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는 더 바빠."
김성근(68) SK 감독이 수첩을 꺼내어든다. 빼곡하게 들어선 일정. SK는 11월 12일부터 일본 고치서 마무리훈련을 시작한다. 동시에 일본시리즈 우승팀과 한일클럽챔피언십(13일 도쿄)을 치러야 한다. 12월 초에는 오키나와에 재활군 캠프를 차린다. 김 감독은 "일본에만 머무르고 싶지만 한국을 자주 오가야 한다. 12월이 더 바쁘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는 '비시즌 통과의례'가 있다. 선수들의 결혼식에 주례로 나서는 것이다. SK서는 12월 3명의 선수가 웨딩마치를 울린다. 정우람이 4일, 박재상이 11일, 김강민이 18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셋이 모시고픈 주례는 동일인물, 김 감독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에 참가 중인 김강민은 일찌감치 김 감독의 허락을 받았다. 프로입단(2001년) 후 최고 성적을 거둔데다 팀이 우승컵을 들어 자신있게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김강민은 "올 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부탁을 드리지 못했을텐데…. 운이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박재상과 정우람은 한국·대만클럽챔피언십(4·5일 대만 타이중) 기간 중 감독에게 주례사를 부탁할 계획이다. 대만 챔피언 슝디 엘리펀츠전을 승리로 장식해야 쉽게 운을 뗄 수 있다. 박재상과 정우람의 청을 받아들인다면 김 감독은 3주간 대구(김강민)-서울(박재상)-부산(정우람)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김 감독은 SK 감독 부임 후 매년 겨울 주례를 섰다. 2007년 11월 정근우·2008년 12월 채병용의 결혼식 때도 김 감독은 주례로 나서 제자들의 새출발을 축하했다. 특유의 책임감으로 꼼꼼하게 주례사를 준비했다. '긴 주례사는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생각에 김 감독은 5분 분량의 주례사를 준비하고, 말하는 속도와 분량 등을 정확히 고려해 이를 완성해왔다. 스승의 정성에 감복한 제자들은 몇 차례나 고개숙여 감사를 전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SK 선수들에게 김 감독이 '주례 섭외 1순위'가 된 이유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