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MLB인사이드] 한국프로야구에 시급한 인증(認證) 제도
양키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0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기간 중 뉴욕에서는 역사적인 아구 용품 경매 행사가 열렸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인 루 게릭이 자신의 연속 경기 출장 기록 마지막 날 입었던 웜업 재킷(warmup jacket)이 무려 37만3,750달러(약 3억7,5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LA의 유명 수집가인 게리 사이프레스가 사들였는데 메이저리거가 입었던 재킷으로는 역사상 최고가이다. 2.130경기 연속 출장 중이던 루 게릭은 1939년5월2일 타이거스전 출전을 스스로 포기했으며 그의 1루 자리에 엘스워스 다히그렌이 나섰다.
과연 어떤 인증(認證) 절차를 거쳐 그 재킷이 69년이 흐른 뒤에도 루 게릭의 땀이 얼룩져 있는 진품으로 대접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수집품 시장인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품들의 75%가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200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체가 알려진 사람들이 있다. 메이저리그의 공식 ‘인증자((認證者, authenticator)’들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1명의 인증자들을 파견해 3일간 펼쳐진 올스타전 행사에서 사용된 약 1,800개 용품들에 대해 공인 작업을 진행했다.
메이저리그가 인증 제도를 도입한 것은 2001년이다. 가짜 기념품들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를 막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약 2백만개에 이르는 용품들이 공인됐다. 현재는 125명의 인증자들이 페넌트레이스 2,430경기 전체를 참관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콜린 하겐 부사장은 “팬들과 수집가들이 게임에서 잡은 홈런이나 파울볼들을 공인 받지 않고 소유하면 이제는 가치가 없는 여행 기념품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 행사 중에는 3명의 인증자들이 팬들이 받은 선수들의 사인까지 공인을 해주었고 올스타들이 모두 375개의 볼에 사인을 했을 때도 인증 작업을 했다.
홈런 더비 동안 3차례나 베이스를 교체해 공인을 표시하는 홀로그램 태그를 부착했다. 홈런 더비에서 사용된 홈 플레이트에 사인을 할 수 있는 영광은 우승자인 저스틴 모노에게 돌아갔으며 역시 홀로그램 공인 마크가 달렸다. 약 1.3cm 길이의 홀로그램에는 문자와 숫자로 상품을 설명하는 코드가 표시돼 있으며 MLB 닷컴 웹사이트에 게시된다.
올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홈 게임의 인증을 맡고 있는 짐 웰비는 경찰이다. 그는 매 경기 평균 20~30개 정도의 용품에 공인을 해주는데 덕아웃에 부착되는 라인업 카드는 물론 경기 중 부러진 배트도 대상이 된다. 주로 덕아웃 옆 사진 기자석에 자리를 잡으며 신인의 메이저리그 첫 안타 볼에 대한 공인도 그들의 임무이다. 2003년 전 경기 참관을 시작했는데 미네소타의 포수 조 마우어는 작년에야 처음으로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들의 노력, 팬들의 성원으로 13년 만에 최소 경기 400만 관중을 돌파한 가운데 한국프로야구의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올스타전이 8월3일 개최된다. 이번 올스타전에 사용되는 용품들이 인증 작업을 거쳐 소중하게 보존되기를 기대한다.
로스앤젤레스=장윤호 특파원[changy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