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와 축구.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공의 모양도 다르고 규칙도 다르다. 공통점을 찾는다면 팬들이 열광하는 '월드컵'이 있다는 것. 또 좌절하는 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을 홍보하는 행사가 13일 서울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다. 뉴질랜드 상공회의소와 호주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홍보 행사에는 450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올 블랙스(All Blacks)의 전설적인 주장 숀 피츠패트릭 등 유명 럭비 선수와 재한 뉴질랜드 기업인 등이 자리를 채웠다. 그런데 하객 사이에는 뜻밖의 손님이 있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다.
"럭비 행사에 어떻게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 감독은 쑥쓰러운듯 머리를 긁었다. 그와 함께 자리한 아디다스 코리아 강형근 상무는 "오늘 행사의 말미에 일본과 뉴질랜드의 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을 위한 경매가 있다. 차 감독은 특별히 자리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온 암스트롱 아디다스 코리아 사장이 차 감독을 설득해 함께 온 것이다. 뉴질랜드 출신인 암스트롱 사장은 싯가 3000만 원 상당의 보석 피버노바를 경매의 형식으로 기부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공인구인 피버노바를 수정과 금으로 만든 이 공은 전세계에 3개뿐이 없다.
차 감독은 행사의 의미를 듣고 흔쾌히 참가했다. 그는 "이 피버노바 공은 2002년 경제위기로 시련에 빠져 있던 한국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이 감동이 그대로 전해져 지진으로 울고 있는 일본과 뉴질랜드 국민에게 희망의 불꽃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은 뉴질랜드 출신 경제인에게 3900만 원에 낙찰됐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