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한유섬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2024년을 돌이켜봤을 때) 괜찮다면 괜찮고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는 시즌이었다"라고 말했다.
한유섬은 지난해 132경기에 출전, 타율 0.235(464타수 109안타) 23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전성기 시절의 화력(2018시즌 41홈런)은 아니지만, 2년 만에 시즌 2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한유섬의 2023시즌 홈런은 7개. 부진에 부상까지 겹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에이징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평가도 곳곳에서 나왔다.
SSG 랜더스 한유섬이 지난해 9월 1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솔로포를 친 후 더그아웃에서 자축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우려를 불식하고 반등했으나 만족은 없다. 늘어난 삼진, 떨어진 출루율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 한유섬은 "기록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지금까지 준비했던 걸 잘 정립해 시즌 때 경기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상황마다) 더 빨리 대처하고 (타석에선) 더 간결하게 스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유섬은 1차 캠프를 2군에서 소화했다. 1군 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가 아닌 일본 가고시마에서 따로 몸을 만들었다. 이동 거리가 짧아진 만큼 컨디션 관리가 수월했다. SSG 컨디셔닝 파트 관계자는 "한유섬은 2월 1일부터 단계적 배팅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월 9일부터는 100% 강도로 소화했다"며 "체력과 기술 훈련을 병행해 100% 몸 상태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2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와 KT 경기. SSG 한유섬이 6회 1타점 2루타를 날리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2024.09.22.
한유섬의 변수 중 하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적응이다. 지난 시즌 처음 도입된 ABS는 타자 키에 따라 각각 다른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됐다. 스트라이크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 하지만 타격 자세에 따른 보정이 없었다. 구단 관계자는 "유섬이는 타격할 때 몸을 낮추는 스타일(기마 자세)인데 높낮이 차이가 큰 ABS와 잘 맞지 않는 거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ABS존 상단과 하단 모두 0.6%포인트(p) 내려갈 예정.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신장이 1m80㎝인 선수의 경우 1㎝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유섬은 "시범경기를 시작해 봐야 (달라진 부분을)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1㎝ 낮아진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미세한 차이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며 "잘 준비해 달라진 존에 적응해 보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유섬은 이숭용 SSG 감독이 기대하는 베테랑 중 하나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는 "작년보다 개인 성적이 좋아지면 팀 성적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거 같다. 장타 욕심을 내기보다는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