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렁큰 트레인은 올놈올이라고요."
프로야구 팬들의 언어유희가 날로 발전한다. 잠깐 흐름을 놓치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프로야구 은어들을 총정리 해봤다.
◇추신수의 음주운전, 유행어를 낳다
추신수(클리블랜드)는 3일 음주운전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간 성실함의 대명사였던 그의 이미지는 이제 온데간데 없다. 팬들은 그에게 '추렁큰 트레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추추트레인'에 '드렁큰'을 합성한 용어다. 음주운전 후 한동한 부진했던 추신수는 15일 5호 홈런을 기록했다. 악재 속에서도 타격감을 유지한 그에게 팬들은 '올놈올'이라며 감탄했다. '올라갈 놈은 올라간다'의 줄임말이다.
◇경기를 보면 신조어가 보여요
롯데 외국인 선수 코리는 올시즌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래서 팬들이 부르는 별명이 '애니코리'다. 언제 어디서나 터진다는 '애니콜'을 빗댄 은어다.
LG의 외국인 투수 리즈는 꾸준하다. 매경기 6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것은 기본. 하지만 매경기 2~4실점을 한다는 것도 문제다. 박종훈 LG 감독이 "타선이 점수를 내면, 점수를 그만큼 내주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같은 리즈의 반복된 투구 패턴에 대해 팬들은 '공무원 피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같은 팀 서동욱의 별명은 '서길동'이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수비 포지션, 좌·우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 타자인 그에게 딱 어울리는 별칭. 세계의 유명문화재에 서동욱의 사진을 합성한 ‘서동욱과 함께 하는 세계일주’라는 패러디까지 나왔다.
◇2011 최고의 신조어
올시즌 최고의 신조어를 꼽으라면, 역시 '나믿가믿'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외국인 타자 가코가 의외로 부진한 가운데 "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이후 이 말은 배구판에서 '나는 믿을거야, 가빈 믿을거야'라는 의미로 변형되기도 했다.
LG 팬들이 즐겨 쓰는 접미사는 '~느님'이다. 최고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에게 선사하는 최상급 표현이다. 지하철 홍보대사인 박용택의 별명 '메트로'에 '~느님'을 붙여 '메느님'을 만들기도 하고, 박현준의 별명 '개장수'를 활용해 '개느님'을 만들기도 했다. 또 '라뱅' 이병규에게는 '라뱅느님'이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엘넥라시코'라는 말도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이 '엘클라시코'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패러디. 올시즌 엘지와 넥센이 매경기 아슬아슬한 승부를 벌이자 생겨난 신조어다. 비슷한 말로 LG와 롯데의 경기를 일컫는 '엘꼴라시코'도 있다.
◇역사에 남을 은어들
'내팀내'는 야구팬들이 꼽는 최고의 은어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준말이다. 2005년 김재박 당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은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 Down Team is Down"이라고 했다. 약체로 손꼽히던 롯데가 5월까지 리그 상위권을 지킨 데 대한 말이었다. 'D to D'라는 약어로도 널리 쓰인다.
'출첵야구'라는 말도 있다. 불펜 투수들이 쉴틈없이 교체돼 마운드에 오르는 야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의 투수 운용을 빗댄 말이다. '벌떼야구'라는 말로도 쓰인다. 최근 양승호 롯데 감독이 비슷한 야구를 구사하자 팬들은 '벌떼야구'를 응용, '파리떼야구'라는 은어도 만들어냈다. 이밖에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해 선수들의 병역 면제에 공이 큰 선수를 일컫는 '병역 브로커', 다 이긴 게임을 알 수 없게 만드는 마무리투수에게 선사되는 별명 '작가'도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클래식한 은어들이다.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