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28·클리블랜드)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뒤흔들었다. 아시안게임 야구에선 추신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신수는 예선 3경기부터 중국과 준결승전까지 4경기에서 10타수 5안타 3홈런 2도루를 기록했다. 4사구는 7개나 얻었다.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상대를 제압하며 아시아 최고 타자임을 입증했다. 그의 활약은 아시안게임 야구 역사에 오래 남을 만큼 강렬했다.
메이저리거, 메이저리거추신수는 정말 메이저리거다웠다. 몇 수 위의 기량도 그렇지만 야구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추신수는 예선 첫 경기인 대만전이나 준결승전뿐만 아니라 약체 홍콩·파키스탄전에도 모두 나와 진중하게 치고 달렸다.
인코스 공에 맞으려고 몸을 갖다 댔고, 도루 기회에서는 어김 없이 베이스를 훔쳤다. 아무리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메이저리거다운 플레이였다. 추신수는 "아무리 약한 상대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의 슈퍼맨추신수와 제대로 붙어본 투수는 대만 선발 린이하오밖에 없었다. 그가 추신수에 연타석 투런포를 얻어 맞은 이후, 다른 투수들은 도망가느라 바빴다.
추신수는 18일 준결승전에서도 제대로 된 타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1회 첫 타석은 고의에 가까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었다. 중국 선발 루지앙강은 3회 초구 스트라이크, 2구 파울로 볼카운트 2-0이 되자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지다 '참사'를 당했다.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지는 볼을 추신수는 괴력의 어퍼스윙으로 대형홈런을 만들어냈다. 상대가 피하면 내가 공격한다는 메이저리그식 적극적 스윙을 보였다. 추신수는 4회 고의볼넷을 얻었고, 7회에는 초구 스트라이크 후 볼 4개를 연속으로 골라 출루했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대결이었다.
동료에게도 강한 자극제'추신수 효과'는 대표팀 내부에 더 크게 미쳤다. 국내 최고 좌타자 김현수(22·두산)가 추신수와 계속 붙어다녔다. 추신수는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할 게 없다"고 말했지만 메이저리그 특급타자와 함께 뛰는 것 자체가 김현수에게 큰 공부였다. 추신수는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선수"라며 후배에게 용기를 줬다.
친구들에게도 좋은 자극제다. 이대호(28·롯데)는 추신수와 함께 타격훈련을 하며 경쟁심을 불태웠다. 올시즌 타격 7관왕에 오르며 국내에서 절대 지존 지위를 굳혔지만 진짜 라이벌은 미국에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일본에 진출한 김태균(28·지바 롯데)에게도 마찬가지다.
광저우=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