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크리스마스 특집극 '고마워 웃게해줘서'는 제작진과 출연진 대부분이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제작단계에서부터 주목받았던 작품. 강원래·오세준 등을 비롯해 실제 장애인 9명이 배우로 출연하고, 2000년 미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1급 장애 판정(하반신 마비)을 받은 KBS 김영진 PD가 10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
김영진 PD는 "장애인이 되는 순간 이 삶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떨어진다. 사고 이후 복직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존재감이 없어지니깐 서럽더라"면서 "그 동안 연출을 안 시켜줘서 못했지 시켜주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번에 해보니깐 힘들더라. 하지만 작업하면서 출연 배우들에게 힘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장애인들로 이뤄진 극단 으랏차차 유랑단이 비장애인을 찾아가 공연을 펼치기까지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2000년 오토바이 사고 후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가 단장으로 있는 장애인 극단 꿍따리 유랑단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단원들의 실제 사연을 드라마화했다.
남자 주인공은 2000년 남성 3인조 디토의 보컬로 데뷔한 오세준. 그는 1집 활동을 마치고 솔로 앨범을 준비하던 중 연축성 발성장애 판정을 받고 가수 활동을 접어야만 했던 비운의 가수다. 여자 주인공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운전하던 경운기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김지혜가 맡았다.
오세준은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장애 판정을 받았을 당시 그 책임을 내가 아닌 다름 사람에게 돌렸다. 원망과 증오를 많이 갖고 살았는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과거의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드라마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지혜는 "일반인이고 처음 연기에 도전한 것이라서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고나서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쉬울 만큼 즐겁게 촬영했다. (연기하는 것이)이번이 끝이 될까봐 두렵다. 앞으로 모든 장애인 역은 내가 다 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드라마의 기둥 줄거리를 강원래가 아닌 오세준과 김지혜의 이야기로 선정한 것에 대해 김영진 PD는 "강원래 이야기를 다뤘다면 뻔한 영웅주의 드라마가 됐을 것이다. 이미 유명한 스타라서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지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PD와 평소 친분이 있는 송재호·정애리·조양자·권해효·손현주 등과 강원래의 '절친' 구준엽이 특별 출연해 눈길을 끈다. 조양자는 "방송 30년만에 대사 없는 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송재호도 "김영진 감독의 사고 직전 드라마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것은 그야말로 인간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연기자가 아닌 장애인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다. 눈물이 나면 한 없이 울었으면 좋겠다. 참 감동적인 작품이다. 한마디로 사랑과 희망이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5일 오후 11시15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