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택가에 가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체인점은 치킨집이다. 골목마다 한 두 개는 기본이다. 점포당 규모는 보통 33㎡(10평)미만에 테이블은 2~3개 정도. 홀 손님보다는 배달에 의존하는 생업형이다.
치킨집의 개념을 바꾼 전략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 역 인근의 '훌랄라 참숯 바베큐 치킨' 낙성대점(사장 이기윤·39)은 치킨집에 대한 개념을 확 바꿔놓았다. 남부 순환로 대로변에 있는 점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기가 치킨집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모(115㎡·38평)가 크다. 실내 분위기 역시 젊은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 밝고 화사하게 꾸며 놓았다.
또 치킨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달을 전혀 하지 않는다. 사고에 대한 걱정 때문이란다. "배달을 하면 분명 매출이 는다. 그러나 배달 소년들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는 것을 몇번 본 적이 있어 처음부터 배달은 포기했다." 이 사장의 설명이다.
배달을 하지 않다보니 홀 손님에 승부를 걸어야 했고 매장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개업 비용이 1억 5000만원(권리금 제외)이 들어간 까닭도 이 때문이다.
치킨 마니아에서 사장으로
그러면 '혹시 망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은 없었을까. 이 사장은 주저없이 "전혀 그런 걱정 없었다. 자신있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랬다. 이 사장은 신림동에서 게임 업체를 6년간 운영했는데 그 때 훌랄라의 맛에 반해 '매니아'가 됐던 것. 훌랄라 치킨에 대해서만은 '지피지기'였던 셈이다.
마침 2007년 게임산업이 철퇴를 맞자 주저없이 훌랄라 문을 두드렸다. 그렇다고 무작정 덤벼든 것은 아니었다. 음식 장사는 처음해보기에 3개월 가량 발품을 팔아 상권을 분석한 끝에 원래 호프집이었던 지금의 자리를 얻었다.
발품을 판 보람이 있었다고나 할까. 이 집은 개업 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한다. 기자가 찾은 날도 그랬다. 주변에 다른 치킨집도 있지만 이 집부터 손님들이 차기 시작한다. 평일 오후 7시인데도 13개의 테이블에 인근의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가득하다. 주말엔 인근 아파트의 가족 손님까지 가세해 북새통을 이룬다.
오픈 당시 부터 단골이 됐다는 김재문씨는 "체인 점이지만 다른 집에 비해서 맛이 독특하다. 뭐랄까 매운 듯하면서도 달콤하다고나 할까. 씹는 식감도 다른 치킨에 비해 쫄깃하다. 하여튼 내 입에 맞아 1주일에 두 세번은 찾는다"라고 말했다.
온도와 소스가 다르다
체인점이지만 다른 점포와 맛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장은 "보통 본사에서는 초벌 구이를 할 때 '오븐의 온도를 250도 정도에 맞추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안한다.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그날 그날의 날씨와 닭의 상태에 따라 온도를 조절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한가지는 소스가 약간 차이가 난다는 것. 보통은 본사에서 공급해주는 소스를 사용하지만 이 사장은 "더 메운 양념을 첨가한다"고 귀띔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붉닭처럼 화끈하게 메운 맛을 원한다. 본사에서 주는 소스를 아무리 넣어도 입맛을 맞출수 없어 강한 맛을 살짝 추가했다." 원래는 불가하지만 본사에서도 모르는척 해준다고 한다.
이 사장은 "잘 알다시피 본사나 주위의 말만 믿고 무작정 체인점 사업에 뛰어 들어서는 안된다.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하나하나 살펴봐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비 창업자라면 귀담아들어야할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