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부대'가 축구장으로 몰리고 있다. 1998년 안정환·고종수·이동국이 몰고 온 프로축구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이 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인천·경남·광주 등 시민구단을 중심으로 팬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민구단이 기업구단보다 선수 접근성이 쉬워 쉽게 친해질 수 있어서다. 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가 많아 10대 여성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빠 부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공을 잡으면 아이돌 가수를 본 것처럼 소리를 지른다. 골이라도 넣는 날에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이 들린다.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구단 버스로 가 선수들을 기다릴 정도로 열성이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다.
최근 가장 인기 선수는 경남 미드필더 윤빛가람이다. 가는 곳마다 소녀 팬을 몰고 다닌다. 지난달 19일 3주 간의 터키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던 윤빛가람은 깜짝 놀랐다. 귀국 전날 트위터에 '내일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썼을 뿐인데 100명 정도의 팬들이 공항으로 몰렸다. 그는 일일이 사인해주느라 제일 늦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5일 강원 FC와 원정 개막 경기에서도 윤빛가람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경남과 수도권 등에서 모인 소녀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와 홈 구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빛가람이 결승 선제골을 넣자 환호성은 극에 달했다.
구단 사무실은 팬들의 선물로 가득 찼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한 달에 1~2번 오는 게 전부였지만 올 시즌은 시작 전부터 선물 공세가 이어졌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편지와 선물 박스가 배달된다. 대부분 먹을 것과 화장품이다. 윤빛가람은 "팬들이 햇볕 아래서 운동하느라 피부가 상한다고 화장품을 보내준다. 대부분 마스크 팩이다. 냉장고가 마스크 팩으로 꽉 차 더 이상 넣을 수 없다"고 수줍게 웃었다.
인천의 공격수 유병수도 윤빛가람 인기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달 14일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열 박스 넘게 받았다. 전지훈련 중이던 목포까지 직접 초콜릿을 들고 온 팬들까지 있었다. 유병수도 트위터에 "이럴 수가. 나는 택배가 잘못온 지 알았다. 너무 감사하다"고 썼다. 이다혜 인천 홍보팀 사원은 "구단 사무실에 이렇게 많은 선물이 온 적은 창단 이래 처음이다. 팀이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되다 보니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생팀 광주도 벌써 열성 팬이 생겼다. 훈련장까지 찾아와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을 정도다.
10대 여성 팬이 늘어난 건 팬들을 대하는 선수들의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트위터·미니홈피 등을 통해 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한다. 유병수와 윤빛가람은 트위터에서 일명 '질문 타임'을 통해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경기장에 찾아온 팬들에게도 열성이다. 사인만 해주고 지나쳐버리는 예전과는 다르다. 팬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 컨디션과 근황을 이야기해준다. 유영근 경남 홍보팀 대리는 "선수들이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팬들과 거리감이 있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팬들과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 속에서 이야기가 생기니 직접 만나서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