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29일 열린 광주 두산 베어스전 0-3으로 뒤진 3회 초 무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3루수 패트릭 위즈덤(34)을 변우혁으로 교체했다. 선발 김도현이 양의지 타석에서 공 2개를 던진 직후였다. 타자와의 승부가 끝나기 전, 그것도 경기 초반 야수를 바꾼 건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발단이 된 건 수비 실책이었다. 위즈덤은 2회 초 무사 1·2루에서 나온 박준순의 좌전 적시타 때 치명적인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우익수 고종욱의 홈 송구를 커트해 포수에게 던졌는데 크게 벗어나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추가 진루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0-1로 뒤진 KIA는 후속 김재환의 희생 플라이로 추가 실점했다.
29일 광주 두산전 2회 초 나온 패트릭 위즈덤의 홈 송구 실책 장면. KBSN스포츠, 티빙 캡처
더 큰 실책은 3회 초 나왔다. 무사 1·3루에서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를 투수 땅볼로 유도한 김도현은 3루로 공을 던졌다. 타격 직후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움직인 3루 주자 정수빈이 협살에 걸린 상황. 그런데 런다운에서 위즈덤의 홈 송구가 빗나가 주자가 세이프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포수 한준수의 세밀한 플레이도 아쉬웠지만 기본적으로 위즈덤의 안일한 플레이가 경기장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결국 참다못한 이범호 감독은 후속 양의지 타석 중간 칼을 빼 들었다. 2회 말 팀 공격이 6번 타순에서 끝나 7번 타자로 출전한 위즈덤은 3회 말 첫 타석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공격 기회 없이 라커 룸으로 향했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4회초 2사 2,3루 KIA 위즈덤이 삼진 아웃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5.6.24 [연합뉴스]
위즈덤의 올 시즌 성적은 76경기 타율 0.254(276타수 70안타) 22홈런 54타점. 출루율(0.355)과 장타율(0.554)을 합한 OPS는 0.909이다. 리그 홈런 2위, OPS 4위일 정도로 공격 지표가 준수하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이 0.214에 머무는 등 '영양가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는다. 홈런 22개 중 솔로 홈런이 14개.
특히 후반기 첫 8경기 타율이 0.143(28타수 4안타)에 머무르면서 하락세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준수했던 수비에서 실책(시즌 7개)을 쏟아내니 팀으로선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