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뉴 페이스 조연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송새벽·마동석·정만식 등 이른바 '송·마·정' 트리오는 최근 히트작들에 나란히 출연하며 무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송새벽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마더'로 얼굴을 알린 후, 지난 6월 개봉해 300만 관객을 모은 '방자전'으로 지난달 29일 열린 제4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 8일 영평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연거푸 받았다. 기존 고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변학도 역으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수줍거나 어눌한 듯 하면서도 순간순간 드러내는 광기로 관객의 배꼽을 잡았다.
9월 개봉한 설경구 주연의 액션물 '해결사'에서는 형사반장 오달수의 후배 형사로 나와 또 한번 웃음을 줬다. 가스 폭발의 위험에 직면한 방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도시가스인데요, 잠궜어요"라고 하는 대사는 송새벽만의 색깔 연기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250만 관객을 넘어 흥행 질주 중인 '시라노;연애조작단'과 첫 주 흥행에 성공한 '부당거래'에도 송새벽이 나온다.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선 연애에는 젬병인 소심한 남자로 초반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부당거래'에선 주인공 최철기(황정민)의 한심하기 그지없는 매제 역할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7광구'와 '위험한 상견례'에도 잇따라 캐스팅돼 그에 대한 충무로의 각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건장한 체구의 마동석도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다. 그는 드라마 '히트'와 '강적들'에서 형사나 보디가드로 얼굴을 알렸다. 강인한 외모로 액션물에 주로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중순 개봉해 100만 관객을 넘기며 꾸준히 흥행 중인 '심야의 FM'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인공 수애를 짝사랑하는 순진한 남자를 연기했다. 넉넉한 점퍼와 바지 속에 근육질 몸매를 숨기고 한 여자를 향해 순정을 바치는 남자. '부당거래'에서는 또 한번 형사를 맡았으나, 이전의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다르다. 선배의 비리를 알고도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충직한 후배역할이다.
정만식은 '심야의 FM'과 '부당거래'에서 마동석과 나란히 출연했다. '심야의 FM'에서는 라디오 PD로, '부당거래'에선 할 말은 하는 검찰 수사관으로 나왔다. 곧 개봉할 새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에서도 마동석과 함께 출연한다.
영화에 앞서 연극 '봄날' '뉴욕 안티고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황해'에도 출연해 더 큰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웰메이드 영화 '부당거래'의 선전은 황정민 등 주연배우들의 나무랄데 없는 연기 뿐만이 아니라 마동석·정만식 등 하나하나 살아있는 조연배우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