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김해운동장에서 열린 김해시청과 강릉시청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을 보며 든 생각이다. 내셔널리그 한 팀의 1년 예산은 20억~30억원 정도. 프리미어리그 스타급 선수 1명의 두 달치 월급밖에 안 된다. 매 경기 7만 가까운 관중이 들어차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드 트래퍼드같은 열기도 내셔널리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잉글랜드에 ‘명품 리그’가 존재하는 건 프리미어리그만 잘나서가 아니다. 챔피언십리그라는 명칭의 2부리그에는 한 때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했던 내로라하는 팀들이 포진한 채 승격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 아래로도 10개가 넘는 하부 리그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이런 체계는 유럽 축구 선진국들이 대동소이하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바이에른 뮌헨)는 세리에 B·세리에 C를 거쳐 늦깎이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부리그는 1부리그에서 밀려난 스타들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팬들과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내셔널리그도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김해시청의 주축 선수이 추운기(31)는 K리그 전북과 제주에서 119경기나 뛰었던 베테랑이다. 한때 안양 LG의 수비라인을 지휘했던 박요셉은 강릉시청의 미드필더로 뛰며 공수를 조율했다.
내셔널리그를 발판 삼아 K-리그로 점프하려는 선수도 많다. 김해시청의 골키퍼 황교충은 포항 스틸러스에 1순위로 지명됐다. 김해시청의 양동철도 전북 현대에 번외로 입단했다. 올해 프로드래프트를 통해 K-리그를 밟게 된 선수는 모두 10명이나 된다.
권오갑 실업연맹 회장은 “승강제 실시 등 내셔널리그와 한국 축구가 발전할 토양을 다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하부리그가 튼튼해져야 한국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같은 명품 리그가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K-리그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 이날 경기에서는 후반 34분 이동준의 결승골로 강릉시청이 1-0으로 김해시청을 눌렀다. 최종 챔피언은 21일 강릉에서 열리는 챔프 2차전을 결과를 더해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