빼앗긴 일본 국대...'9000만 달러' 사나이의 추운 봄

일본 야구 대표팀 주전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1·보스턴 레드삭스)는 올 시즌 험난한 주전 경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소속팀 보스턴 레드삭스가 치른 9경기 중 5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달 28·29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전뿐이다. 4월 19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까지는 꾸준히 선발로 나섰다. 타율은 0.221에 불과했다. 이후 출전이 출었다. 26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선 대타로 나서 땅볼로 물러난 뒤 대수비로 교체됐다. 28일 컵스전에선 안타 4개를 치며 반등했고, 이튿날 경기도 나섰지만, 1·2일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3연전 1·2차전에서 또 결장했다. '코리안 빅리거'이자 지난해 3월 서로 덕담을 주고 받은 이정후와의 대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요시다는 올 시즌 지명타자로만 21경기(20선발)에 나섰다. 지난 시즌(2023) 713과 3분의 1이닝 나섰던 좌익수로는 교체 출전해 1이닝만 소화했다. 주 포지션은 외야수지만, 현재 소속팀에서 요시다는 지명타자 자원이다. 실제로 MLB닷컴 보스턴 뎁스 차트에서도 개럿 쿠퍼와 함께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스턴 외야진 경쟁은 요시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수비 경쟁력이 부족한 요시다는 타격 능력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하지만, MLB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뿐 아니라 영건에게도 밀리고 있다. 현재 보스턴 외야진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타자는 타일러 오닐이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뛰었던 2021시즌, 그를 지원한 주전 좌익수였다. 타율 0.286·34홈런을 기록했고, 외야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오닐은 지난해 12월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2022~2023시즌 부상에 시달린 오닐을 전력 외 선수로 봤다. 당시 주전 전력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 내야수로 뛰었던 토미 에드먼, 일본 대표팀을 뛰었던 라스 눗바 그리고 팀 내 넘버원 유망주였던 조던 워커를 주전 외야진으로 봤다. 결국 보스턴으로부터 유망주 투수 닉 로버트슨과 빅터 산토스를 받고 오닐을 내줬다. 오닐은 올 시즌 보스턴뿐 아니라 아메리칸리그(AL)에서도 가장 뜨거운 타자다. 1일 기준으로 출전한 21경기에서 타율 0.320 9홈런을 기록했다. 거너 핸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에 이어 홈런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세인트루이스 눗바와 워커는 1할 대 타율에 그치고 있고, 에드먼은 부상으로 올 시즌 출전이 없다. 보스턴 다른 외야진도 최근 페이스가 좋다. 한국계 미국인 롭 레프스나이더가 4월 중순부터 출전 기회를 많이 얻었고, 10경기에서 타율 0.379를 기록하며 요시다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베네수엘라 국적 빅리그 데뷔 2년 차 윌리어 아브레우도 3할(0.316) 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1일 기준으로 홈런은 2개뿐이지만, 2루타 8개, 3루타 1개를 치며 5할(0.526) 대 장타율을 기록했다. 지명타자 자리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 팀 간판타자 라파엘 데버스도 지난달 27일 컵스전에 지명타자로 나섰다. 현재 요시다는 붙박이 지명타자로도 보기 어렵다. 외야 경쟁은 타격 성적으로도 밀리고 있다. 올해 1월 스토브리그 기간 요시다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9000만 달러(기간 5년) 몸값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요시다의 입지는 1월보다 더 좁아졌다. 일본 매체는 1일 요시다가 왼손 엄지손가락 문제로 MRI 촬영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상자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경쟁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앞서갈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5.02 17:25
프로농구

KCC 챔프전 선착…’부산 남자’로 부활한 라건아 쇼타임 [IS사직]

부산 KCC가 2023~2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KCC는 2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원주 DB를 80-63으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정규리그 1위 DB는 4강에서 1승만을 챙기고 시즌을 마쳤다. KCC는 프로농구 최초로 정규리그 5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팀이 됐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장외 논란으로 분위기가 날이 선 채 이뤄졌다. 지난 3차전에서 DB는 KCC에 유리한 심판 콜이 계속됐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심판설명회 개최를 요청했다. 김주성 DB 감독은 판정과 관련해 말을 아꼈고, "선수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집중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KCC 전창진 감독은 경기 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판정 덕분에 이겼다는 말이냐”며 선수들이 예민해졌고, 신경쓰지 말고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고 했다. KCC는 4차전에서 경기력으로 DB를 압도했다.먼저 전반에 라건아의 쇼타임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KCC 쪽으로 확 기울어졌다. 김주성 DB 감독은 “KCC가 정규리그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라건아의 활동량이다. 수비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DB는 4차전에서 라건아를 효과적으로 막는데 실패했다. 라건아는 4차전에서 17점 17리바운드에 블록을 6개나 성공시켰다. 골 밑으로 들어오지도 말라는 듯한 포스트 활약이 계속되면서 2쿼터가 KCC의 38-32 리드로 끝났다. 라건아는 2019~20시즌 KCC 유니폼을 입은 후 올 시즌을 포함해 5시즌간 평균득점 10점대를 기록했다. 과거 2014~15시즌부터 2019~20시즌 도중 KCC로 이적하기 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삼성에서 뛸 때는 매시즌 20점대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에이징 커브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라건아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 평균 24.3점을 퍼부으며 전성기의 라건아로 돌아간 듯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KCC가 올 시즌 부산으로 연고를 옮긴 후 단기전에서 맹활약하는 '부산 사나이'로 거듭난 모습이다. 3쿼터 KCC는 무서운 기세로 DB를 몰아쳐 사실상 승리를 예약했다. 3쿼터 초반 KCC의 공격이 4차례 연속 실패했는데, 이걸 4번 연속 리바운드로 공격권을 빼앗기지 않았던 게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송교창과 이호현의 연속 공격이 성공하고 선수들의 고른 득점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점수 차를 10점 이상으로 벌렸다. KCC는 어디를 막아야 할지 어려울 정도로 전 선수가 고르게 터졌다. 라건아를 포함해 송교창(14점), 최준용(10점), 알리제 드숀 존슨(10점), 허웅(14점)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DB는 KCC의 집요한 수비에 막힌 '에이스' 디드릭 로슨이 부진한 게 뼈아팠다. 로슨은 이날 2~3쿼터 무득점에 그쳤다. DB의 빅맨 김종규는 16분50초를 뛰고 5반칙으로 물러났고,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다. 4강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강상재는 4차전에서 분위기를 바꿀 만한 결정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산=이은경 기자 2024.04.21 19:57
프로축구

추가시간의 사나이 vs 작은 거인…뜨거운 남자들 발끝에 ‘1위’ 달렸다

돌풍의 두 팀이 만난다. 포항 스틸러스와 김천 상무가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포항과 김천은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8라운드를 치른다. 선두 포항(승점 16)과 2위 김천(승점 15)의 만남은 ‘승점 6’ 짜리 대결이다. 무엇보다 3위 울산 HD(승점 14)의 8라운드 일정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일정 때문에 순연된 터라 두 팀에는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이기도 하다. 양 팀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다. 첫 맞대결에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박태하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은 세간의 우려를 비웃듯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적을 옮기면서 포항을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기우였다. 박 감독의 빼어난 분석과 전술이 이미 빛을 보고 있고, 선수들은 날개를 달았다. 현재까지 공수 밸런스(7경기 13골 6실점)가 가장 좋은 팀이란 평가를 받는다. K리그 정상급 자원들이 즐비한 ‘승격팀’ 김천은 지난해 정정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약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군 팀 특성상 선수들의 입대와 전역이 반복되면서 쌓아놨던 조직력이 무너지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올 시즌 꽤 안정화된 형세다. 김천은 울산 HD전(2-3 패) FC서울전(1-5 패) 등 패한 두 경기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경향도 있었는데, 최근 2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두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선수는 K리그 득점 4위 정재희(포항)와 3위 김현욱(김천)이다. 둘의 발끝에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정재희는 ‘추가시간의 사나이’다. 지난 시즌부터 경기 막판에 극적인 골을 자주 터뜨린 포항은 올 시즌에도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정재희가 있다. 정재희는 올해 터뜨린 4골 모두 후반 추가시간에 기록했다. 포항은 정재희가 골 맛을 본 경기는 모두 이겼다. 그의 4골 중 3골은 승부를 가른 득점일 만큼 순도가 높다. 7경기에서 5골을 몰아친 김현욱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1m 60cm의 작은 신장에도 거구의 수비수 사이에서 기민한 움직임과 빼어난 위치선정으로 득점을 낚아채는 데 일가견이 있다. 지난 13일 제주 유나이티드전(2-0 승)에서도 순간적인 방향 전환 후 정교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3월의 선수상 후보 4인에 오르기도 한 정재희와 김현욱은 4월에도 뜨거운 발끝을 과시하고 있다. 김희웅 기자 2024.04.20 06:47
메이저리그

'5890억원의 사나이' MLB 홈런 1위인데 6년 만의 한 경기 2도루···잘 치고 잘 달린다

'홈런 1위'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6년 만에 한 경기에서 도루 2개를 기록했다. 트라웃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2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트라웃은 0-2로 뒤진 6회 선두 타자 볼넷으로 출루해 2루, 3루 도루에 연속 성공했다. 트라웃이 한 경기에서 도루 2개를 기록한 건 2018년 7월 2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트라웃은 MLB를 대표하는 강타자다. 에인절스와 12년 총 4억 2350만 달러에 계약,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와 7억 달러에 계약하기 직전 MLB 최고 몸값을 자랑했다. 트라웃은 올 시즌 잘 치고 잘 달린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8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르셀 오즈나와 함께 MLB 홈런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도루는 5개다. 2012년 NL 도루왕(49개) 출신의 트라웃은 2019년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4시즌 동안 도루는 1개-2개-1개-2개뿐이었다. 트라웃의 이날 도루 2개는 귀중한 득점으로 연결됐다. 트라웃은 후속 테일러 워드 타석에서 2루에 이어 3루까지 훔쳤고, 1사 후 미겔 사노의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1-2로 졌다. 트라웃이 올린 득점이 유일했다. 이형석 기자 2024.04.19 19:49
메이저리그

김하성 맞아? 송구 실책·태그 미스→실점 연결, SD 역전패 빌미

2023 메이저리그(MLB) 골드글러브 수상자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실책 2개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김하성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4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3연전 3차전에 5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앞선 2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던 그는 5회 초 1사 1·3루에서 적시타를 치며 2-0 리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8회 말 태그 플레이 과정에서 실책을 범하며 역전과 팀 패전 빌미를 제공했다. 앞서 송구 실책까지 범하며 김하성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김하성의 첫 실책은 KBO리그 무대 팀메이트였던 이정후의 타석에서 나왔다. 6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정후가 투수 맷 월드론의 바깥쪽 싱커에 95마일(152.8㎞/h) 강습 타구를 만들었고, 김하성은 이 타구를 잘 잡아냈다. 하지만 송구가 벗어나고 말았다. 김하성의 실책으로 출루한 이정후는 결국 홈을 밟았다. 샌프란시스코는 후속 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안타, 마이클 콘포토가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를 만들었다. 김하성은 이 상황에서 맷 채프먼이 친 느린 타구를 숏바운드로 잡아 2루 송구, 선행 주자를 잡아내는 좋은 수비를 보여줬지만, 그사이 이정후가 득점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2, 1점 차로 추격한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8회 말 수비에서 다시 아쉬운 수비를 보여줬다. 1사 1·3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콘포토가 1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쳤고, 샌디에이고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공을 잡고 재빨리 1루를 밟은 뒤 정확히 2루 커버에 들어간 김하성에게 송구했다. 포구까지는 매끄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김하성은 2루로 다가온 1루 주자 호르헤 솔레어를 태그한 뒤 공을 놓치고 말았다. 수비 방해를 어필했지만, 심판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어 나선 타자 채프먼이 투수 쟈니 브리토를 상대로 적시타를 치며 3-2로 앞섰고, 9회 초 등판한 마무리 투수 카밀로 도발이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했다. 김하성은 2023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다. 마이크 실트 신임 감독에게 수비력을 인정받은 그는 기존 주전이자 몸값 2억8000만 달러 사나이 젠더 보가츠를 밀어내고 올 시즌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를 차지했다. 그런 김하성이 '후배' 이정후 앞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8 07:33
메이저리그

4397억원 사나이의 MLB 첫 승, "적응 마치면 최고의 투수 될 것"

'3억2500만 달러(4397억원)의 사나이'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승을 따내자 사령탑과 동료의 찬사가 이어졌다. 야마모토는 7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4-1로 앞선 6회 마운드를 넘긴 야마모토는 그대로 팀이 이겨 빅리그 데뷔 3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배터리 호흡을 맞춘 수비형 포수 오스틴 반스는 "앞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5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서도 좋은 투구를 했다"면서 "오늘은 굉장히 훌륭한 투구였다. MLB에 좀 더 적응하면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루수 맥스 먼시는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즐겁다"고 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출발을 다소 좋지 않았지만 5회까지 80개의 공을 던졌을 때도 (컨디션이) 좋았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1~2회 연속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넘겼고, 3~5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크레이그 카운슬 컵스 감독은 "변화구 제구력이 훌륭했다. 효과적인 4가지 구종을 지녀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며 "1~2회는 몰아부쳤지만 야마모토가 이후에는 리듬을 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야먀모토는 서울에서 악몽의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21일 '서울 시리즈' 2차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1이닝 4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는 1958년 랄프 마우리엘(3분의 1이닝 3실점) 이후 다저스 선발 투수로는 데뷔전에서 최소 이닝 투구였다. 또한 1901년 이후 다저스 투수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1이닝 이하로 던지면서 5실점 이상을 허용한 것은 야마모토가 최초라고 한다.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야마모토의 부진은) 구위 문제가 아니었다. 커맨드가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야마모토는 데뷔전 1회에만 43개의 공을 던졌으나, 스트라이크 비율이 53.3%(23개, 볼 20개)로 낮았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 투구가 야마모토의 본모습은 아니다"라면서 "커맨드를 회복하도록 도울 것이다.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기대했다. 야마모토는 미국 복귀 후 타일러 글래스노우-바비 밀러에 이어 등판 순서가 세 번째로 밀려났다. 지난 31일 세인트루이스와 홈 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서울 시리즈'와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단 하나의 볼넷 없이 탈삼진 5개를 뽑았다. 경기 도중 비가 많이 내려 잠시 중단되면서 야마모토는 무리하지 않고 교체됐다. 2-0으로 앞선 6회 초 승리 투수 요건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7회 초 불펜진의 5실점 방화 속에 MLB 데뷔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1순위로 꼽히는 야마모토는 세 번째 등판서 첫 승을 따냈고, 이를 기념해 동료들의 맥주 세례를 받았다. 야마모토는 이번 오프시즌 다저스와 12년 총 3억2500만 달러, MLB 역대 투수 최고액에 계약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일본 프로야구(NPB)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사와무라상(최고투수상) 퍼시픽리그 MVP를 독차지했다. NPB 통산 성적은 172경기에서 70승 29패 32홀드 평균자책점 1.82다.야마모토는 이날 경기 후 "시즌은 길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며 "(등판한) 한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야마모토가 점점 자신감을 얻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4.04.07 20:03
프로야구

1할대 백업 내야수의 화려한 변신 '끝내주는 사나이'로···벌써 개인 최다 타점 경신

프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에도 '아쉽다"고 한 통산 타율 1할대 백업 내야수가 이틀 만에 끝내기 홈런으로 "내 야구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웃었다. LG 트윈스 예비역 구본혁(27)의 이야기다. 구본혁은 지난 6일 잠실 KT 위즈전 9회 초 대수비로 나와 9회 말 1사 만루서 이날 첫 타석을 맞았다. 구본혁은 전날 2이닝 무실점을 한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타구가 날아가는 순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동료들은 믿기지 않는 듯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구본혁의 이틀 만에 끝내기 안타 기록을 추가한 것이다.구본혁은 지난 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7-7로 맞선 연장 11회 말 1사 2, 3루에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는 "끝내기 안타는 늘 꿈에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기분이 별로 좋진 않다"고 했다. 구본혁이 친 타구는 1루수 키를 넘어 우선상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구본혁도, 벤치도, 관중도 모두 안타나 파울, 뜬공 아웃을 짐작할 수 없는 타구였다. 그는 "내가 상상해 온 끝내기 타구는 아니었다. 이왕이면 멋있는 타구를 날리고 싶었는데, 단지 결과만 좋았던 거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랬던 구본혁이 이틀 만에 최고의 짜릿한 순간을 만들었다. 통산 2홈런이 전부였던 그가 데뷔 첫 만루 홈런을 끝내기 순간에 터뜨렸다. 구본혁은 2019년(2차 6라운드) 입단한 백업 내야수다. 신인 시절부터 류중일 전 LG 감독에게 수비력을 인정받아 1군에서 활약했다. 다만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타격이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305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인 0.163로 낮았다. 경기 출장 대비 타석 소화(238타석)력이 떨어진 이유다. 구본혁은 상무 야구단에서 복무한 뒤 지난해 11월 전역했고, 염경엽 감독은 구본혁을 내야 백업 1순위로 점찍었다. 최근 백업 내야수 손호영을 롯데 자이언츠로 보내고 투수 우강훈을 받는 트레이드가 가능한 이유였다. 염경엽 감독은 "구본혁이 올 시즌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주전 내야수의 체력 보강 및 컨디션 조절 차원이 필요할 때 구본혁을 내보낼 심산이다. 또한 오지환-문보경-신민재 등 주전 내야수가 모두 왼손 타자여서 오른손 타자 구본혁의 활용폭을 전략적으로 넓히려고 한다. 상대 왼손 선발일 때 '구본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구본혁은 올해 타율 0.429(14타수 8안타)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개막 13경기 만에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점(2020년 7타점)을 경신했다. 구본혁은 "예전에는 이런 찬스에서 스퀴즈 번트 작전이 나오거나 대타로 교체됐을 것"이라며 "상무에서 하체를 이용한 타격 기술을 습득했다. 무엇보다 타석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4.04.07 09:01
메이저리그

3773억원 사나이도 적응이 필요해...김하성에 밀린 보가츠, 송구 정확도 저하

'2억8000만 달러(3773억)' 사나이도 적응이 필요한 것 같다. 팀메이트 김하성에게 주 포지션 유격수를 내준 젠더 보가츠(32)가 연계 플레이에서 빈틈을 보였다.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3-2로 신승을 거뒀다. 1회 말 2사 1·2루에서 나선 김하성이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를 만들었고, 후속 주릭슨 프로파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타점을 올렸다. 2회는 주자를 3루에 두고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가 땅볼로 타점을 만들었고, 4회는 카일 히사시오카가 솔로홈런을 쳤다. 선발 투수 조 머스그로브는 6이닝 1실점 호투했고, 필승조 세 투수는 실점하지 않았다. 이날 선발 포수로 나선 '백업 포수' 히사시오카는 4회 초 세인트루이스의 도루 시도 2개를 모두 막아낸 뒤 이어진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2000년 6월 13일 LA 에인절스 소속 포수 벤지 몰리나가 한 이닝에 도루 저지 2개와 홈런을 친 뒤 24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김하성은 놀란 아레나도가 시도한 이닝 두 번째 도루를 잡는 과정에서 절묘한 포구와 태그로 진기록이 나오는 데 기여했다. 2연패를 끊었고, 마운드의 힘을 보여준 샌디에이고.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선발 2루수로 나선 MLB 대표 내야수 보가츠가 더블플레이를 수행하며 송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 5회 초 1사 1·2루 상황에서 투수 머스그로브가 조던 워커에게 왼쪽 빠른 타구를 맞았지만, 김하성이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주며 포구한 뒤 2루로 송구해 1루 주자를 잡았다. 이어진 상황에서 보가츠가 시도한 1루 송구는 베이스를 크게 벗어났다. 샌디에이고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간신히 발끝을 베이스에 대고 공을 잡았다. 사실상 송구 실책이었다. 8회 초 무사 1·2루 위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투수 완디 페랄타가 폴 골드슈미트를 상대로 좌측 타구를 유도했고, 김하성은 마치 5회 초 수비처럼 빠르게 이동해 포구한 뒤 2루 송구로 1루 주자를 잡았다. 하지만 보가츠의 1루 송구는 바운드가 되며 1루수가 잡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키스톤 콤비는 이어진 상황에서 나온 후속 아레나도의 평범한 타구는 병살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조금 깊숙한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 조금 더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보가츠의 연결 동작이 좋지 못했다. 보가츠는 그야말로 '명' 유격수다. 그는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전에 참가했는데, 당시 각 팀 주전이자 아메리칸리그 대표 유격수들이었던 디디 그레고리우스와 안드렐톤 시몬을 제치고 대표팀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2023시즌을 앞두고 12년 2억8000만 달러 초대형 빅딜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현재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는 김하성이다. 마이크 실트 신임 샌디에이고 감독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시작 직전 보가츠에게 2루수 전환을 통보했다. 김하성이 유격수를 맡는 게 팀 수비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보가츠는 팀을 위해 이를 수락했다. 문제는 그가 아무리 뛰어난 내야수라도 이전(유격수)과 반대쪽(오른쪽)에서 수비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 2013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2루 수비 기록을 만들었다. 심지어 보가츠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2루수는 맡지 않았다. 4일 경기까지 샌디에이고가 치른 9경기에서 77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다. 4일 세인트루이스전처럼 오른쪽으로 쇄도해 공을 받은 뒤 몸을 틀어 송구하는 게 낯설 수밖에 없다. 국내 야구팬은 김하성이 보가츠를 밀어내며 제자리(유격수)를 찾은 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짐나 샌디에이고팬이라면 마냥 웃지 못할 것 같다. 2루수도 키스톤 콤비, 센터라인을 구성하는 한 축이다. 유격수 수비 강화를 위해 보가츠를 낯선 위치에 보낸 실트 감독의 선택은 모험이 될 수도 있다. 보가츠에게 시간이 더 필요한 건 분명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5 07:20
메이저리그

'초인' 오타니도 휴먼이야 휴먼...첫 홈런에 마음고생 끝 "솔직히 안심...멘털도 실력"

"솔직히 일단 한 방이 나오게 돼 안심했다." 투타겸업, 7억 달러의 사나이. 두 차례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 GOAT(역대 최고의 선수) 후보까지. 온갖 발자취에 모범적인 행보를 보였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도 사람은 사람이었다.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올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오타니는 4-3으로 쫓긴 7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샌프란시스코 왼손 투수 테일러 로저스. 마무리 투수 경험이 있을 정도로 노련한 왼손 필승조였다. 왼손 타자에 최근 타격감이 떨어진 오타니에겐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타니는 150㎞/h 싱커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1m 대형 홈런을 쳤다. 발사각 24도, 타구 속도 시속 170㎞/h였다. 아주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로저스의 공은 오타니 기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왔다. 풀히터인 오타니는 이를 당겼는데, 이조차 조금은 늦은 타이밍으로 맞혔다. 그러나 오타니의 힘이 이번엔 이겼다. 파울에 그치던 이전과 달리 이번엔 조금 늦은 타이밍으로도 제대로 당겨 다저스타디움의 오른쪽 외야로 공을 쏘아올렸다.오타니를 후련하게 만든 홈런포였다. 이날은 올 시즌 오타니의 9번째 경기였다. 오타니가 MLB에서 데뷔한 후 가장 늦게 나온 시즌 첫 홈런이다. 3일 경기 후 스포니치아넥스 등 현지 취재진과 만난 오타니는 "꽤 오랫동안 치질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타격 자체도 그렇게 좋지 못했다. 솔직히 일단 한 방이 나오게 돼 안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팀의 한 점 차 승리에 힘을 보탠 데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팀이 5-4로 이겼다. 그 1점으로 이길 수 있었는데, 경기 후반 좋은 시점에서 쳤다는 건 기쁘다. 나뿐 아니라 타선 전체가 상대를 압박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답했다.오타니는 "점차 (타격감은)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지만, 결과로 이어지는지느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홈런이 나와)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배팅 케이지에서도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다. 타격 코치, 데이브 로버츠 감독님, 배팅 투수까지도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이 부분이 어떤 상태다'라며 조정 방법을 포함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지원해주고 있다. 결과는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로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홈런이 나와) 다행"이라고 떠올렸다. 이날 역시 정타는 아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오타니는 "정 타이밍으로 맞지 않고 있는 건 알고 있다. 억지로 조정하는 건 좋지 않다. 장기적으로 볼 때 내 타격 스타일과 멀어진다. 인내하면서 조금씩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기념할 만한 첫 홈런구는 팬의 호의 덕에 돌려받았다. 오타니는 "공을 잡은 팬과 이야기한 결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내게도 특별한 공이라 고마웠다. 모자 2개와 방망이 1개를 보답으로 줬다. 사인도 적었다"고 전했다.변명할 요소는 많았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뛰던 오타니로서는 내셔널리그에서 뛰는 게 낯설 수 있었다. 지난 3월 서울 개막전 도중엔 가장 가까웠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스포츠 도박 스캔들에 연루됐다. 몸 상태도 좋지 못했다. 3일 경기 후 취재진을 통해 감기에 시달렸다는 걸 암시하는 내용도 나왔다.그러나 오타니는 "(감기가) 유행하고 있었다. 최근 많이 좋아졌다"며 "멘털을 핑계대고 싶지 않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내 실력인 것이고, (부족했기 때문에) 성적이 그동안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4 17:23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유쾌한 사나이 리 트레비노, “신(神)도 1번 아이언은 잘 치지 못한다”

프로 골퍼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리 트레비노(Lee Trevino, 1939~ )의 입담 말이다. 그는 데뷔한 이듬해인 지난 1968년에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전성기를 달리던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 1940~ )를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한 것이다. 우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US오픈에서 우승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내가 1967년에 농담을 한 번 했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오픈에서 우승하고 나서 똑같은 농담을 다시 하자 모두 웃었다”라고. 이 말을 듣고 다들 배꼽을 잡았다. 유명해지니 모두가 관심을 갖더라는 말을 이렇게 재치 있게 하다니.그가 라운드 중 말이 많기는 많았나 보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는 정신이 사나웠을 것이 틀림 없다. 라운드 중 말이 많다고 하니 문뜩 뱁새 김용준 프로가 떠오른다고? 오해다. 오해! 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지금은 뱁새 보다 더한 리 트레비노 이야기를 하는 중이니까. 하루는 리 트레비노가 토니 재클린(Tony Jacklin, 1944~ )과 한 조에서 경기를 했다. 토니 재클린은 당시 영국 골프의 희망이었다. 영국 선수가 오랫동안 디오픈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지 못할 때였다. 그 때 혜성처럼 나타나 클라렛저그(Claret Jug)를 영국인의 가슴에 바친 선수가 바로 토니 재클린이다. 클라렛저그는 디오픈챔피언십 우승컵이다. 큰 술잔처럼 생겼다. 토니 재클린도 리 트레비노가 말 많은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같은 조에서 치면서 방해를 받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 토니 재클린은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리 트레비노에게 다짐을 받으려고 말했다. “리, 오늘은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리 트레비노는 바로 되받아 쳤다. “나는 당신이 말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당신은 그냥 듣기만 하면 된다”고. 그날 누가 더 잘 쳤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리 트레비노는 경기 중 번개를 맞은 적도 있다. 지난 1975년 일이다. 당시만 해도 전세계 골프 투어는 과학을 이용한 번개 예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갑자기 번개가 떨어져 리 트레비노와 주변에 있던 여러 사람이 쓰러졌다. 다행히 모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인터뷰 때 그 일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번개가 치면 1번 아이언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외칠 것이다. 신도 1번 아이언을 잘 치지 못한다”라고. 훗날 TV 인터뷰 때 그가 털어놓았다. 실제로 번개가 쳐서 경기를 중단한 날 밖으로 나가서는 이렇게 소리쳤다고. “나는 번개를 맞아도 싸다. 신은 1번 아이언도 잘 치신다”라고. 갤러리를 즐겁게 하려고 한 행동이었다. 이쯤 되면 골프가 아니라 토크 쇼를 진행해도 될 수준이다. 리 트레비노는 잭 니클라우스에게 고무 뱀을 던져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1971년 US오픈 연장전을 시작하기 직전에 그랬다. 연장전 상대는 잭 니클라우스였다. 리 트레비노가 뱀처럼 생긴 것을 백에서 꺼내 잭 니클라우스에게 던졌다. 갤러리는 깜짝 놀랐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잭 니클라우스만 깔깔대며 웃었다. 잭 니클라우스가 대범하다고 감탄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훗날 리 트레비노가 밝힌 전모는 이랬다. 리 트레비노의 아들이 아버지를 놀라게 하려고 고무 뱀을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가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 하자 잭 니클라우스가 한 번 보여달라고 한 것이다. 그날 연장전에서 리 트레비노는 68타를 쳐 잭 니클라우스를 3타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당시에는 연장전을 18홀 한 라운드로 치렀다. 나흘을 치고 연장전 하루를 더 쳐야 했다. 그 뒤로 한 동안은 네 홀 합계 점수로 승부를 가렸다. 지금은 한 홀씩 승부를 가리는 서든 데스(Sudden Death) 방식을 쓰고 있다.이렇게 재치 넘치는 리 트레비노는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그는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 홀어머니와 외조부모 품에서 자랐다. 그는 겨우 다섯 살 때 목화밭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어린이 노동을 금지하지 않았을 때여서 그런 일이 가능했다. 그래도 얼마나 가난했으면 그랬을까? 그는 미 해군에서도 복무했는데 4년 만에 불명예 제대를 당했다. 그의 얼굴에 써있다. 고생을 많이 했노라고. 그런 그가 재치와 유머 감각을 가진 것은 놀랍다. 아마 온갖 고난을 겪고도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있을 만큼 지능이 아주 높은 사람임이 틀림 없다.그는 TV 쇼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도 했다. “나는 번개도 맞아보았고 미 해군에서 4년간 복무하기도 했다. 나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을 겪어 보았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다. 내 아내만 빼고는…”이라고. 완전히 뱁새와 같은 과이다. 리 트레비노의 업적은 대단하다. 그는 그랜드 슬램(Grand Slam) 턱밑까지 올라간 골퍼이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만 빼고 다 우승했다. 그것도 각각 두 번씩이나. 메이저 대회 중 세 개를 두 번씩 우승한 사람은 리 트레비노 말고는 딱 한 사람뿐이다. 바로 타이거 우즈이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만 우승한다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상황인 것은 로리 맥길로이와 같다. 그러나 리 트레비노는 PGA투어 29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이미 은퇴했다. 그는 이따금 잭 니클라우스와 이벤트 경기에 얼굴을 비치곤 한다. 지금도 여전히 재치 있는 농담으로 갤러리를 즐겁게 한다. 뱁새도 리 트레비노 같은 골퍼가 되고 싶다. 기량이 최고이면서도 겸손하고 유머 감각 넘쳐서 주위를 행복하게 하는 그런 골퍼 말이다. 음! 이미 틀렸는지도 모른다. 우선 기량 면에서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유머 감각은 둘째 치고.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KPGA 프로 2024.04.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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