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주장으로 활약했고, 제주 유나이티드를 준우승으로 이끈 미드필더 구자철(21)은 흔히 말하는 신세대와는 딴판이다. 딴 데 한 눈 팔지 않고 축구에만 일로매진이다.
그에게 얼마 전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이메일 끝에 자기 소개를 하는 곳에 써 있는 멘트가 인상적이다. ‘난 이제 축구선수다. 학생이 아니다. 나에겐 오직 축구뿐. 저 열심히 할거에요.’
이게 끝이 아니다. 성실한 구자철은 효심도 깊다.
구자철은 프로 데뷔 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최근 부모님에게 아파트를 선물했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서 30년 가까이 된 단독 주택에서 살던 부모님은 지난 3일 구자철이 선물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인근의 41평짜리 주상 복합 아파트로 전세로 얻는 데만 3억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하지만 구자철은 바쁜 일정 탓에 아직 새 집 구경을 하지 못했다.
프로 데뷔 4년 만에 부모님께 집을 선물할 수 있었던 것은 구자철의 검소한 생활 덕분이다. 억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용돈은 매달 부모님에게 받아 쓴다. 연봉이 상승하면서 30만원, 50만원이었던 용돈은 올 해 100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구자철의 씀씀이는 그대로다. 그는 "주로 제주에서 팀 생활을 해서 돈 쓸 일이 별로 없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11월에는 용돈 100만원이 그대로 통장에 남았다"고 말했다.
휴대폰이 좋은 사례다. 구자철은 아시안게임 기간 중 중국에서 휴대폰을 분실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새로 휴대폰을 개통했는데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이 아닌 진열대 구석에 놓여있던 구닥다리 공짜폰을 선택했다. 구자철은 "휴대폰은 통화와 문자만 한다. 다른 기능은 나한테 필요없다"며 해맑게 웃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저런 선수는 처음 봤다. 어떤 감독이 저런 선수를 싫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영표와 박지성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성품을 지는 구자철에게 기대를 거는 축구인이 많다.
김종력 기자 [raul7@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