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정근우(29·SK)와 '빅보이' 이대호(29·롯데)가 플레이오프서 맞대결을 펼친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 장소는, 둘이 야구를 시작한 곳 부산이다. 준PO를 통과한 SK는 15일 부산에서 정규시즌 2위 롯데와 PO 1차전을 치른다.
▶엇갈린 운명무척 다른 신체 조건(이대호 194㎝·130㎏, 정근우 172㎝·75㎏)만큼이나 걸어온 길은 판이했다. 이대호는 대동중을 거쳐, 경남고에 입학했다. 정근우는 동성중을 졸업하고 부산고를 택했다. 고교시절 둘은 부산 야구 라이벌 고교의 명예를 걸고, 다툼을 벌었다. 이대호는 투수로 뛰면서도 힘을 앞세운 타격을 했다. 정근우는 빠른 발과 파이팅 넘치는 수비로 이름을 알렸다.
둘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이 대회에서 이대호와 정근우는 김태균과 추신수, 정상호 등과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
그해 열린 2001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 이대호는 1차 지명으로 이미 롯데행이 확정됐다. 정근우는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고려대에 진학했다. 정근우는 대학 최고 내야수로 성장했다. 다시 한번 둘이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는 2005 신인지명회의를 앞두고 정근우와 이원석(당시 광주 동성고)을 두고 고민했다. 그러나 롯데에는 2루수 조성환이 있었다. 3루수가 필요했던 롯데는 이원석을 택했다. 정근우는 SK에 지명됐다.
▶인연, 경쟁프로에 와서도 이대호와 정근우는 국가대표에서 인연을 맺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3위의 아픔을 같이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환희,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2위의 쾌거도 함께 누렸다. 지난 해에는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같이 목에 걸었다.
그러나 국내 그라운드서는 '승부'가 우선이다. 4년 먼저 입단해 롯데 4번타자로 입지를 굳힌 이대호를, 정근우가 빠른발로 추격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근우는 3억 1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7년차 최고연봉(2007년 3억 2000만원)에 1000만원 모자란 액수다. 정근우는 "아, 알고 있었다면 구단에 부탁을 좀 했을텐데"라며 웃음섞인 탄성을 질렀다.
이대호는 2006년 트리플크라운, 2010년 타격 7관왕의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타자가 됐다. 정근우도 2007년부터 4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하며 '국내 최정상급 내야수'가 됐다. 올 해에도 타율 0.307을 기록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정근우에게는 이대호가 부러워하는 우승 반지가 3개(2007·2008·2010년)나 있다. 올 해에는 KIA와의 준PO서 MVP를 수상하며 가을 사나이로 등극했다. 두 동갑내기 친구의 첫 가을 맞대결이 이제 시작된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사진=김민규,이호형,임현동 기자