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가 절정에 이르는 늦가을, 전북 전주에 가면 미각을 살찌울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전주 천년의 맛잔치는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한정식으로 대표되는 전주의 맛과 함께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퓨전음식을 선보인다.
전주가 한국의 대표 음식 도시라는 말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음식으로 알려진 비빔밥의 고장인 전주에서 11월 9일부터 5일간 '천년의 맛잔치' 축제가 열린다. 남도의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늦가을, 눈과 함께 입이 즐거워지는 음식 축제다.
축제의 형태는 시끌벅적한 놀이 마당이 아니다. 메인 행사 중 하나인 '전주맛집을 찾아서' 프로그램은 참가자가 전주 시내에 퍼져 있는 197군데의 식당을 직접 찾아다니는 '맛 투어'이다. 전주비빔밥뿐만 아니라 한정식·콩나물국밥·돌솥밥·가정식 백반·오모가리탕·칼국수 등 전주의 다양한 맛이 기다리고 있다.
음식점 소개 리플렛과 시내 지도를 들고 전주시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맛 탐방을 다니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음식점 중에는 따로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일부 유명 음식점은 손님으로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돼 피크타임을 피해 가는 게 현명할 것 같다.
또한 '식도락 파티' 행사를 통해 음식 평가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하는 미식가 100명을 청해 전주 음식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한국 전통음식을 퓨전 스타일으로 선보이는 '월드 와이드 한국음식 경연대회', 팔도 밥을 모아 전시하는 '조선밥 다 모여라', 시민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음식 도시락 경연대회' 등 오직 맛으로만 승부하는 프로그램들이 선보이게 된다.
천년의 맛잔치는 '1000년 왕도' 전주의 오랜 전통을 담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 도심 속에 자리잡은 700여 채의 한옥마을 등이 자연스럽게 축제 마당 속으로 섞이게 된다. 경기전 입구 길거리에서는 10일부터 4일 내내 김장김치 담그기 체험이 있는데, 참가비를 내면 직접 담근 김치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풍남문화법인(063-277-2515).
전주=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인터뷰 송하진 전주시장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도시 만들겠다"
-축제 이름을 '천년의 맛잔치'로 정한 이유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전주가 한국 음식의 본고장이라는 것은 전 국민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과거 전주는 호남평야의 풍부한 음식 재료를 바탕으로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 왔다. 이런 전주에 여태까지 변변한 음식축제가 없었다. 올해 처음 여는 천년의 맛잔치는 한국의 대표 맛도시 전주의 음식을 명소화시키고 세계화시키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
-전주 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월드와이드 한국음식 경연대회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한국식 퓨전 음식을 선보일 정이예다. 국내 특급 호텔 쉐프들과 조리학과 교수들이 참여해 우리 음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또한 중국 소주, 일본 가나자와, 핀란드 로바니에미시 등 음식 홍보관이 설치된다."
-맛의 도시, 문화의 도시 전주의 관광 인프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만들고 싶은 게 욕심이다. 그래서 '한(韓)스타일' 산업에 역점을 주고 있다. 한옥·한지·한식·한방·한국소리·한국 춤, 이들 6개 문화를 '한 스타일'로 지정해 중점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대 사회 속에서 고향 같은 도시를 만들어 보는 게 꿈이다."
●맛집탐방루트, 어디로 갈까?
전주에서 내로라하는 음식은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다. 시내에서 비빔밥으로 유명한 식당은 10여 군데, 콩나물국밥으로 이름난 곳은 5~6군데 정도 된다. 전주시 완산구에서 지정한 향토음식점 명단에 이름난 식당과 전화번호가 모두 나와 있으며, 모두 시내 중심가에 있어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한정식으로 유명한 곳은 시내에 있는 백만회관·백번집·전라회관·송정원 등이다. 1박 2일 머문다면 이들 3가지 메뉴 외에 오모가리탕과 칼국수를 추가하면 최적의 식단이 완성된다.
●주변여행지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도심에 보존된 한옥들이 자리잡고 있다. 100여년 전에 지어진 한옥 70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요즘은 마을 전체를 한옥으로 단장하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눈으로 보는 한옥 외에 한지공예·도자공예·황토염색 등을 직접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아주 유익하다.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관광안내소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유익한 투어가 될 수 있다. 063-281-2114, hanok.jeonju.go.kr
●대둔산 단풍
전주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요즘 단풍이 한창인데, 대둔산 단풍놀이는 케이블카를 타고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좋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금강문·금강구름다리·삼선바위·마천대로 이어지는 코스가 제격이다. 특히 구름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오르는 코스는 불타는 듯한 단풍비경을 한순간에 만끽할 수 있다. 높이 70m 지점에 길이 50m, 폭 1m의 구름다리는 하늘 위에 걸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