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가 최초로 야구 특성화 학교로 거듭나 화제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원동중학교가 변신을 앞두고 있다.
21일 창단식을 앞둔 주말이었지만 원동중학교에는 아직 이렇다할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었다. 18일 오후에야 긴급히 중고 전봇대를 세우고 그물망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13명이 열심히 캐치볼하고 배팅 연습을 했다.
현재 전교생은 38명. 1970년 개교한 이래 2600명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하자 야구 특성화 학교 전환을 기획하게 됐다. 지난해 부임한 김주만(56) 원동중 교장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의욕적으로 특성화 학교를 추진 중이다. 김 교장은 "한때 학생이 20명도 안 돼 폐교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이 일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성화 학교를 추진한 과정은 이렇다. 양산시 야구협회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원동중학교에 특성화 학교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작년 10월 해왔다. 제의를 받은 김 교장은 곧장 선생님, 학부모, 동창회,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고 90% 이상 찬성 의견이 나왔다. 김 교장은 "양산 시내에 있는 큰 학교에서는 생활지도·학력향상 등을 이유로 야구부 창단을 꺼리더라.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대체로 야구를 통해 학교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성화 학교를 하는 것과 일반 학교에 야구부가 생기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핵심은 '전교생 야구부' 운영이다. 일반 학생들도 직접 장비를 갖추고 야구를 하며, 야구를 전문적으로 하려는 특기생들도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학교 방침상 '매 정기고사에서 교과평균의 70% 미만 과목이 세 과목 이상인 경우 반드시 방과 후 보충학습을 받아야' 하고, 이를 이수하지 않으면 선수등록 및 대회출전에 제한을 받게 된다. 또한 전교생(희망자)을 대한야구협회 야구선수로 등록시킬 계획이다.
김 교장은 "여학생들도 야구를 해보더니 그렇게 재밌어 한다"며 흐뭇해했다. 일반 학생들은 체육시간으로 배정된 일주일 3시간 중 1~2시간을 할애해 야구 이론을 배우고 실전 경기를 체험한다. "적어도 우리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야구 룰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야구를 통한 교육이 인성 지도에도 도움이 된다. 야구에서는 자기를 희생시켜 득점하는 희생타가 있지 않느냐"고 김 교장은 강조했다.
문제는 예산과 운영이다. 일단 양산시청에서 2500만원, 양산시 야구협회에서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양산시청과 양산시 야구협회는 매년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도교육청과 양산시교육지원청에서도 창단금으로 각각 1000만원, 1500만원을 내놓았다. 학교운영비(1000만원)와 롯데야구단(500만원 상당 기구 전달) 등의 지원을 더하면 올해 운영에는 일단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교장의 꿈은 크기만 하다. "올해 2학기에 리틀야구 선수로 뛰던 중학교 1학년 9명이 들어오기로 했다. 그러면 야구부원만 20명이 넘는다. 올해 열심히 훈련해 내년에는 소년체전에 경상남도 대표로 나서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양산=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