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이한다.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구장(당시 서울운동장)에서 처음 플레이볼이 선언된 뒤 30번째 시즌 개막 축포가 다음달 2일 터진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사이 여러 팀들이 간판을 고쳐 달았고 많은 별들이 뜨고 졌다. 그 모든 시간들을 일간스포츠가 함께 하면서 한자 한자 역사로 아로새겼다. 국내 스포츠신문으로는 유일하다. 30주년을 맞아 일간스포츠는 원년의 생생한 흔적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27일부터 '백투더베이스볼'이라는 코너를 통해 원년의 동일자 일간스포츠 지면을 소개하고 당시의 시대 상황과 프로야구 모습, 그리고 오늘날에 가지는 의미를 살펴 본다.
1982년 3월27일(토요일)기사 브리핑1면 헤드라인은 싱겁게도 '프로야구 플레이볼'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프로야구 개막의 날은 밝았다'고 비장한 문장으로 톱기사를 시작하며 프로야구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을 표현했다. 특히 이날 단독으로 열릴 예정이던 MBC 청룡-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은 '최초'라는 영광의 무대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기사는 삼성 톱타자 천보성이 첫 타석에 들어서는 영광을 맛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날 천보성이 역사적인 첫 타석을 장식했다. 이어 개막전 최우수선수에게는 오토바이 1대를 부상으로 수여하고 1호 홈런을 날리는 선수에게는 피아노 1대를 준다고 썼다. 실제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MBC 이종도가 오토바이를 차지했고 5회초 첫 홈런을 친 삼성 이만수가 피아노를 받았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서울에서 MBC-OB, 부산에서 롯데-해태, 대구에서 삼성-삼미전이 동시에 열려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가는 것으로 기술됐다.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로 나눠 진행되고 매주 주말 2경기, 주중 2경기(수·목요일)씩 치르는 것으로 소개됐다. 참고로, 월요일을 제외한 일주일에 6경기를 한 것은 1986년부터다.
기사는 6개 구단의 전력을 비교하면서 삼성이 투타 및 수비의 균형을 가장 완벽하게 갖춰 우승을 바라볼 만 하다고 분석했다. 롯데와 해태, OB, MBC 등 4팀은 쉽사리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소개했는데 롯데는 타력은 활발하나 투수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봤다. 해태 역시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화력을 갖고 있지만 선수층이 얇아 부상선수가 나오면 공백이 우려된다고 했다.
'MBC는 포지션별 짜임새는 수준급이나 감독 선수 간의 호흡이 얼마나 맞을지가 의문'이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MBC를 이어받은 LG가 오늘날에도 같은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과 묘하게 교차된다. '삼미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처지는 형편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파이팅으로 커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투지로 열세를 만회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똑같다.
마지막으로 '장기레이스 성패는 투수진 운용에 크게 작용될 것'이라면서 '미국, 일본처럼 선발투수요원과 릴리프요원이 전문적으로 구별돼 있는 게 아니어서 투수진만 떼어놓고 본다면 프로야구라고 하기에 미흡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주어진 여건상 투수 6~8명의 투수를 어떻게 투입하느냐에서 감독의 역량이 평가될 것'이라는 상황 설명을 보면 당시 투수력이 얼마나 빈약했는지 알 수 있다.
1면 톱사진에는 OB 윤동균이 선수대표로 선서를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주목, 이 기사1면 하단에 '일간스포츠·야구위원회가 공동으로 수훈·기능·감투상을 전·후기 1회씩 시상한다'는 박스기사가 들어갔다. 매 경기 3개 부문의 선수를 선정해서 발표한 뒤 부문별로 전·후반기 각각 가장 많이 선정된 선수에게 시상한다는 내용이다. 수상자에게는 1백만원 이상의 부상을 약속했다. 매 경기 수훈·기능·감투 선수는 일간스포츠 기자와 한국야구위원회 기록위원이 공동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오늘날 다양한 이름으로 시상되고 있는 프로야구 상들의 효시가 '일간스포츠 3賞'인 셈이다. 원년 전·후반기 수훈상은 삼성 이선희와 OB 신경식이 각각 받았다. 일간스포츠 3賞은 현재 매년 연말에 시상하는 '조아제약 일간스포츠대상'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땐 그랬지1면 '화려한 개막제전' 기사 내용을 보면 당시의 축하행사 문화를 엿볼수 있다. 식전 행사를 무려 6부에 걸쳐 2시간동안 진행했다. 소요예산이 4000만원, 동원인원이 1000명이라고 돼 있는데 당시 물가가 현재의 10분의1에 불과했으니 얼마나 신경을 썼는 지 알수 있다. 고적대 퍼레이드나 마스코트 무용은 예나 지금이나 빠지지 않는 이벤트. 눈길을 끄는 것은 MBC 탤런트·가수·코미디언들의 올스타무용잔치. 전날 최종 리허설까지 했다고 한다. 또 각 구단별로 관중 경품을 제공했는데 삼성은 냉장고, 롯데는 파이오니어전축, MBC는 컬러TV, 삼미는 스테인리스 식기세트, 해태는 주스 등 모기업의 주력상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