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기차에 실고 떠나는 여행이 인기다. 코레일(KORAIL)이 지난 4월부터 운행하고 있는 에코레일자전거열차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아침,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이 열차는 자전거를 수백 대를 실을 수 있도록 짐칸이 따로 마련돼 있다. 서울 근교에서 주말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 동호인이 주고객이다. 차량 없이 장거리투어를 떠날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지난 14일, 자전거를 끌고 충북 옥천행 특별 열차편에 탑승했다. 오전 8시 서울역을 출발, 10시 30분 옥천역 도착해 금강의 아름다운 물줄기를 따라 라이딩을 즐긴 후 오후 9시 서울역으로 되돌아왔다.
출발 10분전, 서울역 플랫폼으로 자전거특별열차가 스스르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미 VIP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 통로로 플랫폼까지 들어온 자전거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한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이란다.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일은 어렵지 않다. 특별열차는 총 9량, 그 중 4칸이 자전거 전용 짐칸이다. 짐칸에는 각각 100여 대의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돼 있다. 자전거를 세워 안장 부분을 거치대에 살짝 걸쳐 놓기만 하면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전거열차는 무궁화호를 개조한 것이다. 기차여행의 코드는 낭만, 하지만 날랜 KTX가 등장하면서 이런 맛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간만에 다시 조우한 무궁화호열차는 KTX와는 다른 친근함이 있다. 일단 좌석 사이가 넓고, 앞뒤 좌석을 돌려 마주보고 앉은 것도 가능하다. 이날 특별열차에 탑승한 자전거라이더는 120여 명, 자전거동호회·가족·연인 등 참가자들의 구성 또한 다양하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자전거열차 상품은 충북 옥천·전남 곡성·강원 영월 세 곳으로 떠난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옥천이란다. 코레일관광개발의 강호선 씨는 “옥천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로 가깝고, 자전거코스 또한 초보자도 무난히 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옥천열차에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은 이유다.
10시 30분, 옥천역 앞 광장에 자전거 120여 대가 일제히 정렬했다. 자전거 라이딩코스는 2가지다. 금강변을 따라 가는 총 53km의 초급자 코스, 그리고 대청호 주변를 한 바퀴 라운딩하는 총 86km 중·상급자 코스다.
대부분 포장도로를 달리는 금강코스에 비해 대청호 구간은 산악자전거를 타야만 하는 산길이 10여km 정도 포함된다. 이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 참가자 모두 금강코스를 달리기로 했다. 현장을 책임지는 홍병희 대장은 “비가 오면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게 좋지만, 옥천군청과 경찰서에서 안전하게 에스코트하기 때문에 큰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옥천역에 정렬한 라이더들은 시인 정지용생가가 있는 장계휴양지까지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내달렸다. 거리는 약 13km,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1시간 남짓 줄곧 달렸더니 아랫도리가 후들거렸다.
초급 라이더, 박근남씨는 “빗물이 달디 달다”고 할 만큼 힘겨운 모습이 역력했다. 급기야 초등생 참가자 두세 명은 트럭에 태워졌고,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미니벨로(작은 바퀴의 자전거)를 탄 커플도 트럭 신세를 졌다. 때마침 코레일에서 준비한 도시락이 지급됐다. 격한 라이딩 후 밥맛은 당연 꿀맛이다.
이후부터는 내리막, 편안한 길이다. 금강코스의 백미는 장계휴양지에서 금강IC 가는 길에 있는 5km의 흙길이다. 오른편으로 맑은 금강이 흐르는 가운데, 푹신푹신한 흙길을 페달을 밟아 나아간다. 시야가 확 트인 곳이 있는 반면, 넝쿨이 우거진 어두운 숲을 통과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동안 굵은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졌다. 내리는 비는 땀과 섞여 헬멧과 고글을 타고 온 몸으로 흘러내렸다. 빗물은 수냉식 냉각 기관 역할을 해 페달을 밟느라 데워진 몸을 서늘하게 식혀주었다. 비포장도로를 끝내고 나니, 거짓말처럼 햇살이 비췄다. 색다른 경험이다.
오후 4시경, 옥천으로 되돌아온 라이더들은 읍내 목욕탕에서 다시 조우했다. 비와 땀에 전 몸을 씻고 푸는 시간이다. 탕에서 만난 중학생 문기정(14) 군은 아빠와 함께 생활자전거를 끌고 코스를 완주했다. 문군에게 이날은 '아빠와 함께 한 무한도전'이었다.
이용정보=에코레일자전거열차는 한 달에 2회 운행한다. 산악자전거 동호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소유한 초급자 이상의 라이더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점심으로 제공되는 도시락은 여행상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행자보험은 들어있지 않아 원할 경우 개별적으로 들어야 한다. 승차권은 홈페이지(www.korailtravel.com)이나 전화(1544-7755)로 예약하면 된다. 가격은 5만원.
글=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