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의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조선족 김경도(19·옌볜·중국명 진징다오)가 마침내 A매치에 데뷔했다. 김경도는 27일(한국시간)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경기에 출전했다. 2-2로 비긴 이 경기에서 김경도는 후반 16분 마충충과 교체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조선족이 중국대표로 뛴 건 1997년을 끝으로 은퇴한 김광주 옌볜 FC 감독 이후 14년만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성적이 저조한 중국은 적극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가오훙보 감독의 지휘 아래 대표팀 1진과 2진이 함께 운영된다. 1진은 중국 우한에서 25일 뉴질랜드와 평가전을 치렀고 같은 곳에서 29일 온두라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2진이라고 하지만 코스타리카 원정을 떠난 팀에는 가오린·장린펑·정즈(이상 광저우)·취보(산시) 등 A매치 경험이 많은 간판급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김경도는 이 팀의 최연소로 유일한 2부리그 소속 선수다. 김경도는 지난 1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가오훙보 감독님이 앞으로 자주 소집할테니 편하게 적응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중국 U-17(17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된 김경도는 지난 해 중국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선수권에서 중국팀의 주장으로 활약했다. 지난 해 11월 라트비아와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대표팀에 소집됐으나 출전하지는 못 했다.
김경도는 최근 중국축구에서 불고 있는 소수민족 바람의 핵심멤버다. 27일 울산에서 열린 중국과 한국의 올림픽팀간 평가전에서 중국의 박성(22·베이징·중국명 퍄오청)은 간결하면서도 짧고 정확한 패싱플레이로 주목받았다. 박성은 지난 시즌까지 김경도와 함께 옌볜 FC에서 뛰었다. 2부리그에서 가장 열악한 재정상황임에도 옌볜이 3위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두 신예의 활약 덕이었다. 김경도는 올시즌 K-리그 신생팀 광주 FC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1부리그 승격을 준비하는 옌볜 FC의 상황상, 이적할 수 없었다.
27일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김경도와 함께 풀타임을 뛴 신예 수비수 마충충(20·베이징)은 회족 출신이다. 박성과 함께 출전했던 중국 올림픽팀 공격수 바리(22·항저우)·마이티장(20·산둥)은 위구르족이다.
정헌철 옌볜 FC 총경리(단장)은 "옌볜 지역은 중국의 축구수도라는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축구에 대한 자치주정부의 지원이 예전만 못 하고, 한 자녀 갖기 운동으로 인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한민족의 투지와 정신력은 변함 없다. 200만명 밖에 안 되는 조선족이 중국 대표팀을 꾸준히 배출한 이유"라고 밝혔다. 정 총경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축구인프라가 거의 없다. 하지만 1000만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소외받은 지역이라 스포츠를 통해 성공하려는 열정이 한족보다 앞선다. 최근 소수민족 선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