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KIA에 패해 반게임 차로 4위 자리를 넘겨줬지만 이날 반타작을 하면 언제든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10연패 중인 선발 김명제를 1차전에서 상대 에이스인 그레이싱어(12승12패)와 맞대결을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의도와는 달리 ‘1차전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욕심을 앞세우다 스스로 무너졌다. 2차전을 이기면 된다는 심정으로 첫 경기를 편안하게 치렀다면 승부는 끝까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KIA 톱타자 이용규의 기동력이 두산 내야수의 급한 마음에 불을 붙였다.
두산 유격수 손시헌은 이날 평소와 달리 서두르다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했다. 3회초 1사 1루에서 김원섭의 타구를 잡아 2루에 악송구한 뒤 5회 잇달은 판단미스로 결승점 포함 3실점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KIA는 톱타자 이용규의 빠른 발 덕택에 3번의 병살플레이를 당하고도 완승(5-0)할 수 있었다. 5회초 1사 후 몸에 맞는 볼로 진루한 이용규는 2번타자 때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장성호의 고의 사구로 만든 2사 1·2루에서 더블스틸을 시도했다.
이 때 1루주자 장성호가 1·2루에서 협살에 걸렸으나 볼을 잡은 손시헌은 3루까지 진루한 이용규의 홈 쇄도를 우려한 나머지 3루에 볼을 던져 주자 모두 세이프(2사 만루) 됐다.
손시헌은 앞선 플레이가 머리속을 맴돌았는지 후속 이현곤의 3루쪽 깊숙한 타구를 잘 따라가 잡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2루를 먼저 본 뒤 1루에 던져 타자 주자를 살려주며 결승점을 내줬다. 이어 이종범의 좌월 2루타가 이어져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잠실=박준철 기자 [pharos@ilgan.co.kr]
공격 물꼬 못 튼 두산 아쉬워
[두산팬KBO 대학생 객원마케터 김홍철]믿음의 야구 때문일까? 두산은 어제 부진했던 최준석이 선발 출장했다. 또 1승이 간절한 김명제가 선발로 다시 나섰다. 변화 보다는 믿음을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는 두산에 강한 그레이싱어. 시작 전부터 기아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기아는 1회부터 김명제를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1회 1사 3루. 3회 1사 만루 등 계속된 기회를 무산시켰지만 어쨌든 코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두산 타선은 그레이싱어에 눌려 이렇다 할 기회 한번 잡지 못하며 5회 수비에 들어 갔다. 결국 어렵게 버티던 김명제는 손시헌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 2개와 이현곤·이종범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3실점했다. 사실상 더블헤더 1차전의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중요한 경기는 수비가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결과론이지만 5회 두산이 깔끔한 수비로 실점을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공격에서는 임재철을 전진 배치 하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레이싱어에 강한 선수이기에 최소한 2번에 기용해 공격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었다. 임재철이 2안타를 쳤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두산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4강 고지에 안착하기를 바란다.
이재주 전력질주 선취점 압권
[KIA 팬 김형성] 16일 4위를 탈환한 KIA로서는 17일 벌어진 더블헤더 1차전이 매우 중요했다. 상대 선발이 김명제였지만 초반 리드를 빼앗기면 조기에 박명환과 이혜천이 투입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1차전을 내줄 경우 2차전 선발로 내정된 리오스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경기에서 선취점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 초반 4회까지 좋은 찬스를 여러차례 맞이한 KIA는 스퀴즈실패와 후속타 불발 등으로 어이없이 놓치고 만다.
특히 3회초 1사 만루에서 나온 조경환의 플레이는 본헤드플레이에 가까웠다. 타구를 직선타로 미리 판단한 조경환은 전력으로 달리지 않았고. 이를 간파한 두산 2루수 고영민이 원바운드로 처리. 병살로 연결했다.
5회초 2사 만루에서 보여준 이재주의 플레이는 3회초 조경환의 주루플레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2사 2.3루에서 볼넷을 얻어 1루주자로 나간 이재주는 후속타자 이현곤이 때린 유격수 옆 깊숙한 타구에 2루에 전력질주. 포스아웃 당하지 않으며 팀에 귀중한 선취점을 선사한다.
두산은 발빠른 이종욱과 고영민이 출루하지 못한게 뼈아팠다. 두 선수의 부진은 그레이싱어에게 부담을 덜어주었고 결국 두산이 자랑하는 빠른 야구를 보여줄 기회를 잃어버렸다.
반면 KIA의 이용규와 김원섭은 모두 5번 출루에 성공. 도루 3개를 성공시키며 2득점. 두산 투수진의 진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