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54) 통합민주당 후보와 정몽준(57) 한나라당 후보가 정치 인생을 건 승부를 벌이는 18대 총선 서울 동작을 지역구. 이번 4•9 총선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히는 가운데 두 후보 아내들의 ‘내조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동영 후보의 아내 민혜경씨와 정몽준 후보의 아내 김영명씨는 나란히 52세 동갑내기로, 그동안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 데다 미모까지 겸비해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각각 지하철 사당역과 숭실대입구역에서 남편과 함께 출근길 유세를 벌인 민혜경씨와 김영명씨를 만났다.
김영명씨는 유권자들의 손을 잡으며 “집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민혜경씨는 한 시민이 “저도 이렇게 곱게 나이 들고 싶다”고 말하자 “저 같이 되면 안 되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하루의 시작은 새벽 4시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래 민씨와 김씨 모두 새벽 4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민씨는 지역구 내 성당에서 미사를, 김씨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지역 신도들과 대화도 나눈다.
오전 7∼9시에는 주로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후보의 출근길 유세에 동참한 뒤, 이후 남편과 떨어져 시장•상가•아파트•노인정•복지관 등을 훑고 다닌다. 민씨는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후보가 못 찾아가는 곳을 가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워낙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제 때 식사를 챙길 겨를도 없다. 주로 이동 중인 승용차 안에서 민씨는 붕어빵과 찹쌀떡으로, 김씨는 김밥 등으로 요기를 하는 정도다. 퇴근길 유세를 마치고 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각은 대개 밤 10∼11시. 하루 수면 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남편 건강이 걱정
두 부인에게 선거 운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후보인 남편의 건강이다. 김씨는 “잘 못 챙겨드려서 항상 미안하다”고 안쓰러워 했다. 민씨는 새벽에 버섯 혹은 홍삼 달인 물을 남편에게 내주며 건강을 챙긴다. 김씨와 민씨 모두 남편에게 깊은 간섭을 하는 편은 아니다.
대신 지역 주민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남편에게 전달해 주려 노력한다. 민씨는 “남편에게 직접적인 조언은 하지 않는다. 최근 아이들의 안전 문제 때문에 분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주곤 한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후보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대신 주부들의 자녀 공부 문제, 서민 생활의 불편함 등을 듣고 전달해 준다”고 말했다.
▲”인자하다” “인상 좋다”
민씨와 김씨는 선거 운동을 벌이기 전에는 남편과 함께 행사나 모임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으나,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인상을 묻자 김씨는 “예쁘시고 인자해 보이신다. 큰일을 많이 치르셔서 힘드셨을 것이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민씨는 “인상이 좋으시다. 선거 운동을 하는 장소가 비슷하다 보니 요즘 자주 마주치곤 한다”고 말했다. 두 부인 모두 지난 달에야 뒤늦게 사당동으로 전입 신고를 했을 만큼 동작구가 낯설게 느껴질법하다. 그러나 김씨와 민씨는 “서울의 중심지인데도 이웃들 간에 인정과 끈끈함이 있고 공기도 맑은 편이다. 벌써 정이 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신화섭 기자 [myth@joongang.co.kr]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