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66)은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야구 생각에 몰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 모든 선수들을 직접 챙기는 넘치는 의욕, 지독한 훈련량은 모두 야구 사랑의 결과이다. 오로지 야구만 생각하는 김 감독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야구와 연결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삼성전을 앞두고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다 한쪽에 놓여 있는 화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지바 롯데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보내온 축하 선물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부터 개막을 앞두고 세토야마 지바롯데 사장, 밸런타인 감독과 서로 좋은 성적을 기원하는 난을 주고받고 있다. 김 감독이 2005~2006년 지바롯데에서 일하면서 맺어진 인연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온 화분은 물을 너무 자주 줬는지 금방 죽어버렸다. 올해 것은 물도 거의 안 주고 그냥 내버려두는데 오히려 더 싱싱하고 잘 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역시 야구도 관리야구보다는 자율야구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적은 훈련량, 선수를 믿고 맡기는 자율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는 것과 묘하게 오버랩됐다.
지난 시즌 도중 김 감독은 "테니스 선수인 마리아 샤라포바의 광고를 보면서 투수의 피칭을 생각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TV를 보는데 샤라포바가 연신 서브 스매싱을 하는 광고가 나왔고 순간 김 감독은 투수의 투구폼과 어깨 사용이 비슷함을 떠올렸다. 투수들이 보고 배워도 좋을 만큼 부드러운 스윙이었다는 평가였다.
테니스 선수 이형택도 "지난해 한화 류현진의 커브 던지는 동작을 보면서 어깨, 손목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참고해 서브 넣을 때 참조했더니 서브 정확성도 파워도 좋아진거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니다.
김 감독은 3연전 내내 취재진들에게 자신의 좌우명인 '일구이무'(一球二無)=공 하나에 다른 마음이 있을 수 없다'을 들려줬다.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암 환자에게 격려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 맞서 극복하라'는 의미로 일구이무에 대대 장황하게 써보냈다고 했다.
인생상담에서도 야구를 매개로 사용한다. 야구로 의지를 심어주고 주위 모든 것을 야구로 연결하는 김 감독이야말로 '야생야사'(野生野死)의 표본 아닐까.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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