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이 썩어들어가는 일명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 병의 환자들을 위한 유일한 처방은 썩은 고관절을 파내고 그 자리에 인공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뿐이다. 고관절 환자들의 국내 온라인 최대 모임인 다음 카페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이겨내는 모임'(회원수 7440명) 게시판에선 최근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 보형물 삽입 수술 대신 원광대산본한방병원 이건목 원장에게 침도를 받은 후 쾌차한 한 환자가 회복기를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 침도로 수술없이 고관절이 회복됐다는 환자의 게시물에 대해 처음엔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으나 지금은 잠잠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카페에 회복기를 올린 송범수(44)씨와 침도로 고관절 통증의 악몽에서 벗어난 김영님(64)씨를 만났다.
▶사례1 "처음엔 '약장수 아니냐' '뻥까고 있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글 싹 사라졌습니다."
광양제철에 근무하는 송범수씨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이겨내는 모임'에서 진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카페는 고관절에 관해서라면 의사 뺨칠 정도의 지식을 가진 고관절 환자들이 결집해 있다. 올 5월 16일 고관절 3기인 왼쪽 다리에 첫 침도 시술을 받은 후 회복 상태를 주기적으로 카페에 올렸을 때 다른 회원들의 비난성 댓글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없이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것을 올렸다. 회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는 그의 사진들을 확인하며 의심의 시선을 거두게 됐다. 그는 "악플이 점차 줄어들었고, 이제는 사람들이 사진만 보고 나간다. 내 말을 믿기 시작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송씨의 오른쪽 고관절에는 이미 인공 보형물이 들어가 있다. 지난 2007년 '대퇴골무 무혈성 괴사' 진단을 처음으로 받고 오른쪽 고관절에 인공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했다. 그 때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2.5m 높이의 건물이 붕괴되면서 같이 추락했던 적이 있다. 그 땐 이상을 못 느꼈는데 다친 후 한참이 지나 발병한 것 같다"면서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오른쪽 고관절을 수술 받았을 때, 왼쪽 고관절도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 보형물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인공 보형물은 마모되면 다시 갈아넣어야 한다. 대략 수명은 15년. 수술도 약 3시간이 걸린다. 주기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앞으로도 40년을 그런 상태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어느날 부하 직원이 그에게 침도로 고관절이 극복된 사례를 소개한 일간스포츠 기사를 보여주었다. 10여 분간의 침도로 고관절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대뜸 믿기는 어려웠다. 올 5월 원광대산본한방병원에서 진단만 받아보려 찾아갔다가 그 자리에서 침도를 받게 됐다. "이 병은 말기만 아니면 고칠 수 있다"는 이 원장의 말에 몸을 맡겼다.
침도 전에는 지팡이를 짚고 보행한 송씨는 첫 침도 시술 후부터 정상적인 걸음을 되찾았다. 다리가 묵직하면서도 힘이 쪽 빠지는 현상도 없어졌다. 침도 전 오른쪽 발목까지만 올라가던 왼쪽 다리가 지금은 오른쪽 무릎 이상으로 들려진다. 앉아있을 때 팔로 당겨야 했던 왼쪽 다리가 스스로의 힘으로도 당겨진다.
두 번의 침도로 보행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송씨는 "사람들이 지금도 내게 일어난 일을 잘 믿지 못한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로 수술 사인까지 한 장인을 강제로 모셔와 침도를 받도록 했다"면서 "회사에서도 나와 같은 증세를 가진 사람들에게 수술하지 않고, 이 곳에서 진료 먼저 받아보라고 권유한다. 이젠 술이 달다"고 웃었다.
이 원장은 "고관절 1·2·3·4기 중 3기 중반까지의 환자에겐 침도가 확실히 효과 있다. 고관절 전용 침도 기구가 개발됐다"면서 "고관절 뼈에 구멍을 뚫어 뼈 속 압력과 뼈 주변 압력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2 "수술 안하고 이렇게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 64년 내 인생의 행운입니다. 얼마나 감사한 지 모릅니다."
인천 남동구 장수동에 사는 주부 김영님씨의 얼굴에는 요즘 행복감이 감돈다. 잠을 못자고 식은 땀이 나는 증상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 2006년 6월. 그 무렵 마당에서 잔디를 뽑고 난 후 일어나지를 못했다. 집에 들어와 쉰 후 다음날 다시 잔디를 뽑았을 땐 아예 움직이질 못했다. 책상을 붙잡고도 일어날 수 없었다. MRI 촬영 결과 받은 진단명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아주 심각한 상태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다. 의사는 수술 성공 가능성은 50% 정도이며, 회복 기간은 2년 걸린다고 했다.
수술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김씨는 자가 치유될까 싶어, 수영장 물 속에서 다리를 끌고 다녔다. 그 상태로 5년 동안 고통을 참았다. 한 쪽 다리가 짧아진 것을 확실히 느꼈다.
일간스포츠를 통해 침도 정보를 접한 김씨는 처음에는 반의반의했다. 올 6월 13일 오른쪽, 7월 14일 왼쪽 고관절 침도를 받은 후 그 효과를 확신하게 됐다. 왼쪽 다리는 90% 이상 회복됐다. 오른쪽 다리도 베개를 받히지 않고, 스스로 곧게 뻗을 수 있다. 과거엔 꿈도 꿀 수 없던 양반다리도 이제는 문제 없다. 계단도 2계단씩 올라갈 수 있다.
김씨는 "나만큼 침도를 의심하고, 차분하게 지켜보았던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있게 침도의 효과를 말할 수 있다"면서 "나는 늘 훌륭한 아이를 낳은 어머니를 부러워했다. 이런 기술을 개발해 환자들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이건목 원장의 원장의 어머니가 부럽다"고 말했다.
산본=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