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부진으로 '내홍'에 휩싸인 마이애미 히트가 29일 워싱턴 위저즈전서 모처럼 낙승을 거뒀다. 마이애미는 아메리칸에어라인스 어리나에서 열린 경기에서 '수퍼 빅3'가 76점을 합작하며 105-94로 승리했다. '킹' 르브론 제임스가 30득점을 기록했고 드웨인 웨이드가 26점 크리스 보쉬가 20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워싱턴은 안드레이 블래치가 26점 길버트 어리나스가 23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신인왕 후보 잔 월이 두 경기째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공백이 컸다.
이기긴 했지만 마이애미는 이날까지 간신히 10승8패로 동부컨퍼런스 5위에 머물렀다. 르브론과 보쉬를 영입하면서 야심차게 출발했던 것에 비하면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이다. 더구나 팀원들이 에릭 스폴스트라 감독(40)의 지도방식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어 마이애미는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와도 같다.
일각에서는 스폴스트라 감독이 옷을 벗을 위기에까지 놓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팻 라일리 사장의 감독 복귀설까지 솔솔 나돌고 있다.
스폴스트라는 어머니가 필리핀인으로 2008년 마이애미 지휘봉을 잡으며 북미 메이저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 감독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1995년 히트의 비디오 분석가로 NBA에 입문한 뒤 승진을 거듭해 2008년 4월 히트의 사령탑에 앉았다. 지난해까지 두 시즌 동안 90승을 올리며 마이애미를 플레이오프로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전력을 구축하고도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자 지도력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소식통들은 스폴스트라가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그의 공격 작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27일 댈러스전에서 타임아웃 때 르브론이 사이드라인으로 걸어가며 무시하듯 스폴스트라의 어깨를 툭 친 장면을 놓고 고의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히트는 이날 패한 뒤 팀원들간 40분 동안 미팅을 가졌는 데 이 때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스폴스트라에 대한 불만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농구 관계자들은 과연 NBA 감독 3년차에 불과한 스폴스트라가 웨이드와 르브론 보쉬로 이어지는 '빅3'에 싫은 소리 한마디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그가 '빅3'를 향해 가차없이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슛 연습 때 팀 멤버들이 다 지켜보는 자리에서 웃고 떠들며 슛하는 르브론을 향해 "좀 진지하게 연습할 수 없냐"고 내뱉었다는 것. 당시 팀원들은 그가 공개적으로 르브론에게 쓴소리를 한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소식통은 "그는 선수들을 너무 나무란다. 르브론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농담하면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 농구하기 좋아한다는 걸 다 안다. 하지만 스폴스트라는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식으로 싫은소리를 했다. 그런 행동들이 멤버들의 즐기는 마음을 빼앗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폴스트라가 '감독 해고설'에 크게 동요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동기유발을 하는 감독이 아니다. 감독을 똑바로 봐야 하는데 자기 직장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만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공격작전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식통은 "예를 들어 '픽&롤을 하라' 혹은 벤치멤버들에게 '오픈슛 기회 때는 슛해라' 식이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스폴스트라는 이번 보도와 관련 "선수들과 감독이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면서 "그게 오히려 정상이다. 감독-선수 관계란 적대적일 때도 있기 마련"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했다.
그러나 그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워싱턴전을 앞두고 르브론과 30분 동안 일대일 미팅을 가졌고 다행히 경기에 이기면서 일단은 분위기를 추스를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지금같은 성적부진이 이어진다면 마이애미의 선택은 스폴스트라가 아닌 르브론과 웨이드 보쉬가 될 것은 뻔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