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약체 기수라는 오명을 들었던 12기가 폭발적인 상승세로 `거품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사실 12기들의 반란 조짐은 시즌초부터 엿보였다. 창원 개막전에서 공동식(대구)이 올 시즌 1호 특별승급의 영예를 안은 것이 꿈틀거림의 시작이었다. 공동식으로 시작된 12기들의 상승세는 기수 전체로 이어져 요즘은 입상 현황판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기수가 단연 12기이다.
지난 금요경주는 12기들의 독무대였다. 이날 출전한 10명의 12기들이 10개 경주로 나뉘어 출전했는데 9경주 김일규를 제외한 9명 전원이 모두 입상(3착권)에 성공했다. 이 중 8명은 2위안에 진입했다. 토요일에도 최해용을 제외한 9명 전원이 입상하는 파란이 이어졌다. 과거 최강 기수로 평가받았던 2.4.11기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특히 금요 8경주의 공동식은 우승후보인 김희종과 김종구를 따돌리며 1착, 쌍승 44.8배로 당일 최고배당을 아로새겼다. 12경주의 최성국도 동급 강자인 권영민을 3착으로 밀어내며 쌍승 23.6배의 짭짤한 배당을 낳았다. 토요일 3.8경주는 12기들끼리 사이좋게 동반입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2기들이 무서운 이유는 또 있다. 운영본부가 갈라놓은 등급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보통 특별승급하면 올라간 등급에서 바닥을 경험하는 것이 상례였지만 12기들만은 다르다. 올초 선발→우수급으로 특별승급한 공동식은 올라오자마자 6개 경주에서 5개 경주를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고 지난 일요 14경주에서는 특선급 준강자인 김종력.조성래를 따돌리며 1위로 골인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배당 탓에 쌍승 배당은 67.7배.
12기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력승부형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훈련원 중하위권에서 맴돌았던 선수들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도 놀랍다. 공동식이 24위였던 것을 비롯해 김시국(31위) 정대권(46위) 이일수(58위) 김태오(62위) 등 눈에 띠지 않던 선수들이 경주를 거듭하며 거듭 태어나고 있다.
12기들에게는 운도 따랐다. 과거 초주 선행은 기량이 아주 처지거나 나이가 적은 선수들이 총대를 메는 것이 관례. 막내 기수인 12기는 예년 같으면 어쩔 수 없이 선행을 나서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시즌부터 책임선행제가 시행되면서 12기들이 자신의 작전을 눈치 안보고 구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입장이다. 여기에 낯설은 광명 스피돔은 기존 선수들의 경기장 적응력이라는 변수를 무색하게 하면서 신인들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다.
경륜 전문가들은 특선급을 좌지우지할 대어가 없지만 12기들이 그동안 실력보다 평가절하 돼온 점이 없지 않다며 예의주시할 것을 권하고 있다. 경륜에 막 눈을 뜬 신인들이 한번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그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개 등급을 월반하는 일도 없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