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첫 패배를 당해 6승1패를 기록하고도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우리 한국 야구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이루었다. 쾌거이자 영광의 순간이었기에 한국 야구인들이나 야구 팬, 국민들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의 후유증이 있다는 생각은 결코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일간스포츠(1S) 독자들은 물론 야구팬들에게 박찬호의 LA 다저스 시절부터 잘 알려진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 봅 나이팅게일이 멜 안토넨 기자와 함께 14일(이하 한국 시간) USA 투데이지에 `WBC가 투수들에게 문제점들을 남겨 놓았다(WBC pitching issues linger)`는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지 시각 USA 투데이 13일자이며 부제로 `(WBC에 참가한) 일부 투수들은 충분한 훈련량을 쌓지 못했다(Some didn`t get enough work)`고 지적했다.
필자는 며칠 전인 10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 취재를 하다가 경기 후 콜로라도 로키스 클린트 허들감독으로부터 뜻 밖의 얘기를 들었다. 클린드 허들 감독은 `김선우가 공을 더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샌디에이고 브루스 보치 감독과 콜로라도 클린트 허들 감독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선발에 이어 2번째 투수로 각각 한국인 빅리그 투수 박찬호와 김선우를 등판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박찬호는 5회 마운드에 오르자 마자 콜로라도 7번 좌타자 제이스 스미스에게 우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하는 등 3이닝 6피안타 2실점했다. 7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선우는 첫타자 비니 카스티야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사 후 좌타 대타 마크 벨혼에게 좌익선상에 떨어진 2루타를 내준 뒤 곧바로 교체됐다. 공교롭게도 WBC의 주역인 김병현은 햄스트링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오른 상태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고 LA 다저스 서재응은 1자신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12일 피츠버그 원정 경기에서 5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5실점하는 부진을 보였다.
봅 나이팅게일이 UAS 투데이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문제점도 맥을 같이 한다. 참가 선수들이 100% 게임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WBC가 열렸기 때문에 부상의 우려는 있었지만 WBC에 뛰었던 주축 투수들의 경우 훈련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표로 뛴 미네소타 에이스 요한 산타나는 현재 2패에 방어율 5.73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미네소타 투수코치는 산타나보다 팀의 제3선발인 카를로스 실바를 더 걱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실바가 WBC에서 겨우 한 경기에 출장해 3이닝을 던진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스프링캠프 막판이 되면 한 게임에 80~90개를 던질 수 있는 어깨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경우에는 불펜의 주축인 루이스 아얄라(멕시코 대표)가 팔꿈치 부상으로 아예 올시즌을 뛰지 못한다. 내셔널스의 단장(GM)인 짐 보우덴은 팀의 마무리인 채드 코르데로의 초반 부진도 WBC로 인한 훈련량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코르데로 본인도 예년과 비교해 투구 수는 물론 투구 이닝이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조엘 피네이로(푸에르토리코)도 비슷한 경우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LA 에인절스의 빌 스톤맨 단장은 팀의 에이스인 바톨로 콜론(도미니카 공화국)이 개막 2경기에서 방어율 12.86으로 부진하지만 WBC 탓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선발 투수는 스프링캠프에서 6차례 안팎의 시범 경기 등판을 통해 개막 때는 80~90개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어깨를 만든 뒤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WBC에 참가한 일부 투수들은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과연 우리 한국 대표로 참가한 빅리거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등과 삼성 배영수, 롯데 손민한 등 선발 투수들이 개막 첫 달에 어떤 투구 내용을 보일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