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33.샌디에이고)가 야구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의 재발견`에 나섰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외로운 투사의 이미지였던 박찬호는 대표팀 동료들과 정겨운 분위기에서 야구를 즐기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프로 데뷔 후 첫 세이브를 맛보면서 마무리 투수로서의 재능도 엿보였다. 무엇보다 시즌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으로 올 해 제2의 전성기를 기대케한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는 항상 마운드에서 고독한 싸움을 하는 전사의 이미지였다.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라는 무게가 보이지 않게 어깨를 짓눌렀고 개척자의 임무가 늘 따라다녔다. 빅리그 마운드에서 항상 일구일구 혼신을 다해 던졌다. 하지만 그는 WBC에서 태극 유니폼을 입은 후 맏형으로 팀의 분위기를 이끌고 솔선수범해 대변인의 몫도 수행하고 있다. 연습은 물론 실전에서도 투사보다는 빅리그 12년 경력의 달관자 분위기가 묻어났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에 한국 동료들과 팀을 이루면서 `고독` 대신 `여유`를 얻었다. 자신의 뒤를 이은 코리안 빅리거들이 늘어났고 특히 결혼으로 가족을 형성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박찬호가 6일 미국으로 떠나기 앞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박찬호는 "팬 여러분들이 경기를 즐겼기를 바란다(I hope you all enjoyed the game)"고 적었다.
재능의 재발견도 있었다. 박찬호는 A조 예선 대만.일본전에서 나란히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연거푸 올렸다. 94년 프로 데뷔 후 소방수 임무는 이번 WBC에서 처음. 한국이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서는데 `마무리 박찬호`의 존재가 컸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의 위업을 달성한 박찬호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무리 자질도 살짝 엿보였다.
지난 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박찬호가 WBC를 계기로 제2의 전성기의 전주곡을 울린 것이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해 11월부터 일찌감치 몸 만들기에 들어갔고 WBC로 인해 어느 해보다 빠르게 시즌을 준비한 노력이 최상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 해 장기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미국에서 열릴 제2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박찬호의 쾌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