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LG 페타지니, 여타 중남미 선수와 다른 진지모드
“야구에 대한 자세도 진지하고, 성격도 좋은 것 같습디다.”
김용달 LG 타격코치는 새 외국인 선수 로베르토 페타지니(37)에 대해 매우 흡족해 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6년간 223개의 홈런을 친 파워는 차치하더라도 진지한 성격을 마음에 쏙 든 것이다.
대개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은 한국 무대에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여기에는 성격이 큰 좌우를 한다. 김재박 감독 역시 “아직 얼마 보지 못했지만 (성격은) 괜찮은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의 첫 배팅 훈련을 지켜본 김 코치는 “용병들은 자기가 가진 파워를 자랑하기 위해 큰 스윙으로 일관하기 마련인데, 페타지니는 장외 홈런을 날리면서도 컨택트에 집중하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페타지니는 보통의 중남미 선수와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우선 베네수엘라 태생으로 알려져 있지만 페타지니의 국적은 미국이다.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베네수엘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타지니의 출생지는 미국 뉴욕. 2살 때 베네수엘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메이드 인 뉴욕’이기 때문에 중남미 선수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나이 속임은 없다는 얘기다.
또 독실한 크리스찬인 페타지니는 가방 속에 낡은 성경책을 가지고 다닌다. “경기 전 성경의 한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게임을 준비하기 위해서”란다.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동료들과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KIA의 호세 리마(도미니카 공화국)와는 전혀 다른 ‘진지 모드’다.
일본과 같은 동양야구에 속하지만 조금 다른 한국야구에 대해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시설이 낙후된 광주구장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된 것을 두고 구단 관계자가 “한국의 모든 구장이 이렇지는 않다”라고 설명을 했다.
그러나 페타지니는 “구장 시설은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팬들이 많아서 좋았다”고 담담하게 넘겼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는 “일본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내가 적응을 해야 할 문제다. 내 스트라이크 존을 버리지 않으면서 한국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을 하겠다”고 겸손함을 나타냈다.
페타지니는 17일 데뷔전(광주 KIA전)에서 몸에 맞는 볼로 첫 타점을 올린 뒤 18일 경기에서는 3안타를 몰아쳤다. 진지한 그의 성격에서 구단이 손꼽아 기다리는 홈런포도 머지 않아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정회훈 기자 [hoo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