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상륙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푸마 코리아(pumakorea.co.kr)는 월드컵을 치른 올해를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삼고 있다. 첫번째 변화는 독일 본사와 이랜드 간 계약 변경으로 나타났다. 로열티를 지급하는 라이선스 방식서 지분 합작 형태로 새 출발하게 된 것이다. 세계 3대 스포츠 브랜드로서 글로벌 이미지와 지역을 함께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 발전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방향키를 쥔 열혈 선장이 김병권(41) 푸마 코리아 본부장이다. 92년 푸마에 입사해 영업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김 본부장은 입사 12년 만인 2004년 서른아홉 살 젊은 나이에 지금 자리에 올랐다. 우회 도로로 빠지지 않고 오로지 한길만 직진해 온 그의 이력은 부도라는 ‘성장통’을 이겨 내고 2000년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푸마 코리아의 역사 그 자체이다. “지금까지 ‘달리는 푸마’였다면 이제부턴 ‘비상하는 푸마’로 첫발을 내딛는 셈입니다.” 도전과 과제를 함께 짊어진 패기의 브랜드장이 새롭게 나아갈 ‘제3의 길’은 어디일까?
-요즘 무척 바쁘십니다. “최근 본사와 지분 합작 형태로 바뀌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을 잘 조율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죠. 새로운 도전 앞에서 두 가족 간 원활한 가교 역이 제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그 숙제를 풀고 있는 중입니다.”
-스포츠 용품 산업이 브랜드 다양화 추세로 가고 있는데요. “아디다스가 리복을. 나이키가 컨버스를 인수해 복수 브랜드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성장의 엔진 구실을 할지. 아니면 제 살 깎기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일 브랜드 고수는 외적 성장에 한계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모든 세대를 커버하는 나이키·아디다스에 비해 보폭이 작을 수밖에 없는 점은 인정합니다. 대신 러닝·축구·골프 등 3대 주력 종목에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새 수요 창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독일 소비자 주관사가 ‘성장성이 가장 큰 브랜드’로 선정했지요? “푸마 브랜드의 큰 잠재력을 인정해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 브랜드로 가지 뻗기를 하지 않더라도 성장할 수 있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빅3’으로 가기 위해 보완해야 될 점은 무엇입니까? “뛰어난 패션성은 소비자들이 많이 인정해 주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기능성을 좀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후원하는 팀은 많습니까? “올해는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한 팀과 안정환·김병지·홍명보 등 25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여자 축구연맹·유소년 팀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요. 그 밖에 B-boy·e스포츠·모터스포츠 4개 팀과 피트니스 센터 등에도 용품·운동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장은 어느 정도 갖고 있나요? “압구정 직영 매장 한 개를 포함해 전국에 110개 정도 있습니다.”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매장 수를 급격히 늘리기보다 엄격한 자격 제한으로 대리점 이익을 고려한 내실 있는 방향으로 운영해 왔지요. 그래서 스포츠 관련 예비 창업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브랜드가 바로 푸마입니다.”
-올 매출 목표와 시장에서 위치는 어디쯤입니까? “2000억원입니다. 체감 경기가 하강 국면이라 어려움은 많지만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국내 스포츠 상품 시장 규모가 1조 5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10% 남짓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푸마는 ~다’라고 자신 있게 내놓을 대표 상품은 어떤 건가요? “예. ‘푸마는 스니커즈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실내화 모양의 ‘El Rey’는 활동성과 패션성을 겸비한 신발로 젊은 층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번 독일 월드컵 마케팅 승자는 푸마라고 하던데요? “본선 진출 32개국 중 12개국과 스폰서 계약을 맺었는데 그중 이탈리아가 우승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천문학적 홍보 효과를 얻었습니다. 월드컵 이후 축구 관련 매출액이 40% 급신장했으니까요. 무형의 가치까지 포함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요. 국내선 CGV와 연계한 극장 응원과 잠실종합운동장 응원전이 좋은 이미지를 준 것 같습니다.”
-월드컵 때마다 제기되는 제3세계 저임금 문제에 푸마도 예외일 수 없지요? “그렇습니다. 글로벌 기업들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당연히 덩치에 맞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장서 같이 커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으시다면.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푸마는 젊은이들의. 젊은이들에 의한. 젊은이들을 위한 브랜드로 함께 호흡할 것입니다. B-boy 등 젊은 층들이 향유하는 문화 코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푸마는 패러디 진원지? 지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명 상표 패러디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열기에 편승해 발랄하고 재치 있는 디자인의 ‘패러디 티셔츠’도 불티나게 팔렸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푸마였다. 임마(IMMA)·다마(DAMA)·피마(PIMA) 등 유쾌한 상상력을 동원한 패러디 시리즈가 봇물을 이뤘다. 지금도 업그레이드 버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6월엔 모 방송서 월드컵 관련 보도 중 뉴스 화면에 푸마를 모방한 이미테이션 브랜드 ‘파마’ 로고가 뜨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동욱 푸마스포츠 마케팅팀장은 이에 대해 “사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패러디는 짝퉁과 달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갖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PUMA…푸마냐 퓨마냐 아메리카 표범으로 불리는 고양이과 포유류 ‘PUMA’는 외래어 맞춤법상 ‘퓨마’로 표기한다. 그런데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PUMA 브랜드는‘퓨마’와 ‘푸마’로 두루치기처럼 섞여 쓰이고 있다. 사용 빈도수에선 퓨마가 푸마보다 월등히 많다.
그러나 PUMA 브랜드 표기는 푸마다. 김동욱 팀장은 “독일 본사 회의에 가보면 특히 미국 직원들이 ‘퓨마’로 발음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한국 법인 설립 때부터 푸마가 정식으로 등록된 브랜드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김병권 본부장은? -1965년 8월생 -1992년 푸마 코리아 입사 -2004년 푸마 코리아 브랜드장 취임
글 정재우 기자 [jjw0607@ilgan.co.kr] 사진 양광삼 기자 [yks01@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