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에서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을 소개한 '코리안 일러스트레이터'가 발매돼 화제를 불러 모았다. 각종 게임을 개발하며 길러진 한국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능력은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회사원 신분과 함께 만화가 꿈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38명의 작품을 모은 컬러 만화 화보집 '애플'이 발간됐다. IS 만화 대상은 컬러 만화의 혁명을 이끌 일러스트레이터에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자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를 포함시켰다.
김성규(34)·독일군(28·유영일)·가야(24·송현정) 등 애플에 참여한 세 작가를 통해 일러스트레이터의 세계를 살펴본다.
독일군= 일러스트레이터 대부분은 게임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게임 도면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하는 컨셉추얼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야= 어릴 적부터 만화에 큰 매력을 느껴 왔다. 지금도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지만 그림만 그려서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게임 쪽으로 갔을 뿐이다.
김성규= 회사 일을 하다 보면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여럿이 같이 일하면 내 생각이 10% 정도만 반영된다. 남은 생각이 아까운데 그걸 구현할 방법을 찾게 된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소화할 창구가 없다. 소설 표지 70권을 작업했는데 70권쯤 되니 지친다는 생각에 더 이상 그릴 수 없었다. 모두들 작가로서 독립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IS 만화 대상은 재능 있는 작가들을 위한 창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군= 얼마 전 내 블로그(http://bloodpen.com)에 '그림 잘 그리는 할아버지가 되자'란 글을 올렸다. 내 꿈이다. 만화가 꿈도 갖고 있다.
가야= 게임 일을 처음 할 땐 불만이 있었다. 그 전까지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을 2년 동안 그렸다. 하지만 결국 게임도 만화도 그림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이 먹어서까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으면 된다.
독일군= 게임 분야에서 만화 작업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 만화의 매력은 작가가 영화 감독처럼 혼자 시나리오·연출 등을 다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만화가가 게임보다는 더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야= 만화에 일러스트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독일군= 이제는 컬러 만화가 대세다. 주로 디지털로 작업하기 때문에 한 장의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약 5~6시간이 걸린다. 수작업보다 훨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가야= 우리는 컬러 만화를 살리려 한다. 디지털을 통해 컬러 작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살아 남은 사람이 우리들이다.
김성규= 흔히 쓰는 유성 매직으로 그린 후 컴퓨터 작업을 해서 붓과 같은 역동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다양한 표현 기법이 가능하다.
가야= 국내 일러스트레이션은 사이트에 올리고 댓글 받는 수준에서 끝난다. 이 그림들을 모아 저작권을 보호하고 컨텐트로 만든다면 새로운 시장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