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이 보는 라이벌 팀 에이스는 어떨까.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박철우와 7년간 함께 뛰다가 이번 시즌부터 라이벌 선수로 대결하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대표팀에서 문성민과 함께 지냈다. 신치용 감독은 문성민의 스피드를 칭찬했고 김호철 감독은 기흉 수술을 겪은 박철우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보는 현대캐피탈의 문성민 2006년 AVC컵 대회에서 처음 대표팀에서 만났고 지난 해 월드리그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문성민은 점프력도 좋지만 스피드를 가졌다. 박철우·김요한(LIG)보다 스피드가 더 낫다. 스피드를 갖춘데다 팔 스윙도 빨라 월드클래스에서 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역시 단점으로는 서브 리시브다. 문성민 뿐만 아니라 박철우, 김요한 3명이 모두 서브 리시브 능력이 아쉽다. 3명이 수비력을 갖추고 한 코트에서 라이트 한 자리(박철우)와 레프트 두 자리(문성민· 김요한)를 동시에 뛴다면 한국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몇 단계 올라갈 것이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보는 삼성화재의 박철우 2003년 말에 내가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와서보니 박철우가 고교 졸업반으로 입단 계약을 한 상태였다. 둘이 같이 시작한 셈이다. 박철우는 공격 기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 블로킹도 상당히 괜찮다. 다양한 구질 때리면 좀 더 좋겠다. 단지 라이트 공격수로서 갗춰야 할 강한 서브가 조금 부족하다. 서브와 리시브가 어우러진다면 우리나라 최고 라이트 공격수로 손색이 없다.
고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데뷔했다. 처음 봤을 때는 자질은 많은데 체력이 약해, 웨이트 훈련을 많이 시킨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기흉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 훨씬 더 굉장한 선수가 됐을수도 있는데 기흉으로 인해 불행하게도 많은 것을 잃었다.
전 국가대표 거포들이 본 두 선수 장단점문성민과 박철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현역 최고 좌·우 공격수다. 각각 오른손과 왼손으로 강스파이크를 내리꽂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2000년대 중반까지 10년 넘게 삼성화재와 국가대표팀의 공격을 양분했던 신진식(36) 김세진(37) KBS N 해설위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들이 평가하는 문성민과 박철우는 어떤 선수일까.
김세진 위원은 우선 자신의 후계자인 박철우에 대해 "왼손잡이라는 이점이 있고 신장(198cm)이 아주 좋다. 서브도 수준급이고 오른쪽 공격 뿐만 아니라 왼쪽 공격도 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블로킹을 보는 눈이 조금 아쉽고 배짱을 조금 더 길렀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해결사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 대해 "중요할 때 조금 더 힘을 쓸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신진식 위원은 국가대표 레프트로 자신의 계보를 잇는 문성민을 두고 "공격적인 면에서는 나보다 타점도 높고 파워도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센스가 조금 떨어지고 수비에서 (나보다) 조금 처지는 것 같다. 더 큰 선수가 되려면 리시브를 보완해야 된다"며 레프트로서 수비능력에 아쉬움을 표했다.
공격수로 문성민과 박철우를 직접 비교했을 때는 최근 레프트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박철우보다 줄곧 전문 레프트로 뛰어온 문성민에 약간 높은 점수를 줬다. 신 위원은 "문성민이 각도나 파워, 스피드 면에서 조금씩 낫다. 박철우는 타점과 직선각도가 조금 우위에 있다"고 비교했다.
김 위원은 "블로킹 능력에서 문성민이 조금 앞선다"고 했다. 또 박철우가 레프트로 변신하는 데 대해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변신이라 상당히 위험 부담이 있다. 똑같이 레프트로 비교한다면 문성민보다 유리할 것이 없다"며 경계했다.
'예비장인' 품에 안긴 박철우, 여친 없이 운동 올인 문성민박철우는 전 여자농구 선수이자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딸인 신혜인 씨와 열애 중이다. 동갑내기인 둘은 지난 2005년 JDI스포츠클리닉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 서로 유명세를 타며 얼굴이 알려진 터라 비밀 데이트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들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한 배구인들이 늘어나자 2009년 공식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인정했다. 박철우가 2007년 기흉 증세로 병원 신세를 졌을 때 신 씨가 남몰래 문병을 가기도 했다.
신 씨는 2004년 여자농구 신세계에 입단해 주목을 받았으나 이듬해 6월 심장부정맥 수술을 받고 은퇴했다. 이후 여자농구 WKBL 해설위원직을 맡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아버지와 남자친구의 팀이 달라 코트에 자주 나오지 못했던 신 씨는 올해 박철우가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하면서 마음 편히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문성민은 대학 시절 이후로는 여자친구가 없다. 독일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08년까지만 해도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여자친구의 존재가 알려졌지만 지금은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문성민은 "현재 여자 친구가 없다. 친한 선배 형들이 소개해주겠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지금은 여자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가 해외 생활을 마치고 국내무대에 복귀하는 첫 시즌인만큼 운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생각이다.
한용섭·김동환·오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