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 지방의 대지진이 여자 프로배구에게 돌발 변수를 던져줬다.
이른바 '김연경 포스트시즌 출장 딜레마'다. 일본 프로배구 JT 마블러스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은 최근 지진으로 일본 프로배구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국내로 일시 귀국한다. 문제는 한국프로연맹(KOVO) 규정에 따르면 JT에서 임대 선수로 뛰었던 김연경이 친정팀인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2010~2011 시즌 흥국생명 선수로 등록돼 있었고, 그의 연봉도 샐러리캡에 포함돼 있었다. 2010~2011 V리그에 앞서 지난해 9월 열린 컵대회에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만약 김연경이 흥국생명 선수로 출전한다면 포스트시즌 판도 자체가 달라진다. 김연경은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왠만한 외국인 선수보다 실력이 막강하다. 일본 프로배구에서도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김연경은 지난해 JT를 정규시즌 1위를 이끌며 득점왕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6일 기준으로 시즌이 종료되면서 JT는 20승 6패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이 가세한다면 흥국생명은 세터 김사니, 한송이, 외국인 선수 미아 등을 앞세워 우승 1순위로 꼽힌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과 도로공사는 김연경의 출장 여부에 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1위 현대건설의 황현주 감독은 "김연경의 출전이 KOVO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여자 배구의 인기를 위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 나름대로 준비해서 챔프전을 치르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는 19일 흥국생명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어창선 도로공사 감독은 "김연경이 돌아와서 뛰고, 우리가 이기면 그것이 '진정한 승부'라고 생각한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