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최근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을 최고의 컴백 사례로 선정했다.
프로야구 로저 클레멘스의 뉴욕 양키스 복귀를 계기로 성공한 컴백 사례를 정리한 SI는 "1996년 암세포가 뇌와 폐까지 전이된 고환암 판정을 받고도 이를 극복, 99년부터 투르 드 프랑스에서 7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줬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역경을 딛고 일궈낸 스포츠 드라마는 언제나 보는 이들을 감격시킨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인간승리가 감동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KIA 이대진(33) 한화 문동환(35) 롯데 염종석(34)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투수로서 선수생명을 걸고 팔꿈치나 어깨 수술을 3차례 이상 했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라운드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먼저 장장 7년의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올해 마운드에 다시 선 이대진. 그는 지난 12일 SK와의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팀의 6연패 사슬을 끊어 광주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10타자 연속 삼진을 뽑던 150㎞의 호쾌한 광속구는 보여주지 못했으나 팀이 위기에 빠지면 언제든 나서는 '에이스 오브 에이스'로 돌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이대진은 이날 경기 후 수줍은 새색기 같은 소감을 밝혀 또 다른 느낌을 전했다. "마운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즐거운 마음으로 선발투수로서 오래 버티려고 한 것이 결과가 좋았다." 데뷔 첫 해(1993년) 10승을 거두고도 마무리 훈련할 때 선배들을 위해 물 주전자를 들고 다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러한 겸손함이 1999년 전지훈련지에서 처음 통증을 느낀 뒤 어깨 관절및 물혹제거 수술(2000년) 어깨 충돌증후근 수술(2001년) 어깨 관절막 회전근개 봉합수술(2004년) 그리고 반복되는 긴 재활의 시간을 극복하게 한 힘이었을 것이다.
이미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바 있는 문동환과 염종석도 올해 '제 2의 전성기'를 선보이고 있다. 수술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선발로테이션의 핵심 노릇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인내와 믿음'으로 표현되는 이들의 재활 수기는 교훈을 남겼다. 문동환은 "반복되는 훈련이 가장 힘들다. 똑 같은 훈련을 수년 동안 하다보면 운동기구를 부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언젠가 마운드에 서리라'는 각오 하나로 이겨냈다"고 회상했다.
염종석은 "내 자리인 듯한 곳에 다른 선수가 있을 때 마음이 급해졌고 서두르다보니 또 수술을 하는 악순환을 겪었다. 의사가 6개월 재활하라고 하면 1년, 1년이라고 하면 2년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타들의 부활은 자신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수술 후 재활 중인 이승호·엄정욱 그리고 같은 처지의 무명 선수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