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윤상진 그라비티 레퀴엠 부서장 “광렙보다 커뮤니티의 재미 즐겨야”
“게임의 진짜 재미는 광렙(미친 것처럼 레벨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대리만족과 익명성이다. 레퀴엠은 게임 자체보다 커뮤니티를 통해 즐길 때 더 재미있다.”
'레퀴엠'은 처음부터 성인층 남성 유저에게 하드코어 장르를 선사한다고 선언한 MMORPG였다. 지난해 7월 오픈베타 후 10월 상용화한 이 게임의 시대적 배경은 근미래로 핵폭발 이후다. 영화 ‘블레이드 런너’를 차용한 독특한 시나리오와 18세 이상 하드코어답게 사실적인 폭력이 남성 유저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 게임의 철학도 독특하다. “어떤 악도 선이 될 수 있고, 어떤 선도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발자인 윤상진(32) 그라비티 레퀴엠 부서장의 철학이다.
선이 다수의 횡포일 수도 있고, “때리면 안돼”하면서 “이 사람은 때리면 돼”라는 모순과 “배신하면 안돼”하면서 자기 이득을 위해 배신하는 현실의 모순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이런 게임의 기본 줄거리 못지 않게 그가 강조하는 것은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의 커뮤니티성이다.
그는 “레퀴엠은 MMORPG이다. 승부를 위한 커뮤니티, 성적이 좌우하는 클랜이 중심인 FPS나 캐주얼 게임이 아니라 저레벨과 고레벨일 같이 만나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고, 아이템을 쏴주기도 하며 채팅을 편하게 하는 그런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레퀴엠을 재미있게 즐기는데 한국 유저들의 10년 동안 쌓아온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라는 것.
“한국 사람들은 타인은 만나는데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외국인들은 파티문화나 즐길 거리가 많아 1~2시간쯤 즐기고 나간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3~4시간씩 게임에 몰입한다. 게임이 놀거리의 하나냐, 전부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의 재미는 뭘까. “게임 안에서는 평등하다.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 못이룬 꿈을 실현해줄 수 있다. 꼭 현실과 연결이 안되더라도 게임 안에서 결혼하고, 이성교제를 하고, 아바타를 선물한다. 게임 속 애인이 나중에 알고봤더니 50대더라는 얘기나, 말을 잘하는 유저에게 심각한 상담을 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더라 하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게임 내의 커뮤니티는 길드에서 게임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나 카페, 블로그로 이어지는 온라인에서 온라인과 온라인-오프라인이 연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게임 내 최강길드가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만나고,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 정치적 이유처럼 게임속 통제가 잘되는 길드가 게임사에 힘이 된다. 그래서 유저간담회를 통해 그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게임 내 더티플레이어로 소문나는 유저들은 왕따를 당하는 것도 게임이다. 직업 성별 나이를 속이면서 대리만족을 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
그는 앞으로 레퀴엠의 월드를 더 완고하게 만들고, 퀘스트의 분위기도 더 선명하게 한 뒤 “서둘러 레벨만 올리는 게임이 아니라 시나리오와 퀘스트를 되씹으면서 더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명품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