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박찬호 ‘한국 음식 문화’ 전파에도 열성적
일본인 투수 구로다 히로키가 애틀랜타를 상대로 1안타 완봉승을 거둔 8일 경기 후 LA 다저스 클럽하우스 선수 식당에서 박찬호(35)가 준비한 ‘한국 음식 밤참 행사’가 열렸다.
LA 다저스가 애리조나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공동 1위에 오르게 만든 승리를 자축하는 록 음악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ABC와 폭스 TV, LA 타임스 등 미 주류 언론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 중국 기자들까지 조 토리 감독 방에 몰려 들어 인터뷰를 했다. 바로 그 뒤가 선수단 식당이다.
박찬호는 한참을 지나 샤워장이 아닌 선수 식당 쪽에서 배를 어루만지며 걸어 나왔다. 그는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계속 한국 음식 먹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먹다 보니 과식을 한 모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뒤를 따르던 좌익수 안드레 이시어는 한국 음식이 정말 맛있었는지 ‘베리 굿(very good)!’을 연발하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지난 6월 28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시즌 3승째를 거둔 박찬호가 홈 구장 첫 선발승 기념으로 감독, 코치, 선수들과 클럽하우스 직원들을 위해 한 턱을 낸 것이다.
그는 오랜 만에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일이어서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한다. 최고의 고기와 미국화되지 않은 한국 고유의 맛 때문에 단골로 다니는 LA 코리아타운의 ‘청담동 박대감네’의 도움으로 다저스 선수단 식당에는 정성껏 마련한 갈비 불고기 잡채 계란말이 등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그런데 박찬호는 이미 여러 다저스 선수들이 한국식 바베큐를 즐기기 위해 ‘박대감네’를 자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더 기뻤다는 것이다. ‘박대감네’도 한국 음식 문화 전파의 좋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평소 다저스 선수단 식사 비용의 5배에 달하는 1500달러(약 150만원)를 투자해 엄선한 최고의 재료로 요리를 했다고 한다.
자신을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켜 준 LA 다저스로 돌아와 재기의 발판을 다진 박찬호는 미국 생활 초창기 음식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떠올랐는지 감개무량한 모습이었다.
그는 “내가 처음 동료들을 위해 한국 음식을 준비했을 때는 굉장히 어색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클럽하우스 안이 마늘 냄새로 진동할 정도였다. 잘 가던 분식집에 주문했었는데 선수들이 생소한 맛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냄새조차 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는 일본과 중국 선수들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 한국 음식도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음식인 ‘스시’가 미국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음식도 알리면 금방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 잡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동료들을 데리고 한국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8회초 애틀랜타의 선두 타자 마크 테셰이라에게 볼카운트 2-2에서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높게 들어가는 바람에 우익선상쪽 2루타를 허용해 퍼펙트 게임을 놓친 구로다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선수 식당에 들러 ‘김치’를 싸 가지고 귀가했다.
로스앤젤레스 [changy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