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역삼동 팍스넷에서 일하는 주세진 팀장(37·남)은 출근하자마자 노트북 화면을 캡처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네이트온 메신저에 등록된 친구가 5000명에 이르다 보니 매일 40~50명씩 생일을 알리는 팝업이 뜬다. 생일을 알리는 수십 개의 팝업을 일단 '저장' 한 뒤 일일이 문자나 전화로 축하메시지를 전달한다.
지인들과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경기 불황 속에서 사이버 '인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 난국을 돌파하는 사람들이 화제다. 물론 하루 아침에 수천 명의 인맥이 형성된 것은 아니다.
재무컨설턴트로 일하는 주 팀장은 "대학 때 유네스코 학생회 동아리 활동, 국토대장정 행사, MBC 아카데미, 보험회사 등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인맥이다.
동창회 등과 같은 모임에서 한 번 만난 이들과 꾸준히 네트워킹을 하려면 메신저만큼 좋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트온 메신저에 등록된 5000명의 지인들 가운데 약 2500명은 개인적인 인맥이다. 나머지는 업무적으로 수시로 연락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상담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 상품을 컨설팅해주는 그에게 메신저는 유용한 업무 수단이기도 하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금융시장에서 실시간 대화 및 상담이 네이트온 메신저로 이뤄진다.
약 7500개의 전화번호가 등록된 자신의 PDA 화면을 보여준 주 팀장은 "최근 경제 상황은 메신저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메신저 인연을 발판으로 서로 고민을 덜어주고, 때로는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면서 사이버 밖에서 소줏잔을 기울일 때 온라인 인맥이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파랑컴퍼니에서 파티플래닝 업무를 맡고 있는 정건영(33·남) 팀장은 미니홈피 '싸이월드' 스타다. 1999년에 8월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일촌 등록된 인원이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정 팀장은 "만남과 소통을 전제로 한 파티플래닝 업체에서 일하다 보니 일촌들로부터 직업에 대한 문의도 많다. 일촌들로부터 뉴스나 취미인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싸이스타다보니 해프닝도 많다. 정 팀장은 "지난 연말 강남의 한 카페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런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 인사를 건냈다. 잠시 뒤 서로 일면식도 없었지만 싸이에서 일촌 사이여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수한 기자 [nuh20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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