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이건목 세계침도학회 부회장 “침으로 수술한다니까 아무도 안 믿었죠”
“침으로 수술한다고 하니까 다들 안 믿었다가 효과를 보면 아는 사람들 다 데리고 옵니다.”
이건목 교수(원광대 산본 한방병원 병원장)가 침으로 수술하는 ‘침도요법’을 보급하기 위해 지난 23일 서울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대한한의침도학회(회장 이건목) 창립 총회를 열었다. 몰려드는 환자를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됐고, 20여 년간 임상이 축적돼 침도요법이 기존 한의학의 보존적 요법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침구요법’이라는 확신에서였다. 이 회장은 대한침구학회 회장 겸 세계침도학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침도요법은 중국 중의연구원장이며 중국 중의약대학 교수였던 주한장이 1976년 개발한 것으로 주로 중국에서 시술돼왔다. 효과는 알려져 있으나 국내 보급은 이건목 학회장 혼자뿐이었다고 할 정도로 전무했다.
이 회장은 “침도요법을 시술하기 위해 해부학적 지식과 수많은 임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면서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보다 훨씬 간편하다. MRI와 X선 촬영을 해 정확한 시술 부위를 체크한 다음 시술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침도요법에 사용하는 침은 요즘 사용하는 침 보다 굵고 끝이 납작하다. 침을 찌르는 곳이 보통 한두 군데다. 많아도 5~6곳을 넘지 않기 때문에 마취할 필요도 없다. 통증에 민감한 사람은 마취 크림 정도면 충분하다.
이 회장은 주제 발표에서 “디스크나 오십견 등 통증이 오래되어 이미 만성화 되어버린 경우 그 주위 인대나 근육이 상당히 딱딱하게 굳어 있거나 주위 신경을 누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침을 시술하면 인대나 근육의 자리가 재배치되어, 통증이 없어지고 눌린 신경과 기능이 빠르게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침으로 인대나 근육의 유착을 떼어내어 원래의 관절 가동 범위로 회복시키면, 막힌 것이 소통되어 기혈이 순조롭게 통한다. 침으로 유착 부위를 찌르면 “뚝뚝”하는 소리와 함께 유착이 끊어지는 느낌을 시술자가 바로 알 수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시술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해 참석자들의 눈을 휘둥그래하게 만들었다.
인대나 근육의 유착이 오래되어 발생하는 질환은 기존의 한∙양방의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치료기간도 길다는 단점이 있다. 이 회장은 “침도요법은 10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1~2번 시술로 상태가 호전돼 환자 스스로 그 자리에서 효과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술로 인한 후유증과 마취 부작용이 없는 것도 침도요법의 장점이다.
침도시술의 대상이 되는 질환은 인대나 근육 조직의 유착으로 인한 완고한 통증,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오십견, 수근관 증후군, 퇴행성 관절염, 슬통, 족근통, 각종 건초염, 근육과 인대의 손상, 수술로 인한 손상후유증, 경추성 두통 등 만성병이다. 그러나 발열 증상이 있거나 지혈에 문제가 있거나 심혈관계질환∙신장병∙고혈압∙당뇨병이 심한 환자는 피해야 한다.
이날 창립 총회에는 강재만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류은경 대한여한의사회장, 한의과 대학 교수, 대한침구학회 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천구 기자 [dazur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