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양궁 개인전에서 김우진이 금메달을 따자 취재진은 김성훈 양궁 남자대표팀 감독에게 몰렸습니다. 김 감독은 "잠깐 있다가 인터뷰하자"며 정중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는 양궁장 구석에서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성취감보다는 안도감이 역력했습니다.
다시 만난 김 감독은 "금메달을 못 따면 큰일 납니다. 다들 양궁에서는 금메달 따는 줄 알잖아요. 대표팀 감독하면 담배 절대 못 끊습니다. 내년에는 또 누군가 이 짐을 지고 살아야하겠죠. 사실 즐기면서 해야 하는데 우리에겐 그런 여유가 없어요"라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양궁 세계최강의 짐은 이렇게 무겁습니다. 올해는 담력훈련을 위해 뱀을 목과 허리에 두르고 두 손에 뱀을 든 채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해병대 극기훈련도 갔고 비무장지대 철책근무도 했습니다. 경정장에서 소음대비 훈련을 했고 제주도에서 바람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올해 왜 이벤트성 훈련이 많았냐고요?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뭐라도 계속 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정도의 자기만족이 없으면 긴 시간 훈련을 지속할 수 없죠. 그리고 분명히 그런 훈련은 경기에 도움이 됩니다"라는 김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사실 매 경기 우리 선수들은 세계최강의 실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쉽게 이긴 경기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나라도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죠. 한국을 꺾기 위해 대회방식은 매번 바뀝니다. 양궁대표팀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실감합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대표팀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