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쿨가이' 박용택(32)은 올시즌 역대 최고의 출발을 하고 있다. 2일 현재 타율 3할5푼6리, 홈런 6개, 안타 31개, 득점 23개, 장타율 6할3푼2리로 공격 5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도루(7개)와 타점(21개)도 4위에 랭크돼 전체 8개 부문 중 7개에서 5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박용택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방망이에만 올인을 해 좋은 타격 흐름을 탔다. 그래도 타격감이라는 것이 언제 떨어질 지 알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특히 어린이날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박용택은 오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두산과 전통의 '어린이날 잠실더비'에 딸 솔비(4)를 초청했다. 솔비의 야구장 방문이 그전에도 몇 번 있긴 했지만 어린이날 손님으로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는 솔비가 너무 어려 사람 많은 어린이날은 오히려 야구장을 피했다. 그러나 올해 만 4살이 넘으면서 유니폼을 입은 아빠의 모습도 정확히 구별하게 됐다. '아빠' 박용택, LG 4번 타자 박용택의 모습을 선물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예약해 뒀다.
딸이 보지 않던 지난해까지 박용택은 어린이날에 그다지 좋은 활약을 못했다. 솔비가 태어난 2007년 이후 18타수6안타(타율 0.333)를 기록했지만 2009년에만 3안타를 몰아쳤을 뿐 나머지 세 해는 모두 1안타씩에 그쳤다. LG도 2009년에만 12-0으로 이겼을 뿐 나머지는 모두 졌다. 매번 박용택의 활약여부가 LG의 승패와 연결이 된 것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LG와 두산의 어린이날 매치 통산 전적에서도 LG는 5승9패로 열세에 놓여 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LG 어린이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최근 8년간 크게 벌어졌던 두 팀 전력이 올해는 가장 좁혀져 있다. 2일 현재 두산이 2위, LG가 1.5경기차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박용택이 4번 타자를 맡아 최고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딸에게 반드시 좋은 선물을 하겠다는 박용택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박용택은 "어린이날 딸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필승의지를 다졌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