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옛 파탄 왕궁이 있다. 힌두교 사원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쭈그려 앉아 야채 파는 상인들, 비둘기를 쫓으며 뛰어 노는 아이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 이 모두가 파탄 두루바르(궁전) 광장을 새벽부터 밤까지 북적거리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아마 수 백년 전에도 펼쳐졌을 풍경일 것이다.
파탄에 사는 사람 되는 곳, 지난 토요일 바로 이 곳의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우리 ‘어린이 클럽’ 아이들은 거리 공연을 가졌다.
매주 토요일 나와 아내는 두루바르 광장을 지나 아내가 일하는 CWDC의 Children's Club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아동들을 위해 주말마다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미국에서 자란 나는 영어를,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는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주중에 Ockenden에서 일하는 나에겐 주말 부업 봉사활동인 셈이다.
두루바르 광장에서의 거리 공연은 우리 부부가 구상한 아이디어였다. 봉사활동을 마치기 전 뭔가 추억될 만한 일을 해 보자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아동들에게 약 한 달간 준비를 시켰다. 처음엔 수줍어하며 자신없어 하던 아이들이 공연 날짜가 가까워오고 춤과 노래 실력이 늘자 활기를 보였다.
행사를 위해 급히 서울의 코피언에 연락, 150달러를 지원받아 떡 재료를 사고 음향 장비와 천막, 갖가지 의상들을 대여했다.
그 날 두루바르 광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선사한 노래, 춤, 연극 등 거리 공연은 대성황이었다. 광장을 지나던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이 둘러앉아 흥겹게 공연을 감상했다. 특히 아내가 새벽부터 만든 한국 경단은 관중들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날의 거리 공연은 이 곳 현지신문에 까지 크게 보도됐다.
4개월여의 봉사활동 기간이 끝날 때가 됐다. 그 짧은 기간 아내는 정말 많은 일을 했다. CWDC 사상 처음으로 네팔 중년여성들을 모아 문맹퇴치 교실도 열었다. 처음 글을 깨우치고 수료증을 받던 그 분들의 어린애처럼 기뻐하던 모습이란….
마지막 수업일. 아동과 부모들 앞에서 아내는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고 “꼭 다시 오겠다”고 수차 약속을 했다. 그래-. 우리는 이곳 네팔에 꼭 다시 올 것이다. 그리운 그들을 찾아.(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