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라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는 친구가 있다. 세 살 정도 어리면 그럭저럭 좋고, 가급적 어릴 수록 성적 매력을 느낀단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 것들이 좋아진다더니 주변에 미혼인 친구들 중에서도 연상보다 연하남을 선호하는 여자들이 부쩍 늘었다. 뽀송뽀송 어린 여인들을 제치고 괜찮은 연상남들에게 선택될 가망성이 점점 희박해 지는 현실을 자각한 탓도 있을 거고, 자기 주관과 경제력이 생기면서 남자에게 간택 당하는 입장을 벗어나 스스로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나에게도, 연하는 물론 동갑내기도 남자로 취급하지 않았던 때가 있다. 딱히 룰을 정해놓은 건 아니었지만 내가 좀 조숙했던 것 인지 어린 남자들과는 당최 재미가 없었다. 대화의 소재도 이미 뻔히 아는 것들로만 한정되어 있고, 어쩌다 말이 좀 통한다 싶으면 지나치게 사려가 깊었다. 데이트 장소를 한번도 스스로 결정하는 법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손 잡아도 돼? 키스해도 돼?” 일일이 물어보며 여자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하는 아예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어쩌다 두 세 살 차이 나는 연상 남을 만났더라도 위와 같은 이유로 도무지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덕분에 (4년 연상인 지금의 남편과) 결혼 하기 전 연애했던 남자들의 평균 나이가 매우 높은 편이다. 10살 연상. 8살 연상…심지어, 16살 연상도 있었다.
스무 살 때였나? 서른 여섯 먹은 남자에게 처음으로 남녀상열지사를 배웠다. 뒤돌아보니 그저 연륜 있는 선수에게 몇 번 따 먹혔던 건 뿐인데, 당시엔 내가 이루기 힘든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라 믿었다. 너무 어린 애인을 만나 그가 모종의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어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편지를 건넨 일이 있다. 스물 아홉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세기의 사랑을 나눈 피카소와 마리테레즈의 이야기를 언급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피카소가 그 후에도 끊임없이 여자를 갈아치웠으며 그 여자들 중에는 마흔 살 연하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 아무튼, 그 편지를 계기로 그가 이혼남이 아닌 기혼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트렁크에 처박아둔 편지를 부인이 봐 버렸다며 혹시라도 부인에게 연락이 온다면 전화를 받지 말아달라고 했다. 내가 어쩌다 저런 중늙은이 여우 새끼한테 그런 편지를 썼을까? 땅을 치며 후회한 지가 엊그제 같은 데, 내가 어느덧 그 중늙은이 나이가 되어 버렸다.
어릴 땐 나이 많은 남자들이 태산같이 커 보이고, 든든하고, 그 능수능란함이 무조건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도 모두 사람 나름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인생의 참 맛을 안다거나, 더 겸손하다거나, 경제력이 탄탄하다거나, 섹스를 잘 한다거나, 여자의 마음을 더 잘 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그들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어린 남자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니 자신감이라기보다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앞에 두고 누구나 부릴 수 있는 일종의 호기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남자의 카리스마는 자신감과 배짱에서 나온다. 가끔 정확하지 않은 사실, 예를 들면, “넌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내 페니스는 엄청 큰 편이야”와 같은… 뭐에 대해 당당히 우길 수 있는 배짱 말이다.
다시 태어나 스무 살이 되면, 관계가 무르익어 아무런 편견 없이 서로를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나이는 묻지 않을 거다. 나는 무조건 연상이라야 해! 라는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놓쳐버린 괜찮은 남자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 이연희는?
대한여성 오선생찾기 운동본부 팍시러브넷(foxylove.net)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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