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천수 관전평] 세밀함 실종, 여전히 내려앉아 수비...독일전 우리 축구 하자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4일(한국시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은 멕시코전에 '하지 말아야 할 플레이'를 되풀이했다. 대표팀은 스웨덴전과 마찬가지로 경기 내내 수비 라인을 내리는 전략이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의도한 것이었다면 아쉽다. 손흥민이 가장 위력적인 순간은 상대 지역에서 볼을 뺏은 뒤 30m 정도 돌파 후 슈팅을 시도했을 때다. 하지만 그는 수비 지역에서 볼을 잡고 50m 이상 치고 달려야 했다.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도 50m 이상 뛰면 체력이 떨어진다. 마무리가 어렵다. 슛이 뜨고 만다. 그러지 않아도 긴 거리를 뛰는 1인 역습은 성공률이 낮다.멕시코는 2~3명이 패스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 역습했지만, 우리는 손흥민이 상대 진영까지 도착해 혼자서 경기를 풀어야 했다. 슈팅을 한 번 때리고 나서야 동료들이 뒤따랐다. 선수비 후역습이 우리의 컨셉트였더라도 중앙선 위 10m 지점에서부터 상대를 압박을 했다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경기 초반 한국은 멕시코에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똑같이 빠른 선수들을 이용해 역습을 펼치는 팀이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측면을 돌파한 뒤엔 당황해서 수비 라인을 내리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첫 경기 때보다 선수들의 몸놀림이 좋았다. 1대1 상황에서 대처도 괜찮았다. 멕시코의 역습은 우리 수비에 막혔다.하지만 한국이 수비에 치중하고, 체계적인 역습도 시도하지 못하면서 멕시코는 어렵지 않게 주도권을 빼앗았다. 선수 기용에선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이 바뀐 느낌이었다. 스웨덴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김신욱은 멕시코전에서 후반 20분 정도 남겨 두고 나왔어야 했다. 세밀한 플레이는 선수 개개인으로 봤을 땐 작은 부분이다. 하지만 축구에선 그 작은 차이가 모여 승부를 가른다. 멕시코전은 스웨덴전과 달리 슈팅과 골 찬스가 있었다. 후반 30분 황희찬이 페널티 지역 앞에서 볼을 빼앗은 뒤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서 슈팅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힐킥 패스를 했고, 상대 수비에게 막혔다. 승부처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아는 황희찬은 골 찬스에서 욕심을 부리고 자신 있게 슈팅하는 선수기에 더 아쉽다. 한 골 차 승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경기 전 한국과 멕시코는 서로 상대 분석이 끝났다고 얘기했다. 그 얘기는 우리팀 수비수들이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주로 오른발로 (경기)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뜻이다. 장현수는 치차리토가 왼발로 볼을 잡는 순간 성급하게 몸을 날려 슬라이딩했다. 상대 공격수의 버릇을 알고도 안일한 실수를 했다. 설사 치차리토가 왼발로 슈팅한다고 해도 당시 골키퍼 조현우의 포지션이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장현수가 미리 조현우의 위치만 체크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반면 치차리토는 장현수가 수비 시 몸을 날려 태클하는 습관을 완벽히 이용했다. 크로스도 부정확하고 짧았다. 평가전에서 나왔던 정확한 크로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너무 늦은 시간에 어렵게 골을 넣었고 상대는 일찌감치 득점해 편안하게 경기했다. 결국 강팀일수록 세밀함을 잘 살리는 것이다. 이제 독일전 한 경기만 남았다. 월드컵은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후배들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경험이라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스웨덴에 0-1로 졌는데, 그보다 몇 수 위라는 멕시코와도 1-2, 한 골 차 승부를 펼쳤다. 예상치 못한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흔들렸고, 교체 타이밍 등 전체적인 경기력에 영향을 받았다. 페널티킥 운이 없었다고만 말하면 안 된다. 운도 실력이다. 상대도 우리만큼 열심히 준비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서 지적한 세밀함도 결국 체력과 맞물린다. 이 무대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장이 더 잘돼 있어야 통하는 곳이다. 4년 뒤를 위해서라도 많이 배우고 느꼈으면 한다. 희망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국민이 국가대표에 희망을 갖는 이유는 2002 한일월드컵 때문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마무리도 중요하다. 독일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 주면 국민도 다시 축구를 볼 것이다. 희망을 줘야 한다. 욕먹더라도 우리만의 축구를 해 보자.정리=피주영 기자
2018.06.25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