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30·FC서울)에게 대안이 필요하다. 데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5라운드 부산전에서 철저히 고립당했다. 데얀은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초 대전과의 원정 경기 이후 6개월 여만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조직적인 부산의 수비 때문이다. "데얀을 막을 비책이 있다"던 부산 안익수 감독의 말이 허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난해까지 서울의 코치로 데얀을 가르쳤던 경험이 '데얀 봉쇄책'을 가능하게 했다. 에델을 비롯한 부산 수비수들이 그를 2겹, 3겹으로 둘러싸며 슈팅 기회를 차단시켰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몰리나, 고명진 등 특급 도우미들이 사라진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들은 경고 누적으로 부산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6월까지 김정우, 이동국에 밀려 득점 3위였던 데얀은 7월 한 달동안 7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에 올랐다. 그 7골 중 5개가 고명진의 발끝에서 나왔다. 8월엔 몰리나의 도움을 받았다. 8월 한 달 데얀이 기록한 4골 중 75%가 '몰리나-데얀' 공식에서 나왔다. '몰리나-데얀'은 '데얀-몰리나' 역순으로도 작용하며 이른바 '데몰리션 파워'를 구축했다.
데얀은 이날 경기 내내 답답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기한, 한태유, 최종환 등 미드필더 진으로부터 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얀은 여러 차례 손을 들어 패스를 유도했지만 공이 데얀에게 제대로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미드필더 진 대부분이 백업 멤버로 데얀과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최전방 공격수 데얀은 이 날 여러 차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막힌 볼 배급을 직접 풀려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급 도우미 몰리나 역시 데얀의 고립을 지적했다. 경기가 끝난 뒤 몰리나는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모두 내 잘못"이라고 못 박은 뒤 "다른 선수들이 잘 해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얀에 대해선 "그에게 볼을 공급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은 현재 승점 45점으로 전북(승점59점), 포항(승점 49점)에 이어 3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남은 경기는 5개. 큰 이변이 없다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큰 무대에선 데얀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믿을맨'이 골을 넣어줘야 서울은 더 큰 곳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단판 승부인 만큼 변수가 끼어들 여지도 크다. '고명진-데얀' '몰리나-데얀'의 콤비플레이가 항상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데얀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손애성 기자 [iver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