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서는 올림픽축구대표팀에 중앙미드필더 문기한(22·FC 서울)과 멀티 수비수 오재석(21·강원 FC)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자원들을 대거 제외하고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나서는 홍명보(42) 감독도 두 선수의 상승세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올림픽팀은 오는 19일과 23일에 각각 요르단과 올림픽 3차예선 진출권을 놓고 외나무다리 결투를 벌인다. 지면 본선으로 가는 다른 길은 없다. 곧장 나락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홍 감독은 걱정이 많다. 전력의 중심 역할을 하는 선수들 중 다수가 엔트리에서 빠진 데다 남아 있는 선수들도 충분히 발을 맞춰보지 못한 채 결전에 임하게 됐다.
측면자원 조영철(22·알비렉스 니가타)과 서정진(22·전북)이 부상으로 빠졌고, 플레이메이커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은 소속팀의 반대로 인해 합류하지 못한다. 김보경(21) 또한 소속팀 세레소 오사카가 최근 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차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앙수비듀오 김영권(21·오미야 아르디자)과 홍정호(22·제주)는 6월3일과 7일에 열리는 A매치에 나서게 돼 요르단전 직전에야 합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심으로 가득하던 홍 감독의 얼굴은, 그러나 1일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소나마 활기를 되찾았다. 문기한과 오재석이 빠진 선수들의 빈 자리를 메우며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문기한은 구자철이 빠진 중원에서 사령관 역할을 맡았다. 올 시즌 소속팀 서울에서 쾌조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주전급으로 도약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홍 감독은 다채로운 전술 훈련을 실시하며 포메이션에 여러 차례 변화를 줬지만, 문기한 만큼은 미드필드 중앙에 고정시켜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선수 또한 정밀한 패스와 적극적인 압박으로 화답했다. 오만전을 앞두고 만난 문기한은 "올림픽팀도 분명 국가대표다. 나에게는 영광스런 자리"라며 "나만 혼자 튀겠다는 생각보다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생각으로 팀 플레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주장 겸 수비수 오재석에 대한 홍 감독의 신뢰 또한 두텁다. 본래 포지션은 우측면 수비수지만 스리백에서 스토퍼 역할을 맡은 경험을 살려 홍명보호에서 중앙수비수 역할도 나눠맡고 있다. 센터백으로서 체격조건(178cm 73kg)은 작은 축에 속하지만 예측 능력과 맨 마킹 능력이 뛰어나 좀처럼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홍정호나 김영권이 빠졌을 때 대체재 역할을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캡틴' 구자철이 팀에서 빠진 이후 팀 내 구심점 역할을 맡아 동료 선수들을 이끈다는 점 또한 돋보인다. 오재석은 "지금은 중앙수비수로 뛰고 있지만, (홍)정호와 (김)영권이가 돌아오면 나는 측면으로 돌아간다"면서 "어떤 보직을 맡더라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장직을 맡고 있지만, 선수들을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코칭스태프와의 다리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각오도 덧붙였다.
올림픽팀은 오는 19일에 서울에서, 23일에 요르단 현지에서 경기를 치러 3차예선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다. 3차예선은 11월에 열린다.
강릉 =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