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33·SK)과 김동주(32·두산)은 김재현이 LG 시절부터 서울 거포를 대변하는 라이벌로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사실 김동주는 빠른 76년생이라 배명고(김동주)-신일고(김재현) 때부터 같은 학년에 좌우 거포로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다.
프로 데뷔와 한국시리즈 우승은 김재현이 먼저다. 1994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재현은 데뷔 첫해 21홈런을 쏴올리며 단숨에 '캐넌히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지현-서용빈 등 똘똘한 입단 동기들과 3총사를 이루면서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도 손에 끼었다.
김동주는 철저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고려대를 거쳐 1998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자마자 팀의 4번 타자를 맡으며 김재현과 제2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데뷔 첫해 24홈런은 LG 팬들의 콧대를 꺾어도 남았다. 2000년에는 잠실을 홈으로 쓰는 국내타자로서 31개의 홈런 아치를 그려냈고, 아직도 프로야구 역대 유일한 잠실구장 장외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오른손 거포 김동주는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때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그리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 국가대표 중심타자를 놓아 본 적이 없다. 그 동안 투자에 인색했던 소속 팀 두산도 지난해 FA(프리에이전트)로 김동주가 시장에 나오자 4년간 계약금 포함 62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둘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엇비슷하다. 김재현은 94년에 이어 SK로 이적해 지난해 김성근 감독 밑에서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팀 사정상 지명타자나 대타 요요원으로 출전하지만 전성기 때 한방은 아직 유효하다.
김동주 역시 찬스 때 강한 타자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더구나 올 시즌 통산 200홈런(총 214개·역대 11위)을 쳐 슬러거이자 꾸준한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역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 가운데 200홈런을 넘긴 이는 김동주가 처음이며, 잠실구장 홈런에서도 95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김재현의 통산 홈런은 181개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도전자는 김동주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 2방으로 2연패 뒤에 4연승을 이끌었다. 반면 김동주는 2007 한국시리즈에서 17타수 2안타(.118)로 부진했다.
김재현과 김동주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빈볼로 인한 감정 대립까지 펼쳤다. 이번에 맞는 리턴 매치는 어떻게 전개될지 '사연있는' 두 거포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