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짐을 내려놓으니 마운드에 오르는 게 좀더 편안해졌다. 모처럼 즐겁고 신나게 공을 던졌고, 투구밸런스가 완전해졌다.
LG 고졸 신인투수 임찬규(19)는 새로 영입된 송신영이 마무리로 나서면서 보직이 롱릴리프로 변경됐다. 첫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오른 지난 3일 문학 SK전. 3-3이던 5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임찬규는 2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 내용보다 모처럼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고, 신나게 던졌다. 편한 마음으로 투구하다보니 투구밸런스가 잡혔다. 임찬규는 "투수코치님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며 격려해주셔서 편하게 공을 던졌다. 오랜만에 긴 이닝을 던지게 되니 신이 나더라. 투구내용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투구밸런스가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임찬규는 올시즌 8개 구단 신인 중 유일하게 풀타임 1군에서 활약 중이다. 시즌 초 불펜 B조에서 뛰다 마무리로 뛰게 됐다. 고졸 신인에게 쉽지 않은 보직. 씩씩하게 던지며 마운드를 지켰으나 경험 부족에 의기소침해진 적도 있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을 때 아마시절 겪지 못한 팬들의 야유에 마음이 다쳤다. 하지만 지금은 팬들의 야유와 격려가 모두 익숙해졌다. 임찬규는 "볼이라도 던지고, 볼넷을 내주면 팬들의 야유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지금은 내가 잘하면 야유가 격려와 응원으로 바뀐다는 걸 안다. 내가 잘하면 되니까 볼을 던져도 불안하지 않고 씩씩하게 던질 수 있다"고 웃음지었다.
임찬규의 롱릴리프 보직 이동은 LG 미래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LG는 임찬규를 미래 선발요원으로 점찍고 신인지명했다. 차근차근 선발 훈련을 시키려 했으나 팀 사정상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롱릴리프로 자리를 옮기며 선발 수업에 도움이 되게 됐다.
긴이닝을 던지며 이닝 소화능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으면 선발 전환은 마무리보다 수월해진다. 임찬규는 "투수라면 누구든 선발 욕심 있지 않나. 나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보직보다 씩씩하게 던지는 게 먼저다. 코치님들이나 선배님들이 신인은 씩씩하게 던지라고 한다. 많은 타자를 상대해보면서 좀더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